신정환은 2010년 말께 필리핀 원정 도박(환치기) 사건에 연루되면서 연예계에서 퇴출됐다. 이듬해, 징역 8월을 선고받은 그는 교도소에 수감돼 복역하다가 성탄절 모범수 특사로 가석방됐다.
그에게 '자숙 중'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방송에 얼굴이 비치지 않을 뿐 그가 '반성'을 하고 있는지, '후회'만 하고 있는 지 모를 일이다. 혹은 둘 다이거나. 중요한 건 팬들의 분노가 여전하다는 사실이다. 그가 전과자라서가 아니다. 바로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애초 신정환의 해외 원정 도박 파문은 대중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면서부터 일파만파 확산됐다. 신정환은 필리핀 세부로 휴가차 출국한 뒤 KBS2 '스타골든벨', MBC '꽃다발' 녹화를 사전 예고 없이 펑크냈다.
카지노에서 그를 봤다는 증언들이 이어지며 해외 원정도박 의혹이 일었고, 이후 그는 현지 풍토병인 뎅기열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거짓말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를 믿었던 팬들은 배신감에 젖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랐다. 도박은 병이지 죄가 아니다'고 두둔하는 이도 있었던 터다. 이 때에도 측근은 사과와 진실을 밝히기 보다 그의 행적을 감춘 채 감싸기에만 바빴다.
결국 그는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귀국을 앞둔 당시, 과거 교통사로로 다친 다리 상태가 심각하다는 주장 역시 '신정환이 쇼를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그러한 그가 이번에는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속된 말로 ‘먹튀(먹고 튀다)’ 의혹이다. 도박 사건이 터지기 전 한 연예인 지망생 부모에게 두 차례에 걸쳐 1억원을 챙겼다. 그는 아들을 데뷔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건넸지만 지켜지기 힘들었다.
경찰은 고소인과 신정환 사이에 오간 ▲돈의 성격 ▲사용처 ▲구체적인 약속 내용에 대한 확인 작업을 주요 쟁점으로 보고 있다.
끝이 아니다. 논란의 여지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신정환이 실제로 고소인의 아들을 데뷔시키려 했거나 노력 과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한 연예인 지망생을 방송에 출연시켜줄 스스로의 능력은 없기 때문이다.
연예계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관계자들의 금품 수수나 향응 접대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란 추론이 나온다. 더불어 신인 가수의 앨범 제작비로 단숨에 1억여 원이 몽땅 투입됐다면 납득할 만한 자료가 있을 지 의문이다.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제6조 공정한 영업질서의 조성)에 따르면 '연예기획사(제작·공급계약 체결자)는 그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취득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가 좋은 프로듀서라면, 가수 지망생 부모에게 돈을 받을 이유도 없다. 연예계 일부 악덕 학원형(교육·제작비로 돈을 받는) 기획사의 전형이다.
신정환은 이번에도 두문불출이다. 측근만이 몇몇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돈을 받았을 때 진심으로 지망생의 연예계 진출을 도우려했다"며 "신정환은 앨범 제작도 했었기에 그를 키울 순수한 마음이었다"고 해명했다.
그 뒤로 측근은 연락이 두절됐다. 사실상 자신들에게 긍정적인 보도가 아닌 이상 일절 연락을 끊거나 언급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신정환이나 측근 모두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럽고 더 이상의 의혹과 논란 보다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들의 주장과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를 둘러싼 세간의 의혹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련의 과정은 오직 법정에 가서야 밝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고소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신정환과 그의 측근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낭떠러지에 직면할 것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자 또 거짓말을 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준공인으로서 신정환이 사회적 윤리의식을 아예 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신정환이 고소인과 오해를 풀거나 용서를 빌 마음이 있었다면, 어떠한 비난도 감수할 각오를 하고 진즉에 직접 나서야 했었다"며 "이제 와서 측근에 기대 아전인수(我田引水)의 행태를 보이는 것은 근본적으로 그에게 윤리 의식이 남아 있는지 의심을 갖게 만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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