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2014년 극장가, 여느 때보다 뜨겁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과는 다른 속이거나 사건이 일어나도 누구도 밝히려 하지 않고, 속으로 감춰진 진실을 끄집어낸 영화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변호인’은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실제로 1981년 제5공화국 정권 초기 부산에서 벌어진 부림사건(부산의 학림사건)을 다룬 ‘변호인’은 변호사 송우석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모티브로 재구성했다.
‘정치색이 짙은 영화’ ‘노무현 미화 영화’ 등 영화 외적으로 주목받았던 ‘변호인’은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낳으면서도 평점테러, 티켓테러 등으로 여러 차례 몸살을 앓았다. 그럼에도 개봉 이후 직접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 호평이 쏟아지고 묵직한 메지지에서 오는 공감대로 관객을 매료, 새해 첫 천만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변호인’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은 “우리 사회도 이런 픽션을 만들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직접 겪어온 역사를 가장 잘 알려주는 좋은 방법은 한 사건에 관여한 인물을 통해 알려주는 게 적합하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직장 내에서도, 그 누구도 밝히려 하지 않았던 진실을 수면 위에 떠올려 노동자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또 하나의 약속’은 영화를 본 관객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노동자의 현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이 영화 역시 개봉 전부터 애매한 상영관 배정과 예매취소 사태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일각에선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추측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김태윤 감독은 “어떤 영화가 사회적으로 민감하다고 해서 만들 수 없는 사회라면 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에게 작품을 만드는데 제약이나 걸림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또 하나의 약속’을 만들게 됐다”고 제작 이유를 밝혔다.
자유, 희망, 믿음 그 어느 것도 존재하지 않는 북한의 참혹한 현실을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신이 보낸 사람’은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뤘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가혹한 고문을 당하는 모습으로 충격을 선사하며 생생하게 북한의 냉혹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교적 자유가 허락되지 않고,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는 북한은 신앙을 지켜나가는 사람이 발견되면 즉결처형이나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된 노동과 학대를 당하며 평생을 고통스럽게 살아야 한다. 이런 참혹한 현실을 그대로 고발하듯 영화는 고문, 폭행, 처형당하는 다양한 장면을 통해 이야기를 전한다.
김진무 감독은 북한 인권을 소재로 영화를 제작한 이유에 대해 “사회파 영화에 관심이 많다. (북한 인권 등) 이런 이야기를 알려야한다는 감독의 일말의 사명감이 있었다. 그래서 제작하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할리우드에서도 인권을 다룬 영화가 등장, 관객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영화 ‘노예 12년’은 자유로운 바이올리니스트 솔로몬 노섭이 높은 보수의 공연을 제안하는 사기꾼들에게 속아 납치되어 12년 동안 플랫이라는 이름으로 노예생활을 하게 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스티브맥퀸 감독은 “현대인들과 ‘솔로몬의 용기와 자존심’이라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나누고자 했다”며 주체성과 신념, 희망을 놓지 않았던 한 사람의 12년간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실제 피해 노동자들의 생생한 모습과 목소리가 담긴 영화 ‘탐욕의 제국’은 고3이라는 어린 나이에 삼성 반도체 공장에 입사한 후 급성골수백혈병에 걸린 고(姑) 황유미 씨, 함께 삼성전자 LCD 공장에 입사한 후 6년간 근무, 소뇌부 뇌종양 진단을 받고 수술을 감행하였으나 그 후유증으로 시력, 언어, 보행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한혜경씨 모녀의 사연,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6년간 생산직 노동자로 근무 후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은 고(姑) 이윤정 씨의 투병 과정, 퇴사 후 유방암 발병 사실을 알게 되어 수술을 받은 후 현재는 ‘전자산업여성연구모임’에 참여하며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애쓰는 박민숙 씨의 모습 등을 담았다.
이 영화는 실제 삼성 반도체 피해 노동자들의 사연은 물론, 그 피해자들의 아픔 그리고 죽음을 규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까지 묵묵히 기록해내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영화들이 다양한 시점에서의 ‘인권’을 다루며 사회 이면에 감춰진 추악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특히 이는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에 대한 다양한 시사점을 안겨주거나 노동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억울한 죽음을 외면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대
한 영화관계자는 “언젠가부터 (영화를 통해)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요즘은 제작자들도 이런 이야기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화지만 알려지지 않았던, 못했던 이야기에는 분명 그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다”고 밝혔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