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2013년 가요계는 유난히 다사다난했습니다. 토니안, 강성훈, 이성진, 고영욱 등 한 때 큰 사랑을 받던 '원조 아이돌'은 법정에서 고개를 떨궜고, 로이킴, 프라이머리, 아이유 등 인기 가수 및 작곡가들이 표절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멤버 교체로 구설수에 올랐던 티아라를 향한 날 선 시선은 여전했고, 지극히 은밀한 사진이 유출돼 곤욕을 치른 에일리 또한 어려운 시기를 겪었죠. 그런가하면 백지영, 수지, 아이유 등 여러 가수들이 악플러와의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왜! 가요계는 매년 사건·사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걸까요. 워낙 자유로운 영혼들의 집합소이기 때문일까요?
그렇지만 적어도 연습생 성폭행이나 불법 도박, 사기 등으로 인해 법의 심판을 받는 몰상식적인 구태는 결코 더 이상 발생해선 안 될 일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음악 본연의 가치로 평가 받아야 하는 뮤지션들이 표절 논란에 휩싸이는 일 역시 더더욱 있어선 안 되겠죠. 또 금전적 혹은 감정적으로 뒤엉켜서로를 비방, 폭로하는 행위도 지양해야겠지만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한 채 '무조건 까' 식의 악플을 다는 행위 또한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것, 기억하셔야 할 겁니다.
아이돌, 음원 위주로 돌아가며 현저히 편협해진 가요계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조용필, 엑소 등의 사례가 입증하듯 아직 우리 음반 시장 역시 '살아있다'는 것도 입증됐지요. CD 플레이어로 음악을 재생하는 '향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장하고 싶은 음반을 만드는 것, 이것이 우리 음악인들이 가져야 할 책무이기도 합니다.
전미개오(轉迷開悟). '어지러운 번뇌에서 벗어나 열반의 깨달음에 이른다'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바탕으로 2014년에 꼭 듣고 싶은 가요계 희망뉴스를 짚어봤습니다.
◇싸이 신곡 드디어 빌보드 1위 제패
2월 컴백을 예고한 가수 싸이가 결국 또 한 번 일을 냈습니다. 지난해 4월 발표한 '젠틀맨' 이후 약 10개월 만에 내놓은 신곡으로 빌보드 최정상권을 달성한 것인데요, 이번 곡은 세계적인 힙합스타 스눕 독이 피처링에 참여해 더욱 화제를 모았습니다.
싸이는 '강남스타일'과 '젠틀맨' 두 곡을 미국 빌보드 2013 결산 차트 핫 100 송즈에 올려놓으며 건재함을 과시했는데요, 현재까지도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수 18억 뷰를 돌파하며 최다 조회수를 기록 중입니다.
"나다운 곡으로 돌아오겠다"던 싸이. 특유의 재기발랄함으로 '강남스타일', '젠틀맨'의 성적을 뛰어넘어 빌보드 차트 1위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내놓았으니, 이제 부담은 떨쳐버리고 다시 한 번 '싸이스타일'로 세계 팬들을 마구 들었다 놨다 해주길 기원합니다.
◇유리천장 드디어 해제‥JYJ 예능 출연
결국 유리천장이 깨졌습니다. JYJ 김재중 김준수 박유천이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출연권을 따낸 것입니다. 2009년, 전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의 계약 분쟁이 시작된 이후 무려 5년 동안 TV 무대에 설 수 없었던 이들로서는 5년 만에 이뤄낸 쾌거입니다.
지난 여름, 공정거래위원회가 SM 및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문산연)에 "JYJ의 활동을 방해하지 말라"는 시정명령을 내린 이후에도 특별한 변화가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사실상 이들의 TV 예능 출연에 제약이 따랐던 만큼, 이번에 달라진 분위기는 방송사 및 소속사 차원의 대승적 합의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간 드라마나 영화, 뮤지컬을 통해 멤버들의 활약상을 지켜봐 온 팬들이 많지만 가수로서의 모습은 콘서트가 아니고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죠. 올해부터는 데뷔 10년차답게 상당한 실력을 갖춘 아이돌 그룹이라는 것을 입소문이 아닌 직접 무대로 보여줄 수 있게 됐습니다.
◇엑소만 100만장? 음반-음원 상생 시대 열렸다
2013년, 데뷔 3년차 그룹 엑소(EXO)가 12년 만에 '밀리언셀러'를 내놓으며 가요사(史)를 새로 썼습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엑소 정규 1집 'XOXO(Kiss&Hug)'는 10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습니다.(12월27일 기준) 앨범 판매량 100만 장 돌파는 김건모 7집, god 4집 등이 발표된 2001년 이후 최초의 일입니다.
불법 다운로드로 음반 시장이 붕괴되고, 2005년 합법적인 디지털 음악 시장이 등장하면서 음반 시장은 버려지다시피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음원과 음반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려는 업계 관계자들의 노력이 계속돼 왔는데요, 결국 엑소는 가요계 새 역사를 써냈습니다.
이를 단순히 팬덤 효과로 치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조용필 정규 10집 '헬로'가 20만 장 이상 판매고를 기록한 데 고무된 다수의 뮤지션들이 제 2의 '헬로'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거든요. 음원 중심으로의 재편 속에서 음반 제작은 여전히 어렵지만, 제 1의 과제는 역시 소장하고 싶은 앨범을 만드는 일이겠죠.
◇가요계 결혼 붐(Boom) 이어 2세 출산 릴레이
유난히 가요계 별들의 결혼 소식이 많았던 2013년. 올해는 그들의 2세 출산 소식이 봇물입니다. 지난해 7월 결혼에 골인한 가수 장윤정이 6월,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장윤정과 도경완 아나운서를 닮았기 때문일까요. '장윤정 주니어'는 일찍부터 노래를 흥얼거리는가 하면 벌써부터 옹알이도 수준급이라는 귀띔입니다.
제주 라이프에 푹 빠진 이효리-이상순 부부, 11년 연애에도 여전히 깨소금 넘치는 신혼 생활을 자랑하는 조정치-정인 부부도 늦기 전에 2세 만들기에 성공해 축하를 받고 있는데요. 올해 초 결혼한 성진환-오지은 부부와 가수 정동하, 쿨 유리 역시 가요계 '임신 릴레이'에 동참, 뜨거운 사랑을 엿보게 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지난해 재혼 소식으로 가요계를 들썩이게 한 서태지가 아빠가 됐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와 팬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습니다. 서태지와 이은성을 닮아 남다른 끼와 미모, 재능을 가진 2세일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네요.
◇아이돌 연애, '해명 같지 않은 해명'은 더 이상 없다
풋풋한 청춘 남녀에게 분명 사랑할 권리는 있겠죠. 아이돌 가수들도 더 이상 비밀연애 아닌, 공개연애를 속속 선언하고 나섰습니다. 현재 톱클래스를 달리고 있는 보이그룹 A의 멤버 B군과 걸그룹 C의 멤버 D양이 파파라치의 카메라 앞에 당당히 'V'자를 그려보인 것인데요, 몰래 따라붙었던 이들이 도리어 당황해 하는 흥미로운 광경이 한 네티즌의 휴대전화 카메라에 포착돼 인터넷을 달구고 있습니다.
지난해 수지(미쓰에이), 설리(에프엑스), 엘(인피니트) 등 다수의 인기 아이돌들이 열애설에 휩싸였는데요, 구체적인 정황 포착에도 해명하기에 급급했던 소속사의 시대착오적인 대처는 오히려 네티즌들의 공분을 산다는 점을 목격한 아이돌들이 이제는 연애 사실을 대중에 알려줄 것을 직접 소속사에 요구하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정초부터 연예계를 핑크빛으로 물들인 소녀시대 윤아와 수영의 열애 보도를 시작으로, 2014 아이돌 연애사도 지난해 못지 않게 파란만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벌써부터 몇몇 아이돌 커플이 머리 속에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