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최근 방송계에서는 사투리가 ‘천지 삐까리’다. ‘천지 삐까리’는 많다는 의미의 경상도 사투리다. 따로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웬만큼 TV를 접한 서울 사람들도 뜻을 알 정도다. 그만큼 사투리를 주 소재로 이용한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는 말이다.
그 시작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투리는 방송에서 줄곧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현재 온갖 사투리를 쓰는 연예인들이 방송을 누비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야말로 서러운 날들을 보내고 최근에서야 그 위상을 달리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 쓰면 되는 표준어와 쓰면 안 되는 비표준어의 대립은 분명했고, 이는 고정관념과 억압을 동반했다. TV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조폭은 경상도 사투리, 달동네 사람들은 대개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했다. 때문에 사투리는 어두운 세계를 상상하게끔 했다.
실제 전국의 인구를 따져 봤을 때 사투리를 쓰는 인구가 더 많음에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인물들은 거의 다 서울말을 써 왔다. 특히나 성공한 인물, 식자층은 모두 서울말을 쓰는 것처럼 묘사돼 마치 서울말이 성공이나 지적 수준을 나타내는 표상으로 인식이 됐다. 경상도 사투리의 경우 지금까지 영화나 TV에서 보인 모습들은 대부분 조폭의 언어, 코미디의 소재 정도였다.
더구나 뉴스와 시사 방송의 아나운서들은 반드시 표준어로 말해야 했다. 억양이 거센 경상도 사람들은 방송인이 되기 위해 언어 치료부터 받아야 했다. 아나운서들뿐만이 아니었다. 교양 프로그램에서 경상도 사투리로 강의를 했다가 중도 하차했다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몰고 온 사투리 열풍은 알게 모르게 표준어로 인해 억압을 당한 이들에게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 것이다. 욕에 가까운 사투리를 방송에서 줄기차게 쏟아내니 그보다 더 시원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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