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신의 선물-14일’(극본 최란 연출 이동훈) 첫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다양한 후기가 쏟아졌다. 그 중 한 시청자가 남긴 소감은 추리 스릴러 장르 드라마가 성공적으로 안방 깊숙이 자리매김 했음을 상징한다. 게다가 ‘타임 워프’까지 더해졌다니, 시청자 입장에선 꽤나 신선함을 느낄 법하다.
두 주인공 이보영과 조승우 역시 작품 선택에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고 했다. 제작발표회 당시 이보영은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평소 무엇보다 장르물을 되게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미드같은 그런 드라마가 나올 것 같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승우도 “시놉시스와 대본을 봤는데 너무나 새로웠다. 무엇보다 월화에 이런 소재, 이런 장르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놀랐다”며 “의미있는 작품이 될 것 같고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청률 경쟁에만 골몰하는 현 방송 세태에서 뚝심있게 작품을 전개해가고 있는 ‘신의 선물’이다.
▶ 대상 배우들의 일품 명연기
이 드라마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대상 배우들의 명연기다. 이보영은 2013년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대상을 받았다. 조승우는 2012년 ‘마의’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상 수상자인 두 배우가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신의 선물’에서도 그들의 연기는 여전히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배우들의 명연기 앞에서는 “떡밥만 던지면 범인이 드러나느냐”는 애청자들의 푸념도 고개를 들 수 없다. 딸을 잃을까 노심초사하는 엄마의 심정과 범인을 잡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지를 그려내는 이보영, 그 옆에서 그녀를 보호하며 자신의 운명에도 맞서 싸우는 분노를 표현하는 조승우.
그들의 열연에 한 시청자는 “흡인력 있는 연기가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매우 자연스러워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보영 연기의 백미는 스튜디오에서 유괴범과 통화가 이뤄지는 장면.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샛별이 목소리라는 것을 안 그녀는 눈물로 딸을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유괴범에게 말이 통하지 않자 이내 울분을 토하며 협박하는 모습으로 돌변하는 연기는 모든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 장면을 본 한 시청자는 “딸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너무나 섬뜩했다. 심장이 철렁거리는 한편 눈물을 흘리면서 봤다”며 감탄했다.
조승우는 감옥 면회실에서 형과 조우하는 장면을 통해 대배우의 힘을 과시했다. 형이 자신의 연인 이수정을 죽인 범인이라 확신하는 그는 슬프지만 위압적인 눈물로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 전라도 무진의 호숫가에서 샛별이를 위해 기타를 퉁기며 ‘마법의 성’을 부르는 대목은 애잔한 감정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이날 방송을 본 한 시청자는 “자연스러운 전라도 사투리에다가 위압적인 카리스마까지. 조승우의 연기를 TV로 볼 수 있는 것이 영광”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저조한 시청률, 이유는?
이 드라마는 첫방송에서 6.9%(닐슨코리아 집계)의 시청률을 기록한 후 꾸준히 9%대의 시청률을 넘나들고 있다. 시청자들의 반응에 비해 저조한 기록이다. 두 자릿수 시청률을 넘긴 것은 8회 방영분이 기록한 10.6% 뿐이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장르의 한계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장르 드라마는 처음부터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
그러나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다. 앞서 말했 듯이 ‘새로운 장르와 소재로 도전하는 모습’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청자들의 반응을 무시할 수는 없다. 다소 부족한 전개 과정에 대해 시청자들의 아쉬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시청자 게시판에는 “개연성 부족한 전개에 머리가 아플 지경” “이야기만 잔뜩 풀어놔서 정신이 없다” 등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드라마 평론가 또한 “드라마 전개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충분히 설명해야 할 부분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고, 여러 단서와 사건이 얽혀 산만한 느낌”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앞으로 남은 4회분에서 풀어놓은 단서들을 어떻게 수습해 가느냐에 따라 시청자들의 반응도 엇갈릴 것은 분명해 보인다.
▶ 숙제 남긴 ‘신의 선물‘의 도전
유명 블로거는 “최근 흥행에 성공하는 드라마는 복합장르의 형태를 취한다”고 말했다. ‘신의 선물’ 또한 타임 슬립이라는 판타지에 추리스릴러 요소를 접목해 긴장감을 자아내는 복합장르다.
다만 여전히 많은 시청자들이 숨 막히듯 빠른 전개와 한 순간도 놓쳐서는 안 되는 구성에
앞으로 꾸준히 ‘신의 선물’과 같은 작품이 등장해 부족한 부분을 메워가야 할 것이다.
16부작으로 예고된 ‘신의 선물-14일’. 앞으로 종방까지 4회분이 남았다. 짧은 호흡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유도해내며 반전의 묘미를 어떻게 선사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