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 단연 돋보이는 민폐 캐릭터…’추노’의 민폐언년
물론 2010년 만들어진 ‘추노’ 이전에도 민폐 캐릭터는 넘쳐났지만 ‘민폐언년’이라는 별칭까지 만들어낼 만큼 언년이(이다해 분)의 존재감은 컸다. 심지어 언년이 민폐 24종 리스트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드라마의 주 내용은 대길(장혁 분)이가 언년이를 찾아 다니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언년이를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고 끝내 주인공인 대길이도 죽음을 맞이했다. 남자 중심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인 언년이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언년이를 중심으로 많은 논란까지 일어나면서 진정한 민폐 캐릭터가 됐다. 초반에 도망자 신분인 언년이의 화려한 화장과 네일이 칠해져 있는 손이 문제가 됐고 이후에는 뜬금없는 노출신과 키스신으로 뭇매를 맞았다. 여기에 노출장면에 모자이크까지 더해져 논란이 됐다. 안팎으로 언년이는 민폐녀가 됐다.
◇ 어장관리의 정석 ‘발리에서 생긴 일’ 이수정 VS ‘패션왕’ ‘남자가 사랑할 때’ 이가영
어딘가 짠한 재벌 2세 정재민(조인성 분)과 가난하지만 똑똑하고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 인욱(소지섭 분) 사이에서 이수정은 갈팡질팡한 행보를 보였다. 돈과 사랑을 저울질 하는 것으로 보였던 이수정이었기 때문에 공감을 얻기도 했지만 마지막회, 진짜 사랑했던 것이 재미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반전을 선사했다. 덕분에 질투에 눈이 먼 정재민으로 인해 세 사람은 한 운명처럼 죽음을 맞았다.
‘발리’를 집필한 이선미, 김기호 작가가 8년이 지난 뒤 내놓은 ‘패션왕’도 마치 타임워프를 한 것같이 신세경을 둘러싼 유아인, 이제훈의 삼각관계를 그렸다. 힘들었을 때부터 함께 해 온 강영걸(유아인 분)을 먼저 좋아했지만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재벌2세 정재혁(이제훈 분)에 대한 인연도 놓지 않았다. 다만 ‘발리’보다는 촘촘하지 않은 심리 묘사로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뿐만 아니라 신세경은 이후 ‘남자가 사랑할 때’에 출연해서도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역할을 맡아 어장관리의 신진세력으로 등극했다.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는 서미도 캐릭터로 분한 신세경은 송승헌가 연우진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행보를 보였다.
◇ 해맑아서 더 욕먹은 ‘꽃보다 남자’ 금잔디-‘브레인’ 윤지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는 네 명의 꽃미남의 사랑은 얻었지만 시청자들의 사랑을 잃은 대표적인 캐릭터다. 캔디형 캐릭터가 이젠 전형적인 민폐 여주인공이 되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준 경우일 것이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물론 정의를 들먹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오지랖으로 미움을 받게 됐다. 여기에 서민 설정에 안 맞는 화려한 패션과 식욕을 떨어뜨리는 먹방(먹는 방송)이 보는 이들을 힘들게 했다.
의학 드라마 ‘브레인’은 신하균을 위한 드라마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허술한 극본도 소생시킨 신하균의 연기가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뜬금없이 펼쳐지는 러브라인을 뭇매를 맞았다. 특히 최정원이 맡은 윤지혜 캐릭터는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따뜻한 의사지만 매듭 하나 제대로 못 묶는 실력 없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혈압을 상승시켰다.
◇ 제발 가만히 있어 ‘각시탈’ 목단 VS ‘개늑시’ 김지우 VS ‘쓰리데이즈’ 윤보원
‘각시탈’에서 진세연이 맡았던 목단이 캐릭터는 독립군의 딸로 태어나 독립 운동을 이어가는 여성으로 무술 실력까지 갖춘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강토(주원 분)과 기무라 ??지(박기웅 분)의 갈등을 빚어내는가 하면 매번 독립운동을 하다가 붙잡혀 경찰서를 제 집처러 드나든다. 목단을 구하기 위해 강토가 나서는 일이 빈번하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하 ‘개늑시’)에선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사랑스러운 캐릭터인 지우 역을 남상미가 맡았다. 하지만 이준기의 복수에는 걸림돌이 되면서 시청자들의 미움을 받게 됐다. 복수를 위해 케이라는 가짜 이름으로 위장해서 살아가는 이수현의 정체를 지우는 눈치챘다. 남의 속도 모른 채 “수현아”라고 부르는 지우의 모습에 시청자들을 뒷목을 부여잡았다.
가장 최근 작품인 ‘쓰리데이즈’에서 순경 윤보원 역으로 출연한 박하선은 허술한 수사 감각으로 분통을 터트리게 만들었다. 남다른 정의감으로 거대 사건을 함께 추적하고 있지만 늘 적에게 노출되는 것은 물론 추적의 실마리를 제공하면서 한태경(박유천 분)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여기에 어색한 연기까지
충무로는 물론 안방극장도 남풍 현상은 2014년인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민폐 여주인공의 등장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여성 캐릭터 중심의 작품이 만들어진다면 민폐 여주인공이 아닌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