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 매체에 따르면 현재 MBC 지상파 채널 일요 예능으로 정규 편성된 ‘무한걸스’는 런던 올림픽 폐막 후 편성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 프로그램으로는 ‘승부의 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번 편성 개편 관련해 MBC, MBC에브리원 및 출연 방송인 측 관계자 모두 “아직 잘 모른다”는 입장이지만 ‘무한걸스’의 지상파 내 입지가 위태로웠던 것은 사실이다. ‘일밤’을 살릴 구원투수로 야심차게 지상파에 입성했으나 시청률은 2~3%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재미와 그에 비례하는 시청률로밖에 말 할 수 없는 게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방송가의 생리라 보면 냉정하게 ‘무한걸스’가 처한 상황은 진퇴양난이다. ‘무한도전’ 여성판, 비아냥조로 말해 ‘무한도전’ 아류라는 시선을 출발 당시부터 받았던 터였던데다 편성된 시간도 전통적으로 MBC가 최약체로 꼽아왔던 일요일 오후 5시대다.
해당 시간대는 타 방송사가 워낙 MBC보다 강세였기 때문에 지난 수년간 MBC로서도 웬만큼 재미있는 프로그램에 들어오지 않는 한 쉽게 시청률을 끌어모으지 못했던 바 있다. ‘무한걸스’ 어깨에 놓인 짐은 시작부터 너무 무거웠다.
노조 파업으로 인해 ‘무한도전’이 수개월째 결방돼 온 가운데 뜬금없이 ‘무한걸스’가 치고 들어온 모양새 또한 좋지 않았다. 최초 ‘일밤’ 편성 보도 이후 ‘무한걸스’에 대해 쏟아졌던 비난과 그를 향한 냉소적인 시선에 멤버들의 사기 또한 떨어져있던 게 사실이다.
‘무한걸스’ 고유의 재미를 살리지 못하고 ‘무한도전’에서 인기를 모았던 아이템을 차용해 여성 버전으로 꾸린 것 자체가 애초에 무리수였다. ‘무한걸스’ 자체의 경쟁력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해도, 실탄 몇 발 달랑 들고 전쟁터에 내몰린 꼴과 다르지 않았다.
이번 편성 안과 관련해 네티즌들의 의견 역시 분분하다.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예정됐던 수순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 반면, 지나치게 ‘땜빵’ 용이었다는 ‘무한걸스’에 대한 동정론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무한걸스’는 그동안 MBC에브리원에서 방영돼 온 대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다시 친정으로 돌아간다면 케이블 수위에 맞춰 오히려 편하게, 고유의 재미를 뽑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된 ‘무한걸스’의 자존심은 누가 어떻게 회복시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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