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1분 1초까지 계획대로 살아온 남자 정석이 계획에 없던 여자 소정을 만나 짝사랑에 빠진 뒤 생애 최초로 '무계획적인 인생'에 도전하며 벌어지는 코미디다. 정재영이 남자주인공 한정석을 연기한다.
극 중 정석은 새벽 6시에 일어나 침대와 이불의 각을 잡는 등 청소하는데 2시간여를 소비하고, 출근한다. 12시 15분에는 점심을 사러 편의점에 들어온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그는 동료들의 행동이나 모습이 다 마음에 안 든다. 상대의 옷에 머리카락이 묻어 있거나, 책상에 과자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는 걸 못 보는 인물이다.
이런 설정은 정재영의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갔다. 정재영은 감독과 많은 부분을 이야기했다.
실험실이나 수술실에서나 쓸 캡을 쓰고 다리미질을 하고, 비누를 드라이기로 말리는 설정. 멸균기에 안경과 휴대폰을 넣는 것도 그의 생각이다. 정재영은 "그냥 말한 건데 그 때문에 미술팀이 고생했다"고 미안해하면서도 웃었다. 그는 "정석의 성격과 상황을 한방에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삭제된 장면도 있다. 물을 비커에 70mm 재고 먹고 비타민도 엄청나게 먹는 인물이었지만 그 장면은 없애버렸다. 후반부 키스신처럼 설정이 변한 것도 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정재영과 한지민이 진한 키스신을 벌일 예정이었다.
그래도 뽀뽀신은 원 없이 찍었다. 정재영은 "뽀뽀신을 10번 가까이 찍은 것 같다"며 "감독님이 한지민 팬이라서 저한테 감정이입을 시킨 건지 '조금만 더해주세요', '1초만 더해주세요' 하며 여러 번 찍더라. 나는 당하는 입장이라 좋았는데 지민씨는 짜증 난 것 같더라"고 웃었다.
정재영은 "영화를 보면 불륜 남성들이 많이 찔릴 것 같다"며 "여성분들이 많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정석과 소정(한지민)이 서바이벌 오디션에 도전하는 노래 '유부남이'에 불륜의 노하우(?)가 한데 들어있기 때문.
"'휴대폰 왜 두 개니', '내 이름 왜 남자니' 뭐 그런 것들이 정말 웃겨요. 바람 안 피우는 게 가장 좋은 거지만, '그게 안 된다' 하는 분들은 다른 강구책을 찾아야 할 거예요. 노래에 정말 공감 가는 비법이 다 있다니깐요. 저요? 전 바람 안 피워요(웃음). 혹시 오해 살까 봐 소품팀 여자 이름도 앞에 꼭 소품팀 누구누구 이렇게 써놓죠. 아무튼 극 중 노래들을 뮤지가 썼는데 엄청나게 재밌는 것 같아요. 하하하."
[인터뷰②]에 계속.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