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적지 않은 ‘쇼크’를 받았다. 집 근처 PC방에 갔다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나쁜 손이 어딜 자꾸/ 올라오니 어쭈/ 나름 갈고 닦은 말로/ 들었다 놓고/ 이 긴 시간을 타오르고 싶어 난/ we must be slowing down/ 전부를 가지면 떠나고야 말 널/ 가지려는 irony”
“Fxxk U, don’t want it now/ 당연한 것처럼 니 곁에 눕긴 싫어/ Fxxk U, you know, Fxxk U/ 이렇게 하긴 싫어/ 내 맘은 그런 게 아니야”
“야~ 죽이는데~ 한 번만 더 보자”
“그만 봐. 걸스데이 보자”
“딱 한 번만 더 보고. 가인 살 좀 빠진 거 같네”
“10분 만 더 보고 나가자”
여가수들의 의상과 춤에 대한 선정성 논란은 이제 비일비재한 일이 됐다. 하지만 최근 노골적으로 섹시 코드를 앞세워 활동하는 것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가인의 ‘Fxxk U’는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불안해지는 연인들의 아이러니한 심정을 직설적이면서도 대담한 가사로 담아냈다. 이 노래의 뮤비는 외설적인 장면의 반복, 직접적인 욕설로 ‘19금’ 판정이 내려졌다.
‘Something’으로 활동 중인 걸스데이는 이 곡의 방송 무대에서 한쪽 다리가 드러나는 트임 치마를 입고, 치마를 올렸다내렸다 하며 일명 ‘약올리기’ 댄스를 선보인다. 또한 바닥에 엎드려 골반을 흔들며 뇌쇄적인 포즈로 카메라를 쳐다본다.
여기에 강력한 19금 마케팅으로 기름을 부었다. 스텔라는 11일 신곡을 공개, 동시에 공식 페이스북에 ‘오빠, 시키는대로 다 해줄게-마리오네트’란 글을 게재했다. 이와 함께 일부 모자이크 상태인 자신들의 사진을 게재했다.
스텔라는 ‘좋아요’ 수에 따라 모자이크를 지우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는 성인용 게임을 연상케 해 논란이 일었다.
현재 비난의 목소리가 주를 이루지만, 어찌됐든 이들의 이름은 소치 올림픽 열풍에서도 연일 포털사이트를 장악했다.
한 대중음악평론가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가수들이 노출로 쉽게 뜰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수명을 단축시키는 일”이라며 한계점을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청소년들이 가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중학생 자녀를 둔 직장인 김미숙(52)씨는 “언제부턴가 자녀와 음악방송을 보기 민망하다”며 “딸이 따라 할까봐 더 무섭다”고 말했다.
섹시 콘셉트는 이제 식상한 코드다. 뻔하다. 그렇지만 이슈몰이엔 성공한다. 더 큰 화제를 모으기 위해 보다 자극적이고, 세고, 화끈한 섹시 콘셉트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 세간의 거센 비판에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 문화가 갖는 ‘상대성’
그래서일까. 죽어라 뜨지 못한 걸그룹의 마지막 카드는 ‘다 벗고 덤비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두 눈 뜨고 보기 민망할 지경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송지언 인턴기자/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