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근은 “명칭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회장과 부회장도 없지만 나이가 내가 제일 많아 사람들을 모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1년에 한 두 차례 모이지만 돈독한 우정을 쌓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모임이 뜸해 아쉽다. 다들 다작하는 배우들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러브콜이 수도 없이 들어오긴 신정근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비슷한 시기에 10개 작품까지 섭외를 받기도 했다. 그를 현재 위치에 있게 만든 작품은 영화 ‘거북이 달린다’(2009)를 꼽을 수 있다. 동네 건달 역을 맛나게 표현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더니, 그해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지난 8일 개봉해 벌써 관객 200만명을 돌파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하 ‘바람사’)의 김주호 감독도 ‘거북이 달린다’를 보고 신정근을 캐스팅했다. 올해 들어 유독 형사반장(‘하울링’, ‘차형사’), 국정원 팀장(‘시체가 돌아왔다’) 등 비슷한 캐릭터를 맡았는데 새로운 역할이라 좋았다. 신정근은 읽자마자 바로 ‘꽂혀’버렸단다.
“많은 작품을 했는데 하다보면 좋은 감이 있을 때가 있거든요? 지금 흥행이 잘 되고 있어서가 아니라 첫 대본 연습할 때부터 영화가 흥행이 잘 될 거라는 걸 바로 느꼈어요.”(웃음)
‘바람사’는 조선시대 금보다 귀한 권력의 상징 얼음을 독점하려는 사대부에 맞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서빙고를 터는 이야기를 재기발랄하게 담았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개성 강한 연기를 펼쳐 눈길을 끈다.
좀 더 과감하게 망가지지 그랬냐고 하니 “뭐를 해도 고창석을 이길 순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성)동일 형과 제가 분장이 끝나고 버스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창석이가 내려오더라고요. 동일 형이 ‘너 이러고 하는 거야? 에이~’라며 고개를 돌려버렸다니까요.”(웃음)
고창석 뿐 아니라 현장은 배우들이 눈만 감아도 웃기는 등 몸짓과 행동, 말투 하나하나가 ‘폭소 유발탄’이었다. 성동일, 차태현도 있고, 진지한 줄만 알았던 오지호도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이런 현장은 20년 넘게 연기한 그지만 거의 처음이다. 현장 분위기를 말하며 웃겨 죽겠다는 그에게서 촬영이 즐거웠다는 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거북이 달린다’로 영화계에서 이름을 알렸다면 안방극장에서는 ‘시티홀’과 ‘여인의 향기’가 그의 주요 작품이다. 조금은 비열한 역할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김선아를 못살게 굴었다. “인연이라기 보다 악연인가”라며 웃었다. “정말 욕 많이 먹었어요. 때려주고 싶다는 반응도 있었죠.”(웃음)
욕을 먹었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그 역할을 잘 연기했다는 다른 의미다. 연극배우 출신인 그의 탄탄한 연기 내공이 바탕이다. 20대부터 연극에 뛰어들어 현재 잘 나가는 조연 배우 가운데 한 명이 됐다.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거의 없을 정도다. 연극을 할 때보다 “수입이 한 100배는 더 받을 것”이라는 그는 행복해 보였다.
예전에는 수입이 적어도 연기적인 것에 대한 열망이 컸다고 하면 요즘은 가족을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연기자와 아빠라는 존재로서 위치가 비등해진 것 같다”고 했다. 아내에게 결혼식 선물도 변변하게 챙겨주지 못한 남편이었지만, “지난해 기념일 선물로 지난해 조금 가격대가 있는 목걸이와 귀걸이를 건넸더니 좋아하더라”고 회상하며 만족해했다.
“처음에는 잘 못해도 오디션을 서른 개쯤 보면 잘하게 돼 있다”는 그는 “탈락도 해보고 거절도 당해봐야 공부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오디션도 큰 기회인데 그것조차 모르는 친구들이 있다. 그걸 알려주며 기회를 잡으라고 주문한다”며 “한 번만 그렇게 알려주면 알아서 자신의 길을 찾는 친구들이 많다”고 뿌듯해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 대기실에서 “불암아 너는 여기 있어라, 김회장 나가신다”라고 한 대선배 최불암이 영감을 줬다. 연기에 대해 고민하게 한 할리우드 스타 말론 브란도도 일종의 멘토다. 또 다 같이 고생한 시절 말로 표현은 안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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