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로 지어진 이 집은 카페가 돼 손님들을 맞이하게 됐다. 아메리카노 혹은 카페라떼 한잔을 들고 여유롭게 카페 안을 누비며, 승민과 서연, 그리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납득이(조정석)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27일 문을 연 카페 서연의 집의 첫날 손님은 의미 있는 이들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 엄태웅은 이날 기념식에서 “영화를 찍고 나면 장소가 없어지게 돼 기억 속에서 잊히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건축학개론’은 영화도 좋았는데 세트였던 곳이 오래오래 남게 돼서 좋다”고 했고, 한가인은 “투자하지 않고 집을 너무 멋진 곳에 얻게 된 것 같아서 좋다”고 웃었다.
통으로 된 유리창문을 열면 드넓은 바다가 보이고, 옥상의 잔디 등 영화 속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테이블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연인, 친구, 가족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아름다운 장소다.
이곳은 승민과 서연이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는 장소다. 비록 영화는 두 사람이 이뤄지지 않고 끝나긴 했지만, 이곳은 관객에게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아련한 향수에 빠져들게 했다. 첫사랑을 회상하게 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장소로 탈바꿈했다.
영화 제작사 명필름에도 또 다른 의미다.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문화재단을 만든 명필름은 카페의 수익금이 영화 학교나 영화 제작에 쓰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투자배급사 롯데시네마에게도 남다르다. ‘건축학개론’은 롯데시네마가 지난해 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을 때 멜로영화 장르로는 이례적으로 관객 400만 명을 동원해 면을 세워준 작품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월 차원천 대표 체제로 바뀌었는데, 차 대표는 이날 오픈식을 첫 공식 일정으로 참석해 명필름과 ‘건축학개론’의 기운을 받아 승승장구를 바라고 있다.
실제 한가인과 엄태웅을 매일 같이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이날 행사에서 남겨진 손도장과 그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소품, 스틸 등이 늘 손님을 맞이해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다.
엄태웅이 “제주에 오면 ‘내가 그때 그랬던 곳’이라고 얘기하며 올 수 있는 공간이 됐다”고 하고, 한가인이 “나이가 들어서 다시 여러 번 들를 수 있는 공간이 됐다”고 한 것처럼 이 카페에서 언젠가 이들을 마주칠 수도 있다. 누가 그 기분 좋아질 상황에서 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서귀포(제주)=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