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뮤지컬 ‘헤드윅’ 한국 공연이 올해로 벌써 10주년이다.
‘헤드윅’은 1998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2005년 처음 국내에 소개됐다. 오만석 조승우 김다현 송영진 등 네 명의 초연 멤버를 비롯해 총 18명의 헤드윅이 일명 ‘헤드헤즈’(‘헤드윅’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별칭)라 불리는 마니아 집단을 이끌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신인 배우들의 등용문이자 스타 탄생의 발판으로 불릴 정도로 다수의 톱스타들을 배출했다.
특히 올해에는 10주년을 맞아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역대 가장 인기 많은 헤드윅으로 꼽히는 조승우를 비롯해 가장 아름다운 헤드윅으로 불리는 김다현, 역대 가장 많은 시즌에 참여한 ‘베테랑’ 헤드윅 송영진, 가장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던 박건형, 여기에 최연소 헤드윅인 송승원까지 합세했다.
조승우는 전작 SBS 드라마 ‘신의 선물’ 종영 후 휴식도 과감히 버렸다. 김다현은 출연을 검토 중이었던 KBS 드라마 주연까지 내려놓았다. ‘헤드윅’을 향한 이 같은 애정은 비단 배우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가장 두꺼운 마니아층을 형성해온 뮤지컬인 만큼 관객들의 호응 또한 예상치를 넘어섰다.
예매가 시작 일인 오늘(9일), 벌써부터 ‘헤드윅’ 관련 검색어가 온라인을 점령하는 등 그 반응이 뜨겁다. 현재 ‘헤드윅’ 예매가 예정된 인터파크 티켓 사이트는 아직 오픈도 되지 않았지만 예매를 기다렸던 팬들의 눈치싸움은 치열하다. 티켓 판매를 이미 시작한 YES 24의 경우 ‘헤드윅’이 시작되는 5월 13일, 14일, 15일 등의 예매가 이미 완료됐다.
이처럼 관객과 배우들 모두를 중독시킨 ‘헤드윅’의 매력은 무엇일까?
일단 파격적인 소재와 형식에서 시선을 끌고, 들여다보면 철학적인 메시지를 강렬하게 담고 있어 여운이 있다. 가벼운 듯 무겁고, 화려한 듯 소박하고, 생소하지만 따뜻하다.
음악이 주는 다양함도 빼놓을 수 없다. 록 음악도 아름답고 부드러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인상적인 가사는 감동을 더한다. ‘내가 바로 그 베를린 장벽, 어디 한번 나를 허물어봐라’는 가사의 넘버 ‘Tear Me Down’은 성소수자로 하나의 장벽처럼 살 수밖에 없던 경계인의 삶을 노래한다. ‘The Origin of Love’에서는 영혼의 짝을 찾는 인간의 근원에 대한 철학적 물음을 던진다.
같은 헤드윅을 연기하더라도 누가 맡느냐에 따라 그 색깔이 확연하게 달라진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역대 ‘헤드윅’에 출연했던 모든 배우들이 서로 다른 닉네임을 가질 정도로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다. 가창력은 기본, 대사와 연기, 여장 등 한 공연 안에서 배우가 소화해야할 게 많아 최고 난이도 뮤지컬로 통하기도 한다. 일단 무사히 공연을 마치기만 해도 실력은 검증되는 셈이다.
‘트랜스젠더’를 다룬다는 이유만으로도 관객들, 그리고 배우들에게 ‘헤드윅’은 낯선 존재였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이제는 ‘공감, 치유’의 상징이 됐다. 다양성이 부족한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할 논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게 ‘헤드윅’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닐까.
‘헤드윅’은 5월 13일부터 9월 28일까지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제작사인 쇼노트가 ‘헤드윅’ 미국 새 버전 도입을 위해 당분간 오리지널 버전 공연의 제작을 선보이지 않겠다고 선언해 추억이 될 수도 있는 공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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