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촬영 전엔 그저 남일이라고만 생각했다.”
늘 코믹하고 친근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도맡아왔던 배우 김인권이 이번엔 180도 변신했다. 참혹한 북한의 어두운 이면을 담은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을 통해서 말이다.
‘신이 보낸 사람’은 북한의 지하교회 실태를 생생하게 그리며 감춰졌던 어두운 이면을 리얼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나면 먹먹함이 밀려온다. 우리가 알고 있던 현실보다 더 참혹하고 암담한 북한의 현실이 리얼하게 그려지면서 씁쓸함을 자아내는 것이다. 특히 극 중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고문을 당하기도 하고 지하 동굴에서 교인들과 함께 몰래 예배를 드리는 김인권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새롭다.
↑ 사진=김승진 기자 |
김인권이 ‘신이 보낸 사람’ 출연을 결심하고 크랭크인을 기다릴 시기는 영화 ‘전국노래자랑’ 촬영 후반부와 겹치는 시기였다. 애매하고 복잡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전국노래자랑’ 제작자인 이경규의 배려로 김인권은 탈 없이 ‘신이 보낸 사람’에 합류하게 됐다.
“이경규에게 정말 고맙다. ‘전국노래자랑’ 촬영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였는데 이경규에게 영화에 대해 설명하니 흔쾌히 허락해줬다. 이전에 왕 역할 제의가 들어왔을 땐 나보고 ‘그걸 뭣하러 하냐’고 말했었는데 이번엔 꼭 하라고 하더라.”
극 중 죽은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자유를 찾아 탈북을 주도하는 인물 철호 역을 맡은 김인권은 실화 바탕으로 하는 만큼 누가 되면 안되겠다는 심적 압박감과 부담감이 있었다. 이외에 사투리 연기와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고충이 컸다.
“나름 사명감이 컸다. 재밌어서 참여한 건 아니다. 마음이 복합적이었다. 사투리는 북한 관련 영화에 다수 참여한 백경윤 선생님에게 배웠다. 제일 힘들었던 촬영은 영화 첫 장면인 고문씬이다. 눈앞에서 아내가 구타를 당하니 장면이다 보니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촬영하다가 중간에 중단한 적도 있었다.”
↑ 사진=김승진 기자 |
“그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탈북자에 대한) 심한 이야기가 나오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외면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참여가 무서운 것 같다. 이번에 영화를 하고나니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 종종 사회문제로도 다뤄지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다.”
김인권은 다작 배우로도 꼽힌다. 그는 영화 ‘아나키스트’ ‘플라스틱 트리’ ‘숙명’ ‘방가?방가!’ ‘퀵’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전국노래자랑’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 다양한 역을 소화했다. 이렇게 끊임없이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김인권에게 배우로서 잘 가고 있는 것 같은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매번 배우로서 잘 가는 길을 과거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데 나 같은 배우가 없는 것 같다.(웃음) 아직까지 배우로서 매력이 없는 걸 잘 안다. 내 나이대에 비해 배우로서의 매력을 갖추기 전인 것 같고, 배우의 길을 들어섰다고 스스로 생각 안 한다. 배우가 가져야 되는 매력적인 차원까지 올라서려면 경험, 연륜 등이 필요하다는 거 안다. 그래서 지금은 그 길을 가기 위해 여기도 부딪혀 보고 저기에도 부딪혀 보며 경험을 쌓는 중이다.”
↑ 사진=김승진 기자 |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