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는 항구다'(2004)는 벌써 10년이 된 작품이지만 박철민의 유명한 이 대사는 여전히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김인권을 원톱 주연으로 만들어준 2010년 작 '방가? 방가!'도 관객 뇌리에 가득 남아 있다. 이 외에도 박철민은 '음치클리닉', '열한시', '노브레싱' 등에서, 김인권은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전국노래자랑' 등을 통해 웃음을 줬다. '코믹 감초'라는 말은 이제 두 배우의 대표적인 수식어가 됐다.
하지만 6일 개봉하는 박철민 주연의 영화 '또 하나의 약속'(감독 김태윤)과 13일 개봉 예정인 김인권 주연의 '신이 보낸 사람'(감독 김진무)은 그들의 이전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닌다. 두 사람은 몇몇 정극에서 진중한 모습을 보인 바 있으니, 변신이라는 표현까지 쓸 수는 없지만 오랜만에 선보이는 진중한 모습이라 관심이 쏠린다.
각각의 영화에서 박철민은 딸자식을 잃은 아비의 마음을 가슴 절절하게 표현했고, 김인권은 억압된 현실의 북한 지하교인들을 대변해 열연했다. 두 사람의 고생이 스크린에서 뿜어져 나온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고발 성격을 띤 작품이라 비교되기도 한다. '또 하나의 약속'은 경기 용인 기흥의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어 지난 2007년 3월 6일, 23세의 나이로 사망한 꽃다웠던 고(故) 황유미씨와 그녀의 아버지 황상기의 실화를 담은 영화. 아버지가 딸의 죽음의 진실을 알리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관객의 공감을 얻는 작품이다.
'신이 보낸 사람'은 자유와 희망, 그 어느 것도 가질 수 없는 북한 지하교인의 참혹한 현실을 담은 작품이다. 아내가 기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수용소에 갔다가 홀로 살아 돌아온 남자 철호(김인권)가 마을 사람들과 탈북을 계획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기독교를 믿고 의지하는 마을 사람들을 적발해 폭행과 고문은 기본이고, 공개 처형까지 하는 모습이 담겨 섬뜩하다. 극 초반부터 고문을 받는 철호의 모습이 관객을 불편하게 한다.
두 배우는 앞서 "시나리오를 읽고 울컥했다. 참여하게 됐을 때 주변에서 피해가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박철민), "소재와 내용을 듣고 이런 영화가 나와야 한다는 어렴풋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 영화가 개봉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해서 참여했다"(김인권)고 참여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또 하나의 가족'은 영화 자체가 아닌 '외압설'로 주목을 받아 아쉬운 면이 있지만, 그래도 조용히 사라질 지도 몰랐던 영화를 더 많은 이들이 관람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신이 보낸 사람'은 고문과 폭행, 총살 장면 등에서 피가 튀기는 영상이 직접적으로 그려져 불편하긴 하지만, 감독의 말마따나 실제 북한에서 자행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니 안타까운 북한 현실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