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이름에서 달콤함이 물씬 묻어나는 여성듀오 랄라스윗. 멤버들의 얼굴에서도 역시나 상큼한 향기가 묻어났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은 이런 생각을 한 사람들을 무색하게 할 만큼 씁쓸했다.
무려 2년 4개월 만에 정규 2집을 발표한 랄라스윗은 얼마나 달라져있을까. 이들은 그 기간 동안 오히려 더 진지해졌다. 앨범 수록곡들이 이들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너의 세계’라는 타이틀처럼 자아에 대한 고민들을 앨범 속에 녹여낸 셈이다.
“첫 앨범을 내는 기분이었어요. 중간에 EP를 만들려고 했는데 데모들이 EP에 들어가는 것보다 정규에 들어가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더 오래 걸렸죠. 사실, 그보다는 어떤 음악을 만들지 고민했던 시간들이 많아서였던 것 같긴 해요.”
지난 앨범 ‘비터스윗’(Bittersweet)에 비해 이번 앨범은 랄라스윗의 ‘진짜’ 색깔을 더 또렷하게 볼 수 있다. ‘사랑’ 이야기로 채워진 지난 앨범에 비해 철저히 30대에 들어서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전 앨범에서 하고 싶은 걸 많이 했는데도 불구하고 제 자리를 찾지 못한 느낌이었어요. 공백 기간 동안 우리의 색을 또렷하게 만들기 위한 길을 걸었죠. 우리가 가장 하고 싶은 음악을 하자고 했어요.”
자전적 내용의 타이틀곡 ‘오월’을 비롯해 성장의 고통을 이야기한 ‘앞으로 앞으로’ 등 이를 전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너의 세계’에 담아냈다. 가사에서 느낄 수 있듯 이번 앨범의 시작은 불안감으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그 결과, 이들의 세계는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세계와 공감대를 형성했다.
“우리 둘 다 긍정적인 성격은 아니에요. 유난히 이번 앨범에 그런 가사가 많죠? 우리가 하는 일이 불안하고, 지금 그런 시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뿐만 아니라 또래들도 그런 생각을 가장 많이 할 때인 것 같고요.”
그저 자신들의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크게 이질감 없이 다가왔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랄라스윗이 직접 손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타이틀을 미리 정해놓은 상태에서 이를 상징할 만한 오브제를 찾던 중 ‘행성’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이다.
“회사 워크숍을 일본 오키나와로 갔어요. 녹음 기간 중이었는데 그 곳에서 일을 하면 놀러간 거라는 죄책감(?)이 덜하지 않을까 싶었어요(웃음). 앨범에 들어갈 트랙이 정해진 상태에서 어떤 사진이 들어가면 좋을지 미리 생각해뒀죠. 주변의 모든 것들을 최대한 일상적인 느낌으로 찍으려고 노력했어요.”
가사만큼 사운드도 성숙해졌다. 이전에 어쿠스틱 사운드를 선보였다면 이번 앨범을 통해 밴드로서의 모습을 띄려고 시도했다. 프로그래밍, 스트링 퀄텟, 플루트, 오르간 등 다양한 소리를 더한 것은 물론, 보사노바 풍으로 편곡한 ‘말하고 싶은 게 있어’가 바로 그것이다.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분야라서 녹음하고 합주하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밴드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그동안 시행착오가 많이 있었죠. 그 과정을 통해 이런 음악들이 나왔고,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거예요. 단, 우
2년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서른의 성장통을 겪고 나온 랄라스윗의 ‘너의 세계’는 비단 그들만의 세계는 아니었다. 그 시기를 겪은 이들, 앞으로 겪을 이들, 그리고 현재 그 시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세계’를 들려준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