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무대가 미치도록 그리웠어요.”
씨클라운이 돌아왔다. 2013년 4월 세 번째 미니앨범을 발표했으니 무려 10개월 만이다. 아이돌로서 꽤 긴 ‘쉼표’였다.
2012년 EP ‘Not Alone’으로 데뷔한 씨클라운은 만 2년, 햇수로 3년째 활동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으로서 한창 싱싱하게 영글 때다. 그동안 싱글 및 미니앨범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다짐했지만 씨클라운의 지난 2년은 짧다면 짧지만 가끔은 지칠 법도 한 질곡의 시간이었다.
뜻하지 않은 우여곡절을 뒤로 하고 씨클라운은 신곡 ‘암행어사’로 2014년 시동을 제대로 건다. ‘사활을 걸다’는 표현이 꼭 맞을 듯 싶다. 변화도 감지된다. 거친 남성미가 전면에 배치된 만큼 이번엔 제대로 무대 위에서 ‘왕관’을 찜하겠다는 각오다.
13일 공개된 ‘암행어사’는 신사동호랭이 사단 작곡가(범이, 낭이, 알티)들이 만든 곡으로 강렬한 비트와 중독성 있는 후렴구, 여기에 씨클라운이 그간 소화해 온 모습과 달리 강렬한 ‘전사’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이번 곡은 일렉트로닉 힙합 장르의 곡으로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분들을 위해 씨클라운이 암행어사로 출두해서 학교폭력을 무찌른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그동안 멜로디컬하고 감성적인 어쿠스틱 장르만 하다 일렉트로닉 곡을 처음 받으니 우리가 이걸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죠. 그런데 점차 곡이 완성되면서 확신을 갖게 됐어요.”(티케이)
“이번에 콘셉트가 바뀌어서 솔직히 염려되는 점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이런 느낌은 그동안 저희도 해보고 싶었던 콘셉트이기도 하거든요. 새로운 모습으로 팬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큽니다.”(롬)
‘암행어사’를 더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는 팁도 있다. 노래 속에 등장하는 전화번호(010 8810 8615)를 누르면 씨클라운이 전화를 받는데, 사연을 남겨주면 씨클라운이 직접 그 곳을 찾아가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올 계획이다. 무작정 찾아가는 팬서비스의 범람 속에서도 그럴듯 하고 의미도 있는, 기막힌 아이디어다.
야심찬 컴백이지만 우려되는 점도 존재한다. 아날로그형 아이돌로 사랑받아온 기존 씨클라운이 만들어 온 캐릭터와 달리, 이번 변화는 여타 보이그룹과의 차별화 지점에선 다소 아쉽다. 갑작스러운 변화를 팬들-그리고 소리없이 씨클라운 음악을 지지해 온 불특정 다수 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씨클라운은 “일렉트로닉 힙합이지만 중간에 징 소리를 비롯한 한국적인 요소가 들어가고, 대중이 듣기에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이 가미된 곡이니까 재미있게 받아들이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들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었다.
특히 이들은 “노래만 들었을 땐 모를 수 있지만 퍼포먼스를 함께 보면 완전 다른 사람이 됐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변화를 통해 노래와 춤, 퍼포먼스가 어우러지는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됐다”고 스스로 한 단계 성장하게 된 지점을 덧붙였다.
컴백을 앞두고 하루 서너 시간 자는 것도 사치다. 하지만 ‘대한민국 아이돌로 산다는 것, 정말 힘들다’는 말에 돌아온 답변은 실로 인상적이다.
“솔직히 아이돌 가수로 사는 게 손에 꼽힐 정도로 힘든 일이라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데뷔 전, 컴백 전엔 이렇게 해야 우리 스스로 더 무대에서 만족하고 덜 실망할 거 같아요.”(티케이)
“데뷔 동기인 엑소와 빅스의 무대를 보며 자극을 받는다”고 솔직하게 밝힌 씨클라운은 아이돌 역사상 전례 없던 ‘베이비 부머’ 중 한 팀이다. 이들이 데뷔한 2012년,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소리 없이 나타났다 자취를 감췄다. 여기에 지난해와 올해 초 데뷔한 대형 신인들을 떠올리면 ‘낀 세대’이기도 해, 남다른 애환이 있을 법 하다. 하지만 씨클라운은 당당했다.
“저희와 비슷한 시기 많은 팀들이 데뷔했지만 막상 그 팀들을 떠올려 보면 단번에 생각나는 그룹은 별로 없더라고요. 그렇지만 씨클라운은 뭐랄까요, 약간 멋스러운 우리만의 색이 있거든요. 이번 활동을 통해 입지를 잡아서 멋스러우면서도 무대에서 잘 노는 그룹을 찾고 싶다 하시면 곧바로 씨클라운을 생각하실 수 있도록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일반 대중이 ‘아이돌’ 하면 거론될 수 있는 팀이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티케이)
“이번에 나올 때도 신인의 마음으로 준비를 많이 했어요. 활동량으로만 치면 요즘 나오는 신인들과 거의 똑같거든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요, ‘암행어사’를 통해 대중에게 어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레이)
음원 및 음반으로 집계되는 ‘성적표’에 대한 욕심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성적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는 것. 씨클라운은 생각보다 더 멀리 내다봤고, 그 시야는 꽤나 넓었다.
“음원이나 음악 프로그램 순위, 물론 중요하죠. 성적에 따라 우리 입지를 알 수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무대를 얼마나 잘 꾸미느냐에 따라 성적도 비례한다고 생각해요. 첫 무대를 통해 준비한 것을 정말 잘 보여드리고 싶어요.”(티케이)
기대만큼 빨리 뜨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이들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 꽤나 묵직한 생각을 갖고 있는 철 든 아이돌이었다.
“배우 분들을 보면 작품을 잘 만나서 한 번에 스타가 된 분도 계시지만 작은 배역부터 시작해서 몇십 년 만에 스타가 되는 분도 계시잖아요. 가수도 비슷하다 생각해요. 곡을 잘 받고 콘셉트를 잘 잡아서 갑자기 뜨는 팀이 있는 반면 내공을 쌓아오는 팀도 있죠. 저희의 기존 활동은 계속 쌓아오는 과정이었다 생각해요. 이후 대중에게 먹히는 콘셉트를 잘 잡아가면, 잘 될 그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빨리 뜨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우리만의 무언가를 잘 가지고 가려고 하고 있죠.”(티케이)
팀원들간 불화나 최악의 상황인 해체 위기는 단언컨대 없었다. 지난 해 소속사 회장(故 변대윤 예당엔터테인먼트 회장)의 갑작스런 비보로 큰 충격에 빠졌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씨클라운은 더욱 끈끈하고 단단해졌다.
“회장님은 저희의 버팀목이셨어요. 참 많이 예뻐해주셨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는데 안타깝게 별세하셔서 힘들었죠. 하지만 주위 많은 분들이 좌절하지 말라고, 기회는 언젠가 오니 기회를 잡으려면 연습을 열심히 하라고 힘을 내게 해주셨죠. 그게 돌아가신 회장님께도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있어요.”(레이)
인터뷰 내내 이들은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강조했다. “기존 씨클라운의 색이 좋아서 팬이 되신 분들께 ‘많이 달라질 거니까 (마음의)준비를 하라’고 예고했더니 걱정 말라며,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주셨어요. 추울 때도 회사 앞에서 기다려주시고 음악방송에서도 응원해주시고 하니 저희는 늘 힘이 나고 감동일 뿐입니다.”(롬)
감사함 가운데서도 요구할 건 요구할 수 있는 당찬 세대 아닌가. 굳이 하나씩만 팬들에게 바라는 점을 얘기해달라 하자 씨클라운 공식 ‘대변인’ 티케이가 대표로 입을 뗐다. “지금도 감사하지만 방송에 오셔서 응원을 더 크게, 소리를 더 많이 질러주세요.”
기왕 이렇게 된 것 원하는 조공(!) 품목도 말해달라 하자 이번엔 개구쟁이 같은 표정의 레이가 화답했다. “조공은 기왕이면 치킨으로요! 저희 모두 제일 좋아한답니다 하하하.”
사진=예당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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