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자신감이 넘친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고단수라고 해야 할까.
'소녀괴담'을 보고 잘 만든 공포 영화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공포영화 마니아들이 좋아할 공포감이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무서워 감은 눈이지만 궁금함을 못 참고 반쯤 뜨며 보던 그런 공포영화의 희열은 없다.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는 일도 거의 없다. 아,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실소는 느낄 수 있다.
영화는 귀신을 보는 외톨이 소년 인수(강하늘)가 기억을 잃은 소녀귀신(김소은)을 만나 우정을 나누면서 학교에 떠도는 마스크 귀신에 대한 비밀을 풀어가는 게 기본 틀이다. 제목부터 시작은 공포인데 로맨스가 갑자기 등장하더니 드라마, 판타지 등을 뒤죽박죽 섞었다. 마지막에는 교훈을 주는가 싶더니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인지, 아니면 한 번은 관객을 놀라게 해야겠다는 의도인지 모를 마무리를 해 당혹감을 전해준다. 대체 이건 무슨 자신감인지 모를 정도로 범벅이다.
출연 배우들의 "솔직하고 냉정한 평가를 원한다"는 발언은 고단수 쪽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혹은 어린 배우들이 순수해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람이라면 대놓고 비판하고 비난하는 건 꺼리기 마련이다. 말이라도 한 번 섞고, 친분이라도 있으면 더욱 혹평하기가 쉽진 않다. 영화가 잘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진솔하게 평가해 달라는 사람 앞에서 나쁜 말을 하는 이는 거의 없다. 물론 예비 관객의 관람을 위해 비판할 건 지적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인터넷을 검색해 보시라).
배우들이 솔직한 평가를 원한다고 하니 한마디 덧붙이자면, '소녀괴담'은 발전하지 못하는 한국공포영화에 실망감을 느낄 정도다. '소녀괴담'은 '여고괴담'에서 반일보하지도 못한 인상이다.
이제는 싫증 난 배경과 소재, 내용으로 가득하다. 공포영화에 코미디를 접목하려는 의도로 김정태의 장기인 유머를, 로맨스를 끼워 넣으려는 의도로 강하늘과 김소은의 풋풋함과 애틋함을 내세웠지만 도대체 무슨 맛인지 알 수 없는 영화가 돼 버렸다. 오인천 감독은 "다양한 장르가 있는 비빔밥 같은 영화"라고 했지만, 비빔밥은 맛이라도 있다.
물론 칭찬할 점은 있다. (제작진은 장르의 혼합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것 같은데 절대 수긍할 수는 없고,)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를 거론하며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짚은 점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이것도 그리 독특한 시도라고 할 순 없으나 그나마 관객의 관심 몰이는 할 것으로 보인다. 극 중 박두식과 한혜린이 불량 청소년 역을 해냈기 때문이다. 또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강하늘과 김소은의 조합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좋아할 만하다. 올해 첫 공포영화라는 점도 주의를 끌긴 한다.
하지만 본 영화는 포스터만큼 강렬하지도 않고, 몰입할 수 없는 공포영화라는 점에서 마이너스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포스터에 속았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꽤 있을 것 같다. 공포영화 전문이라고 자평하는 제작사가 만든 영화가 이런 만듦새라니 아쉽기만 하다. '컨저링'이나 '인시디어스' 등과 같은 외국공포영화를 한국에서 만들 수나 있을까. 7월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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