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영화 '하이힐'의 초반부와 후반부 느낌은 비슷하다. 몸 좋은 차승원에게 꼭 맞는 신처럼 액션이 돋보인다. 야수의 본능적인 그것처럼 날카로운 그의 눈빛과 주먹, 발길질은 우악스럽다. 하지만 핏빛 가득한 액션만으로 이 영화를 설명할 수는 없다. 정체성의 혼돈을 느끼는 남자의 눈물겨운 사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여성성을 감추려고 더욱더 잔인하게, 또 거칠게 상대를 제압하는 형사 지욱(차승원). 외면에서 드러나는 근육질 남성에 더해 그의 행동과 폭력성은 거칠어져 가는데, 그럴수록 관객의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지욱은 어렸을 때 발견한 여성성을 감추고 남자답게, 가장 거친 곳이라 할 수 있는 해병대를 나오고 강력계 형사로 살아왔으나 결국 자신의 본래 성을 포기하기로 한다. 하지만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의 악당 조직은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여성이 되기로 결심을 굳히고 수술을 받으러 외국으로 떠나려 했으나 흔들리고 마는 지욱. 사건 해결에 여러모로 도움을 줬던 장미(이솜)의 존재 때문이다.
'장진의 작품이 맞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의 감각적인 액션은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 '아저씨'를 마주했을 때의 쾌감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상응하는 액션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장진의 특기인 번뜩이는 재치가 영화 보는 맛을 더한다. 가령 초반부 술집의 한 장면에서 하늘에 칼이 떠 있는 부분은 느리게 돌리고, 지욱이 조직의 큰회장(송영창)을 연달아 구타하는 부분은 빠르게 돌리는 것이다. 지욱을 멋지게 바라보는 조직의 작은 회장 허곤(오정세)이 과거 자신이 봤던 멋진 지욱의 우산 액션을 따라하는 장면 등도 장진 감독의 특기가 담긴 웃음 포인트다.
차승원은 섬세한 감정선을 잘 유지해 극을 이끄는 주축으로, 역할을 100% 해냈다. 눈빛과 손짓, 행동 하나하나 놀랄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차승원의 여장은 관객을 피식거리게 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영화는 더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꽝'이다. 하지만 그 미묘한 차이를 잘 살린 감독의 연출이나 배우의 연기 덕분에 우려한 것과는 달리 괜찮은 만듦새를 보인다. 마초 같은 남자배우 차승원을 오래 지켜보면서 여성성을 발견했다는, 언뜻 이해할 수 없었던 장진 감독의 자신감이 제대로 빛을 발했다.
극이 전개되면서 늘어지고 지루한 지점도 있긴 하지만 배우들의 코믹 연기나 액션, 궁금증 유도로 아쉬운 부분을 잘 포장했다. 지욱과 장미와의 관계가 드러나고 결말을 모호하게 보이게 만들어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게 만든 점도 특기할 만하다.
여성성을 확실하게 나타내는 '하이힐'이라는 제목은 정말 잘 지었다. 하이힐 신은 차승원, 궁금하지 않은가. 125분. 청소년 관람불가. 6월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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