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측은 “개봉 시기 문제로 재분류 심사를 포기하고 영등위 지적을 받은 장면을 삭제 한 후 재심의를 넣기로 했다”면서 “일주일간 고민 끝에 일부 장면을 삭제했다. 처음 우리가 생각했던 19금 등급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기덕 감독은 영등위로부터 받은 5가지 지적에 근거해 21컷의 장면을 삭제 또는 수정했다. 이로써 약 1분 40초 가량의 영상이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덕 감독은 이에 대해 “연출자로서 아쉽지만 메이저 영화가 극장을 장악한 현재 배급시장에서 어렵게 결정된 배급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한국 극장에서 개봉하기만을 피가 마르게 기다리는, 저를 믿고 연기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마음을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제한상영가에 대한 감상적인 항의로 국내 개봉을 포기한다 해도 이탈리아 방송을 카피해 국내에 불법 다운돼 관람료를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아리랑’처럼 ‘뫼비우스’도 그렇게 되면 배우, 스태프들의 지분만 잃게 되므로 삭제를 해서라도 국내 개봉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지난 3일 ‘뫼비우스’에 대해 “영상의 내용 및 표현기법에 있어 주제와 폭력성, 공포, 모방위험 부분에 있어 청소년에게는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직계간 성관계를 묘사하는 등 비윤리적, 반사회적인 표현이 있어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이 가능한 영화”라고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다.
이에 김기덕 감독은 지난 5일 영상물등급위원회 측에 재심사 요청을 넣기로 결정하면서 “예전 ‘올드보이’도 불가피한 아버지와 딸의 내용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영화로 많은 마니아를 갖고 있다”며 “그동안 제 영화의 18편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인정해 주신다면 성숙한 대한민국 성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수 기회를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 ‘뫼비우스’ 재심의를 결정에 대한 김기덕 감독의 공식입장
뫼비우스 제한상영가에 대해 영등위에 의견서를 보냈고 위원장님으로부터 재분류 신청 기회가 있다는 답장을 받고 서류를 준비했으나 재분류에서도 제한 상영가를 받으면 3개월 후 재심의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배급 예정인 9월 개봉을 놓칠 수가 있어 재분류 심사를 포기하고 국내 개봉판은 영등위의 지적을 받은 장면을 삭제한 후 재심의를 넣기로 했습니다.
연출자로서 아쉽지만 메이저 영화가 극장을 장악한 현재 배급시장에서 어렵게 결정된 배급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한국 극장에서 개봉하기만을 피가 마르게 기다리는 저를 믿고 연기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마음을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해외시장과 영화제가 있어 영화의 의미를 알리지만 영화에 출연한 신인 배우나 스탭들은 국내 개봉을 통해 연기력을 알려 인지도를 올리고 한국 안에서 연기자로 스탭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 숙명입니다.
조재현씨의 연기력은 이미 알고 있지만 엄마 역과 애인 역의 1인 2역을 몸을 사리지 않고 열연한 이은우씨와 정말 놀랍게 아들 역을 해낸 서영주씨의 연기력은 꼭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영등위로부터 받은 5가지 지적에 근거해 21컷의 장면을 삭제 또는 수정했으며 약 1분 40초가량의 영상이 빠졌습니다. 보는 관객 수준에 따라 영화의 줄거리나 장면의 표현이 모호할 수 있으나 성숙한 성인관객들은 충분히 뉘앙스를 추론하며 영화를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뫼비우스는 주연 조연 단역까지 대사가 없는 영화로 온전히 장면으로만 드라마를 이해해야 함으로 영상이 중요하지만 불가피하게 한국 개봉판을 만들게 되어 그동안 제 영화를 아껴주신 관객 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나 국가가 있고 국민 된 입장에서 법이 정한 개봉 절차를 위해 영상을 제출했다면 판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재분류에서 다시 받을 수 있는 제한 상영가 공포가 있고 그럴 경우 배급시기를 놓치고 제작비를 회수하지 못하고 배우 스탭 지분을 챙겨주지 못하고 한국사회에 유해한 영화로 기억되는 것 보다 제작자이자 감독으로서 계획된 시기에 상영하기 위해 자진 삭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제한상영가에 대한 감상적인 항의로 국내 개봉을 포기한다 해도 이태리방송을 카피해 국내에 불법 다운되어 관람료를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제 영화 ‘아리랑‘처럼 ’뫼비우스‘도 그렇게 되면 배우, 스탭들의 지분만 잃게 됨으로 삭제를 해서라도 국내개봉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배우와 스탭들과 작업 한 이상 국내 개봉은 어떤 경우도 책임을 져야 함으로 앞으로 문제가 될 장면을 불가피하게 연출해야 하는 영화의 경우에는 외국 프로덕션에서 외국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여러 단체와 개인이 뫼비우스 제한상영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주신데 깊이 감사하며 뫼비우스의 문제를 넘어 표현의 자유를 통해 근시적인 두려움을 넘어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함께 깨닫고 싶습니다. 돈과 숫자와 욕망만이 뒤엉킨 이 시대에 의미 있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