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개봉 첫날부터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더니 5일 만에 300만 명을 넘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북한 최정예 스파이 류환(김수현), 해랑(박기웅), 해진(이현우)이 남파돼 펼치는 작전을 그린 영화다. 동네 바보, 로커, 일반 고등학생으로 위장한 ‘꽃미남’ 남파간첩의 이야기가 흥미를 이끌고 있다.
김수현과 이현우는 영화 제작 초반 캐스팅됐다. 박기웅이 거의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김수현이 주인공이라 많은 이들이 해랑 역을 꺼렸다. 모르긴 몰라도 방송계와 충무로의 대세가 된 김수현의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컸을 거다. 하지만 박기웅은 합류했고, 자신의 역할을 오롯이 해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향한 시선은 여전히 배우 김수현에게로 쏠려 있다. 드라마 ‘드림하이’와 ‘해를 품은 달’로 인기 상한가를 친 김수현의 첫 주연작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자 박기웅은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촬영이 들어가기 전 단계인 프리프로덕션에서 많이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는 박기웅은 “그 과정에서 이해랑이라는 캐릭터화가 되어 갔다. 북한말도 배웠고, 특공무술을 기반으로 한 액션도 소화했다. 기타도 연습을 했다”고 회상했다.
“배우는 과정은 어렵지만 배워두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솔직히 기타를 배워놓고 지난 3월 팬미팅에서 기타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었어요. 나름 저와 맞는 악기인 것 같더라고요. (웃음)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죠.”
영화는 김수현의 바보 연기도 화제다. 옆에서 지켜본 그의 평가는 어떨까?
“부담 없이 잘한 것 같아요. 비슷하다고 할 순 없지만 제가 예전에 드라마 ‘남자이야기’라고 ‘각시탈’과 ‘최고다 이순신’을 하신 PD님과 작품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틱 장애가 있는 천재 해커였는데 수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수현이도 고민한 게 그런 거였을 거예요. 하지만 편안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잘한 것 같아요. 제가 바보 동구 역할을 했다면요? 비교할 순 없겠지만 수현이가 한 것과는 달라졌겠죠. 제가 더 잘했을 거라는 말은 아니고요.”(웃음)
박기웅은 한 CF에서 ‘맷돌춤’이 히트하며 주목을 받았다. 광고로 시작했지만 드라마 ‘각시탈’과 영화 ‘최종병기 활’ 등을 통해 뛰어난 연기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전 그림을 업으로 하고 싶었어요. 예쳬능계에서 1등도 했었지만 대학입시에 실패했죠. 운이 안 좋았다고 하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2003년 길거리 캐스팅이 됐고, ‘그래 연기를 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CF도 잘 되고 연기도 주목을 받게 돼 좋았어요.”
물론 그가 이 세계에서 달콤하게만 살았던 건 아니다. “첫 소속사와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대학로에서 연기를 했을 때도 있었고요. 나름 힘든 시기였어요. 제가 출연한 작품 중에 안 된 것도 꽤 많아요. ‘더 뮤지컬’이라는 드라마는 조기 조영했고, 금요일 그 시간대 드라마는 그 이후로 아예 폐지돼 버렸죠.”(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