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남성미에 엘리트 형사 지욱(차승원 분)을 친형처럼 여기며 따르는 후배 형사 김진우(고경표 분)는 새로운 삶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는 그의 선택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지욱을 존경하고 좋아했기에 끝까지 그를 지지하며 응원한다. / ‘하이힐’
[MBN스타 여수정 기자]
↑ 사진=옥영화 기자 |
고경표는 영화 ‘하이힐’에서 존경하는 선배 형사 지욱(차승원 분)의 비밀을 알았음에도 묵묵히 그를 응원하는 후배 형사 진우 역을 연기했다. 전작 tvN 드라마 ‘감자별 2013QR3’ 자기자랑쟁이 노민혁 때는 볼 수 없었던 ‘의리’로 고경표의 재발견을 선사한다.
감성 느와르인 ‘하이힐’에서 고경표는 차승원처럼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거나, 오정세처럼 극 중간 중간에 웃음 포인트를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존재는 빛나고 관객들로 하여금 내가 진우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라는 질문도 던진다. 항상 차승원 곁을 지키고 진심으로 그를 존경하고 아끼기 때문이다.
“‘하이힐’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그러니 입소문이 좋게 나길 바란다. (웃음) 개인적으로 영화도 잘나왔고 (여성성을 지닌 남성이라는) 소재자체도 거부감이 없다. 지욱이라는 인물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낀 감정선을 따라가니 안쓰럽고 슬프더라. 그리고 알다시피 중간 중간 재미있는 요소도 있다. ‘하이힐’은 표면적으로는 감성 느와르지만 코믹적인 부분도 있고 액션도 매우 훌륭하다. 물론 잔인할 수도 있지만 정말 멋지다. 차승원 선배가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분위기를 몰아 고경표는 ‘하이힐’을 야무지게 즐길 수 있는 팁도 함께 알렸다.
“다소 잔인한 장면을 배제하고 액션이나 인물에 몰입하고 ‘하이힐’을 관람한다면 좋을 것이다. 여성성을 지닌 남자 지욱이라는 캐릭터가 평생 살면서 느꼈던 감정선을 따라간다면 이야기가 더 깊이 있게 느껴질 것이다. 분명.”
앞서 언급했듯 ‘하이힐’에서 고경표는 지욱바라기 진우로 김보성에 버금가는 의리를 선보인다. 아주 조용하게. 그러나 후반부 진우의 존재가 지욱에게 큰 힘이 될 때 돌연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해 사라진다.
“영화 속 나의 임무가 딱 거기까지였기에 아쉽지 않고 딱 좋았다. 난 감정선의 몰입을 도와주는 정도였다. 형사 진우 역을 위해 특별하게 준비한 건 없고 그냥 장진 감독님에게 많이 의지했다. 그간 내가 보여 왔던 목소리 톤이 조금은 높지 않았냐. ‘하이힐’에서는 조금은 낮은 저음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 밖에 없다. 지금은 내 저음에 익숙해졌는데 촬영에 임할 때는 스스로 말하고도 어색하더라. (웃음) 목소리 톤 변화 외에는 몸을 만든다거나 액션스쿨에 다니지도 않았다. 또한 진우와 난 조금 닮았다. 진우처럼 평소 존경하던 이가 존경심을 무너뜨리는 행동을 했을 때 분노하거나 그 모습마저도 존경하고 인정해주는 이가 있을 것이다. 내가 이해해주는 인물이라면 분노하는 인물은 허곤(오정세 분)이다. 현실에서도 난 진우에 가깝다. 어차피 내가 사랑해야 되는 사람이면 인정하는 게 맞다. 때문에 연기함에 있어 실망보다는 그를 향한 연민과 상대를 생각하는 점, 그 사람의 고통에 대한 연민을 담았다.”
↑ 사진=옥영화 기자 |
“감독님이 기존 시나리오 없던 인물인 오둑이를 나를 보고 만들어줬다. 오둑이는 중요한 의미 가진 캐릭터다. ‘명량’ 촬영 당시 ‘하이힐’도 촬영 중이었다. 촬영을 위한 이동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사실 오둑이가 가진 의미를 다 살리기에는 내 협조가 조금 부족했다. 100%의 협조를 하지 못해 감독님에게 죄송하고 아쉽다. 그러나 ‘명량’은 내게 값진 경험이자 좋은 기회였다. 또 오둑이는 내가 기존에 보이지 못했던 캐릭터라 기대해도 좋다.”
많은 작품 수는 아니지만 그동안 개성만점 캐릭터 열연으로 이미 할당량을 표현한 고경표. 그는 자신에 대해 스스로 부족하다고 엄격하게 또는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는 “난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남들이 칭찬을 해도 사실 칭찬으로 잘 못 듣는다”고 너무도 엄격한 자신 만의 잣대를 소개했다. 그래서인지 고경표는 자기자랑은 못할지언정, 영화에 대한 욕심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감자별 2013QR’과 ‘하이힐’ 관련 일정이 모두 끝나면 배우가 아닌 사람 고경표로서의 휴식기를 가지려 계획했는데, 우연히 읽은 시나리오가 너무도 마음에 들어 자신의 계획을 대폭 수정할 상황에 직면했다고.
“우연히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정말 재미있고 기존에 내가 표현했던 캐릭터와 달라 욕심이 생기더라. 그래서 일단 휴식기에 대한 의지를 내려놓고 작품을 하려한다. 물론 오디션을 본 입장이라 연락을 기다려야겠지만. 출연을 결정하더라도 회 차가 적어 내가 하려던 운동과 면허증 따기, 여행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이 말띠해이기에 사람 고경표로서 내 인생에 시간을 투자하려했는데 꼬였다. (웃음) 근데 정말 시나리오를 보니 너무 하고 싶더라. 다시 내 계획을 수정하려 한다. (웃음) 앞으로 난 영화를 주로 하고 싶다. 영화를 하고 싶어 대학교도 영화과로 들어간 것이다. 현재는 대학교 친구들과 윈윈하자는 식으로 시나리오를 제작하고 있다.”
사람 고경표를 위한 계획은 수정될 위기(?)에 처했지만, 출연이 확정된다면 이는 배우 고경표의 경험치가 +10 되는 셈이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만 배우일 뿐 이야기를 나눠본 고경표는 하고 싶은 것 많고 자유로운 25살 청년이었다. 자신을 향한 미래 계획도 어느 정도는 설계해 놓은 준비된 청년이랄까.
↑ 사진=옥영화 기자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