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개봉한 영화 ‘끝까지 간다’에서 조진웅(37)은 속된 말로 존재감의 끝을 보여줬다. 첫 등장부터 강렬했고, 압도적이었다.
유일한 목격자이자 ‘절대악’ 형사 박창민으로 분한 그는 몸을 크게 쓰지도, 육두문자를 남발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절대 공포를 주는 캐릭터였다. 공기를 가르는 중저음의 목소리, 날카로운 눈빛, 단호한 손놀림 하나만으로도 그는 완벽하고도 견고한 악역이었다. 기존 한국 영화에서 고군분투하던 그들과는 사뭇 달랐다.
특히 이선균과 처절하게 뒤엉켜 치고 받는 액션신은 영화의 매혹적인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이 장면 또한 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고 하니 또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끝까지 간다’는 한순간 실수로 절체절명 위기에 처한 형사 고건수(이선균)가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은폐하지만 정체불명 목격자 창민(조진웅)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그렸다.
쫄깃한 긴장감과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유머, 통쾌한 재미로 흥행이 예고됐던 작품이다.
언론시사 후 평단의 반응은 뜨거웠다. 호평세례였다. 배우들은 고무됐고, 흥행에 거는 기대도 컸다. 비록 톰 크루즈(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벽은 넘지 못했지만, 개봉 2주차부터 “이선균의 팔딱거림과 조진웅의 카리스마에 눈을 뗄 수 없었다”는 입소문이 일었다.
“이선균과 케미가 너무 좋았다. ‘술 사달라’고 자주 졸랐다”며 껄껄 웃는 조진웅을 만났다.
“화장실 안 가면 된다. 팝콘을 사들고 관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먹을 타이밍이 없는 영화다”
▶ 고생이 많았겠더라.
“55회 차로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진행해 두 달 반이었다. 고생은 이선균씨가 많이 했다. 형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
▶ 촬영 중 가장 힘들었고 공들었던 장면은 역시?
“마지막 장면이다. 콘셉트를 세우는 것이 중요했다. 몇 번 만에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기 보다는 여러 번 촬영하면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그 장면을 만들어갔다. 팔에 매달리는 장면을 찍고 나서 뻐근할 정도였다.”
▶ 문신 장면 때문인지 전직 조폭이나 가짜 경찰인가 싶기도 했다. 잠깐.
“극중 역할 설정이 UDT 출신이다. UDT도 충분히 문신을 새길 수 있다. 타투는 여성들이 예쁜 문양으로 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조폭들이 많이 한다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군도’ 촬영 때도 작업하는 친구가 타투이스트였는데, 디자인이 다양했다. 이제는 하나의 문화 같다. 극중 역할이 전직 조폭이거나 가짜 경찰인 것은 아니다.”
▶ 악역인데 차분하고 점잖아서 더 섬뜩했다. 어떻게 연구했나.
“처음 시나리오에는 욕도 많이 하고 거칠게 표현돼 있었다. 감독님과 여러 방면으로 얘기를 나눈 결과다. 극중 만나게 되는 고건수라는 인물은 상대가 되지 않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달래거나 회유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불법사업을 하는 악역일지라도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은 아니다. 고건수가 고등어처럼 제 앞에서 팔딱거리는 것을 보는 데 짜릿했다.”
▶ 배역을 위해 체중관리를 했나.
“아니다. 오히려 이 몸을 이용했다. 앞으로 배역에 따라, 혹은 내가 원할 경우 체중 관리를 할 의향이 있다.”
▶ 범죄액션극을 표방하지만 곳곳에 블랙 코미디 같은 요소가 많더라.
“코미디로는 설명할 수 없다. 상황이 주는 코믹함은 있겠지만, 내용 자체는 코미디라 할 수 없다.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웃음을 유발할 수도 있다. 칸 영화제에서도 외국인들의 반응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문화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영화를 객관적인 극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관객들은 기존의 배우 이미지의 연장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은 작품만을 놓고 평가하는 것 같다. 경성대 연극영화과 재학시 절 영화를 볼 때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현재는 예를 들어 이선균이라는 배우 이미지의 이미지의 연장으로 영화를 봐야할 때도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내가 인식해야하는 영화의 현주소라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티켓파워도 있기 때문이다.”
“언제 등장하느냐는 상관없다. 캐릭터가 정말 재밌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감독님께 나를 왜 캐스팅했는지 여쭤보지 못했다. 내 본 모습과 비교해보니 이 역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 영화 제목이 원래 ‘무덤까지 간다’였다고?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1위를 한 작품이다. 그 때는 ‘바디(body)’라는 제목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끝까지 간다’라는 제목이 더 좋은 것 같다.”
▶ 그야말로 핸드메이드 액션이다. 호흡을 맞춰봤나.
“그렇다. 무술 감독, 촬영 감독 등 다 상의해봤다. 안전상의 이유도 있다.”
▶ 두 사람의 케미가 술에서 비롯됐다고?.
“처음 촬영했을 때 원하던 만큼 잘 나오지 않아서 맥주 마시고 그 다음날 촬영했다. 많이 고민하고 신경 쓰고 상의도 많이 했다. 술 덕분에 돈독해진 면도 있었다”
▶ 술은 누가 더 센가.
“(선균이 형도) 잘 드신다. 난 술에 많이 취하면 뻗는데 선균이 형은 한 번도 취한 모습을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항상 내가 먼저 뻗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술을 좋아하고 즐긴다.”
▶ 칸에 감독만 갔는데, 아쉽지 않았나.
“엄청 후회된다. 유럽, 미국도 못 가봤다. 아내와 함께 배낭여행 식으로 가면 좋았을 것 같다.”
▶ VIP 시사에 온 아내의 반응은.
“재밌게 봤다고 했다. 12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재밌었다고 했다. 또한 ‘오빠가 나와서 보는거야’라고 덧붙였다. 솔직한 사람이다. ‘잘했네. 고생했네’라고 말했다.”
▶ 주변 배우들의 평가는 어땠나.
“장현성 선배님이 VIP 시사회에 오셨는데 말씀 안 하시고 감탄의 제스처를 취했다. 감사를 표했다. 차태현도 ‘잘봤다’며 힘을 실어줬다. 영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줄 때 좋았다.”
▶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어땠나.
“겉보기에 똑똑해보이거나 젠틀한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내제된 광기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 유독 평단의 호평이 많았다.
“기자들에게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은 적은 나도 처음이다. 말씀만 들어도 기분이 좋았다. 인사치레인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달랐다.”
▶ 이선균씨도 인터뷰에 열정적으로 임했던 것 같다.
“이선균은 까칠하다는 평가를 본 적이 있다. 건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다. 내가 그렇게 이야기하지 말고 성심성의껏 하라고 조언한 적도 있다. 이선균은 나름대로 성의를 다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처음에는 그를 오해했었다. 그리고 작업할 때는 형(이선균)이 혼자서 70~80% 열성적으로 이끌고 간다. ‘이것이 바로 배우의 가진 열성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 (이선균 보다) 동생 같지 않다.(웃음)
“피부가 좋아 보이는 것은 다 메이크업이다.(하하하)”
▶ (서로) 통화는 자주 하나.
“통화보다는 실시간으로 카톡을 한다. 형(이선균)이 손을 꼭 잡으면서 ‘수고했다’고 말하더라. 이제는 숫자가 영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코어가 중요하긴 하지만 낮다고 해서 그 영화가 좋지 않은 건 아니다. 이런 인식들은 작업하는 당사자들부터 가져야하지 않을까.”
▶ 연기할 때 미친 존재감이란 이미지 때문에 부담감은 없었나.
“부담 갖는 것에 대한 유무는 연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나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사람들의 기대감은 좋고 앞으로도 즐길 줄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담감은 동료들과 함께 풀어야한다.”
▶ 멜로는 한 적 없지 않나.
“멜로 비슷한 것은 했었다. 새드(sad)한 느낌의 멜로를 해보고 싶다.”
▶ 예능에서 의외의 웃음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관심은 있지만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작품에 영향을 미치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종종 라디오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재밌었다. ‘컬투쇼’ 출연했을 때 컬투 형들을 만나봤는데 옆 중대 형들 같았다. 정말 재밌었다.”
▶ 뮤지컬에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목소리가 멋지잖나. 러브콜은 없나.
“엄청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온다.(웃음) 학교 때 뮤지컬을 경험한 적 있는데, 성대가 약하다는 걸 깨달았다. 당시 리허설 할 때도 목이 상할까봐 나만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파파로티처럼 타고난 사람이 음악을 하는 것 같다. 술, 담배 다 끊고 트레이닝을 오래한다면 가능할까?(웃음) 배우는 조승우를 좋아한다. 무료로 표를 주기 때문이다.(웃음)”
▶ 결혼 후 얼굴이 더 좋아진 것 같다.
“‘맞다. 안정감이 생겼다. 연애할 때도 안정감은 있었지만, 결혼 후에는 정체성이
▶ 충무로의 대세다. 올해 ‘군도’ ‘명량’ 개봉도 앞두고 있다.
“다작을 해도 극명한 캐릭터를 하다 보니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10년간 무명생활을 하다보니 흥행에 무덤덤해지더라. 재미있는 걸 평생 하고 싶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사진=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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