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구 PD 외에도 현재 KBS 주요 예능을 맡고 있는 일부 PD들에게도 이적 관련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KBS 예능국은 또 한 번 술렁이고 있다. 현재 이적을 고민 중인 이들은 앞서 이명한, 김석현, 나영석, 신원호PD가 이적한 CJ E&M 외 이동희, 윤현준, 김석윤, 김석현, 조승욱이 이적한 JTBC 등 종편으로의 이동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BS 출신의 한 예능 PD는 “KBS가 다른 어떤 방송국 보다도 예능국에 소극적인 지원 정책을 피고 있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부분”이라며 “경제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인재에 교육 및 새로운 아이디어, 제작 여건 등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어 “고위 관계자의 개입도 필요 이상으로 크다. 창조의 영역에 수반돼야 할 기본적인 ‘소통’ 조차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연출자 입장에서 답답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심 축이 대거 빠져나가다 보니 남아있는 후배 PD들 입장도 난감하다. 현재 KBS 재직 중인 한 PD는 “유능한 선배 PD들이 대거 빠져나가다 보니 인재 층이 풍성하지 못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후배들 입장에서도 새로운 기획안을 내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를 논의하고 도움 받을 곳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로선 책임감 있는 실무진이 모두 빠져 바로 부장급과 논의해야 할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실제 관리자 격이 고령화가 되다 보니 너무 안정화만 추구하는 분위기”라며 “새로운 걸 도전하고 싶어도 젊은 층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 또 분위기다. 입봉은 해야겠고, 조력자는 없으니 결국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관리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울며 겨자 먹기로 만들게 되는 셈”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종편 출범 및 CJ 엔터 강화 시기가 맞물리면서, 지상파 3사 중 KBS에서 가장 많은 인재가 이적했다. 당시 KBS에서는 정작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은 듯 했으나 이후 이적 PD 대부분이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분위기는 전환됐다.
스타 PD가 빠진 KBS는 지난해 예능 전반에서 부진한 성적을 이어갔고 급기야 ‘위기설’까지 맞았다. 각종 ‘쓴소리’가 이어지면서 차츰 인재 유출에 대한 심각성을 느낀 듯 하다.
이 가운데 또 한명의 스타 PD가 이적을 확정하면서 KBS 내부에서도 적잖게 당황한 것. 예능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KBS의 분위기가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졌다. 이전에 비해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고 선후배 간 교류도 더 강조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의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내부적으로도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CJ E&M 측 역시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 했는지 고민구 PD 외에 당분간 KBS로부터의 추가 영입은 없는 것으로 못 박았다. 올 초 인사에서 더 이상 KBS 출신 PD를 뽑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세운 것.
CJ E&M 관계자는 “방송사 직원인 PD의 이적은 사실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특정 방송사를 노려 공격적인 스카우트 전략을 피는 게 절대 아니다. 업계 상도덕을 무시하는 행위는 지양하고 있다. 주변의 이 같은 시선에 상당히 조심스럽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한편, 고 PD와 함께 SBS 신효정 PD도 CJ E&M 행을 확정지었다. 신 PD 역시 과거 KBS2 ‘1박2일’ 신화를 창조한 이른바 ‘이명한 사단(나영석·이우정·신효정)’의 멤버. 다시 뭉친 이들의 새로운 행보에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