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해서 어느 곳이 그렇지 않을까 하는데, 영화계도 일종의 전쟁터다. 더 많은 투자를 받으려고, 더 많은 상영관을 얻으려고 한다. 관객의 호기심을 살려고 하는 것도 당연하다. 여러가지 홍보 전략이 쓰이는 이유다.
홍보 마케팅은 '돈'이 따라다니는 업계에서 비난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도 넘은 마케팅 홍보와 다른 이들을 비난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 그게 똑똑해진 관객을 대하는 태도다.
13일 오후 서울 프레스 센터. 개그맨이자 목사인 서세원이 감독으로 복귀한다고 했다. 영화 '건국대통령 이승만'으로 연출 의지를 불태웠다. 와중에 "빨갱이로부터 나라 지켜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최근 1000만 관객이 본 '변호인'을 폄하한 인사들의 발언이 끝난 뒤 연단에 올라 했던 말이다.
이들은 "관객이 집단 최면에 빠져 있다"는 등의 말로 관객을 비하했다. 서세원은 이내 단어를 잘못 사용했다는 걸 인지했는지 "이념 논쟁을 하지 말자"는 말을 덧붙이긴 했지만, 이미 그의 생각을 들켰다. 서세원의 말에 누리꾼들은 비난 일색이다.
11일 오후에는 '신천지 논란'에 휩싸인 영화 '신이 보낸 사람' 측이 공식 보도자료를 보냈다. "'평점 테러'를 당했다,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몇 차례 신천지와 관련 없다며 홍보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에 불편한 입장을 전한 바 있다. 분노한 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 하지만 몇 차례나 '홍보'를 했다. 잠재 관객 혹은 영화를 본 이들 일부는 '언론 플레이'가 짜증난다는 반응이다. '신이 보낸 사람' 측의 입장이 강경해 한 포털사이트를 들어갔다. 제작사 말대로 0점이 있긴 했지만 10점, 4점, 7점 등등 고루 분포했다.
대부분의 영화가 다 비슷하다. '신이 보낸 사람' 측이 비교하는 '변호인'도 앞서 평점 테러를 당했다. 먼저 나서진 않았다. 소재와 내용이 변질되고 안 좋은 시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신이 보낸 사람'도 민감한 부분이 있는 영화인데, 아무리 자기 피알(PR) 시대라고는 하지만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뿐이 안 든다.
'건국대통령 이승만' 측도 억울할 수는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좋은 뜻을 가지고 영화화하려는 의도였을 수 있다. 서세원이 '공' 뿐 아니라 '과'도 강조하겠다고 한 것까지도 좋았다. 하지만 영화로 뭔가를 보여주기 전 남을 비방하고 관객을 깎아내리는 말과 행동들을 받아들일 순 없다. 의식의 부재 아닌가? 물론 관심 끌기 홍보용이었다면 성공이다.
영화가 괜찮으면 언론은 볼 만하다고 평가한다. 가장 중요한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네티즌이 평점만 보고 영화를 보지 않는다. 어떤 글을 분석하고 꼼꼼히 비교하진 않더라도, 적당한 관심에 영화를 찾아보고 가려서 본다.
뚜껑을 열기 전 누구도 '변호인'이 1000만이라는 숫자를 넘을지 몰랐다. 1000만이라는 숫자는 관객이 멍청해서 도달한 숫자가 아니다. 홍보 수준은 도를 넘으면 안 된다.
진현철 기자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