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의 잇단 컴백으로 눈과 귀가 즐거운 가요계다. 최근 한두 달 사이 왕성하게 활동한 그룹만 해도 포미닛, 시크릿, 씨스타, 애프터스쿨, 레인보우, 나인뮤지스, 달샤벳 그리고 걸스데이 등 꽉 찬 라인업을 자랑한다.
섹시하면서도 재기발랄한 퍼포먼스와 콘셉트로 무대를 주름잡은 걸그룹들은 여름이 다가오면서 거추장스러운 의상을 화끈하게 벗어던졌다. 핫팬츠마저 길게 느껴질 정도로 짧디 짧은 스윔수트로 과감하게 다리를 드러내고 요염한 라인을 뽐내는 통에 남성 팬들은 시선을 둘 곳이 없다.
대중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 선정성 논란마저 불사하며 경쟁적으로 섹시해지려 노력하는 걸그룹들의 고군분투가 한편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지는 상황.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발견된다. 분명 무대로 봤을 땐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퍼포먼스에 감탄했건만, 이상하게 사진으로 찍힌 모습을 보니 그 매력이 애매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비교적 무난한 템포의 댄스곡인만큼 박자에 맞춰 퍼포먼스를 선보이다 보면 치마를 펼친 장면이 어렵지 않게 포착된다. ‘스스로 치마를 들어올리기까지 한다’는 표현도 있지만 이쯤 되면 순간포착용 섹시 안무로서는 성공한 셈이다.
무대 자체로 보면 상당한 고난이도 퍼포먼스인데 한 컷의 카메라 스틸로 실제 퍼포먼스의 역동성을 살리기 쉽지 않다. 전작 ‘기대해’의 ‘멜빵춤’이 소녀와 여인의 기로에 선 걸스데이의 매력을 배가시킨 포인트 안무로 포토기사를 도배한 데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선택이다.
하지만 2차원 매체인 사진으로 그 매력을 다 살리기는 쉽지 않다. 사진으로 본 애프터스쿨의 모습은 충분히 아름답지만, 무대 위 그들의 고군분투를 떠올리면 아쉽지 않을 수 없다.
관건은 ‘스팟 모션(spot motion)’을 어떻게 살려주느냐다. 걸그룹 퍼포먼스에서 대체로 강조되는 부분은 여성스러운 라인인데, 역동적인 안무 가운데서도 이 순간의 동작이 어떻게, 얼마나 예쁘고 아름답게 포착될 수 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한 사진 전문가는 “걸그룹 퍼포먼스 촬영시 중요한 포인트는 여성적인 라인이 얼마나 잘 살아나느냐다. 빠른 비트라도 안무는 오히려 느리게 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라인이 포착되기 용이하다”며 “씨스타의 무대는 이 점을 잘 간파하고 안무를 완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 하다”고 말했다.
단, 다수의 걸그룹들이 주로 가슴과 히프 라인, 다리가 강조된 섹시 안무로 어필하고 있는데, 큰 맥락에서 봤을 때 그룹별 차별성이 없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아예 역발상으로 귀여움을 무기로 들고 나오는 걸그룹들의 전략도 눈에 띈다. 귀엽고 발랄한 콘셉트의 곡들이 대부분 미디움 템포를 띠고 있는 만큼, 단 몇 초간이라도 정지된 퍼포먼스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이 높아져 여기서 예쁜 장면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