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여자 아나운서들이 결혼과 함께 방송사를 속속 떠나고 있다.
엄청난 경쟁율을 뚫고 아나운서가 됐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결혼을 발표하고 회사를 떠나는 분위기다. 물론 결혼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아나운서들이 많다. ‘일 할 환경이 더 좋아졌는데도’ 최근 결혼 후 퇴사하는 아나운서들의 소식이 더 자주 들려온다. 왜 일까.
문제는 한참 키워놓은 ‘대세 아나운서’들이 회사 문을 나서고 있다는 데 있다. KBS 간판 아나운서였던 노현정 강수정 아나운서는 전성기 때 결혼과 함께 회사를 떠났다. 노현정 아나운서의 경우 내조에 전념하기 위해, 강수정 아나운서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위해서였다. 회사는 허탈해했다.
정지영, 최은경, 박지윤, 문지애 아나운서도 결혼 이후 다니던 방송국을 퇴사해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떠날 때는 모두 각기 다른 이유였지만, 현재는 모두 방송에서 활동 중이다.
앞서 KBS ‘9시 뉴스’ 앵커로 활약했던 황현정 아나운서도 2001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사장과 결혼 이후 5개월만에 사직서를 제출, 아쉬움을 남겼다. ‘야구여신’ 김석류 KBSN 아나운서도 김태균 선수와 결혼을 발표한 후 미련없이 회사를 정리했다.
대부분 결혼을 앞두고 퇴사하거나, 결혼 이후 내조와 육아·학업(꿈)을 이유로 퇴사를 결정했다. 지난해는 유재석과 결혼한 나경은 아나운서마저 육아를 이유로 방송국에 사직서를 냈다. SBS 유혜영 아나운서도 5월 결혼 전 자기계발을 이유로 휴직했다.
박지성과 결혼하는 SBS 김민지 아나운서 역시 3월 퇴사의사를 밝혔다. 박지성과 올 여름 결혼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결혼 준비와 함께 남편의 내조에 집중하기 위해 퇴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지 아나운서는 내달 7일로 퇴사날짜를 정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워낙 빅스타인 박지성 선수와 결혼하기 때문에 노출이 많은 방송활동이 쉽지 않을 것이다”며 “내조의 이유도 있겠으나 세간의 과도한 관심을 피하기 위함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전문 인력이 빠져나간다는 점에서도 손실이다. 여자 아나운서의 최근 몇년 간 경쟁율은 적게는 500대 1, 많게는 2000대 1이었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한 격인데, 아나운서의 성장과 교육에 총력을 기울인 방송국으로선 피해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결혼 후 살림과 육아를 함께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게 자기생활을 가지면서 시간활용에 좋다.
수입 면에서도 회사에 소속된 월급쟁이 아나운서 보다 다방면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금지됐던 광고나 행사 진행도 할 수 있게 된다. 종편과 케이블 등 일자리가 늘어난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여자 아나운서’ 특유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자신의 브랜드를 살려 ‘전문 방송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방송 관계자는 “여자 아나운서는 키우기
손미나 전 KBS 아나운서는 “여자 아나운서들이 한 남자의 아내로 은퇴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며 “오피니언 리더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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