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가요계에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반짝 스타로 사라진 가수들. 혹은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돌연 대중들의 곁에서 사라진 이들의 발자취를 쫓는다. 사라진 것들의 그리움에 대하여… <편집자 주>
[MBN스타 박정선 기자] 사실 그다지 유명한 그룹은 아니었다. 99년 3인조 그룹 티지에스(TGS)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지만, 앨범 한 장을 끝으로 더 이상 무대에서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조빈, 홍진우와 달리 구시호(본명 구명우)는 노래가 아닌, 연기의 길을 택했다.
◇ “연기가 좋아 택한 가수의 길”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끼를 자랑했던 구시호는 대학시절 연기 동아리를 통해 끼를 발산했고, 군대 역시 문선대로 입대해 MC로 활약한다. 뿐만 아니라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는 넘치는 에너지를 개그 쪽으로 승화시키려 SBS 제5기 개그 탤런트 시험에도 응시해 최종 15명 안에 들었다 아쉽게 떨어졌다.
“개그 탤런트 시험에서 떨어지고 같은 해에 군에 입대하고, 제대한 후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개그 탤런트 시험을 볼 때 홍석천 형도 같이 지원을 했는데, 그게 인연이 돼서 아르바이트 식으로 방송을 소개시켜줬죠.”
제대 후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그에게 뜻밖의 제안이 들어왔다. 티지에스 멤버인 조빈과 홍진우가 군대에서 알게 된 한 사람이 그들의 끼를 발견한 것이다. 당시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대거 소속되어 있던 동아기획 사장의 아들이 바로 그 사람이었다.
데뷔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곡을 구하는 것부터 녹음, 발매까지 술술 풀려나갔다. 더구나 타고난 말솜씨로 ‘박상원의 아름다운 TV얼굴’이라는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동아기획에서 앨범이 발매되는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사실 앨범 낼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계속 저를 설득했죠. 다들 가수해서 성공하면 연기자로 쉽게 갈 수 있다고 했어요. 사실 제가 연기로는 대중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지만 가수로는 감동을 줄 자신이 없거든요. 그런데 주변에서 자꾸 권유하니까 귀가 얇아진 거죠.”
◇ “분명히 가수였는데, 다들 개그맨으로 보더라고요”
앨범 나온 후 이들은 한 신문에 ‘제2의 컬트 3총사’라고 소개될 정도로 입담이 남달랐다. 때문에 가수로 무대에 서는 것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의 바람잡이로 뛰었고, 라디오, 토크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조금씩 팬들을 모아나갔다.
공연 역시 반응이 꽤 괜찮았다. 대학로에서 열린 이들의 공연에 참석한 공연 기획자가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고. 이후 이 공연기획자는 싱글 앨범을 준비하면서 티지에스를 위한 공연을 기획하기에 나섰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나오기로 했던 싱글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기획자만 좋다고 하면 뭘 해요. 당시 싱글 녹음까지 거의 끝내놓은 상태였는데 제작자가 게임에 빠진 거예요. 스케줄을 안 잡으니 팬들도 점점 떠나고, 팬들이 떠나니 공연 티켓도 안 팔렸죠. 결국 공연도 흐지부지 마무리 됐어요.”
“이건 뒷얘기지만 제 프로필을 보면 파트가 보컬과 베이스라고 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을 거예요. 사실은 그림 만들기 용도로 베이스를 들려놓은 거죠. 그때 배우기 시작해서 공연 때 한 곡은 연주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었어요.”
이걸로 티지에스라는 이름의 그룹은 가요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가수로서 무대에 선 사례가 많이 없었던 티지에스를 방송인, 혹은 개그맨으로 부르기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셈이다.
◇ 요식업으로 생계유지, 그리고 어릴 적부터 꿈꾸던 배우의 삶
티지에스가 해체된 이후 조빈은 노라죠로 다시 데뷔했고, 홍진우는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구시호는 극단과 사업을 두고 저울질을 하다 결국 돈을 택했다.
그는 열정을 가지고 홍대 인근에 작은 바(bar)를 운영하기에 나선 것이다. 처음에는 열정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기를 반복했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셈이다.
“금전적으로 정말 힘들 때가 많았어요. 돈을 벌자고 시작한 일인데 노는 것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취미와 일 사이에서 충돌이 생긴 거죠. 그러다 마음을 잡게 해준 건 지금의 아내였어요. 제 팬이었는데 정말 운명처럼 만나게 돼서 결혼까지, 그리고 지금은 아이까지 세 식구가 알콩달콩 살고 있어요.”
일은 물론 그에게 주된 직장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좋아하는 연기 생활을 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곳이기도 하다. 낮에는 촬영장에서 연기를 하고, 밤에는 바에서 일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녔다.
심지어 그는 지금까지도 크고 작음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연기할 수 있는 무대를 찾아 오디션에 응할 정도로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그렇게 참여하게 된 것이 영화 ‘신기전’ ‘킹콩을 들다’ 등이었다. 뿐만 아니라 여전한 입담을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 리포터로 마음껏 발휘했고, KBS2 ‘사랑과 전쟁2’에도 출연하고 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듯 보였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의가 남달랐다.
“기회가 된다면 어떤 일이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