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인터뷰] 이범수 “‘신의 한 수’,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

[MBN스타 최준용 기자] “후회하게 될 거야. 내가 아주 고통스럽게 죽일 거니깐.”

조범구 감독의 영화 ‘신의 한 수’에서 이범수가 남긴 명대사다. ‘짝패’ 이후 9년 만에 악역으로 돌아온 이범수의 캐릭터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 대사기도 하다. 살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유린하는 남자로 내기 바둑판의 최고의 꾼이다. 그는 단 한번이라도 상대가 패배하면 목숨을 단번에 앗아갈 수 있는 잔인함과 냉혹함을 지녔다.

최근 MBN 스타와 만난 이범수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자부심과 여유로움이 한껏 묻어났다. 이는 성공적인 연기 변신과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얼굴로 드러난 것. 충무로에 정평이 난 그의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은 이번 작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촬영할 땐 배우지만 영화를 보게 되면 저 역시 관객의 입장이 되죠. 다른 분들이 제 역할에 대해 좋게 평가해주셔서 내심 기분이 좋더라고요. 영화 속에서 두 장면이 제가 봐도 섬뜩하더라고요. 하나는 ‘중국 깡패들을 칼로 찔러 죽일 때’, 또 하나는 ‘안성기 선배님과 붙는 신에서 상대방과 상반된 비열한 웃음을 지을 때’ 제가 연기한거지만 정말 깜짝 놀랐어요. 대중들이 ‘시시하다고 하진 않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안도했죠.”

‘신의 한 수’에서 이범수는 냉혈한 뱀 같은 모습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절제감 있는 액션, 냉철한 판단력에 잔인함까지 갖춘 이범수는 오랜만에 돌아온 악역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다른 조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목과는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짝패’에서 보여줬던 욕설과 건들거리는 그런 악당 말고 좀 더 수준 있고 지능적인 악당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죠. 이미지 적으론 독일 비밀경찰처럼 빈틈없고 흔들림 없이 속을 알 수 없는 그런 캐릭터면, 근접하기도 어렵고 절대 악으로 보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감독께 ‘안경을 써보겠다’고 제안했어요. 구구절절 말을 하는 것 보단 행동으로 간결하게 처리하는 살수 캐릭터도 매력적이더라고요. 캐릭터가 간결하고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흥미로움이 있었죠.”

이범수는 살수 캐릭터 성격상 ‘겉은 젠틀하지만 속은 누구보다 잔인한 놈이기 때문에 전신 문신을 해보자’고 스스로 아이디어를 냈고, 무려 20시간의 분장 시간을 견뎌냈다.

“살수란 인물을 일반적이지 않게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수단으로 전신문신을 선택했어요. 영화 속에서 대범하고 망설임 없는 살수의 캐릭터가 드러나는 장면이 사우나 신이죠. 한 여인 앞에 과감하게 뛰쳐나가서 제압하고 무력을 행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관계 등이 읽혀질 수 있는 상징적인 신이었어요.”

이시영은 앞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우나 신에서 이범수 씨가 공사(성기부문을 테이프로 감싸는 것)한 것을 보지 못했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전라라고 생각해 눈을 감고나 바닥 보고 연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시영 씨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느껴요. 사우나 신 촬영 당시 조명이 어두웠고, 문신 자체가 검푸르고 그늘이 졌기 때문에 공사를 했는지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쑥스럽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할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행동했죠. 막상 해보니 삼각 수영복 입은 거나 다름없더라고요.”

‘신의 한 수’는 오는 7월 3일 개봉을 앞두고 있어 4일 만에 8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은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이하 '트랜스포머4')와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특히 1,500여 개의 스크린을 점령한 ‘트랜스포머4’의 흥행공세는 다른 영화들을 압도하고 있다.

“같은 시기에 개봉하게 됐는데, ‘신의 한 수’가 부끄럽지 않고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 더 기분 좋고 뿌듯하네요. 이런 마음이 스코어로 반영이 되면 더 할 나위 없겠죠. 만약 좋은 스코어로 반영된다면, 대중에게 ‘이범수는 영화배우’란 칭찬을 들을 것 같아요.”

최준용 기자 cjy@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