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과 함께하는 그의 노래
10일 오후 8시 30분, 스티비 원더의 두 번째 내한공연은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와 체조경기장 공연 최대 수용인원인 1만 관객이 몰린 탓에 30여분이 지연돼 시작됐다. '마이 아이즈 돈 크라이'(My Eyes Don't Cry)로 시작된 이날 공연은 '파트 타임 러버'(Part Time Lover), '이즌 쉬 러블리'(Isn't She Lovely), '아이 저스트 콜드 투 세이 아이 러브 유'(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슈퍼스티션'(Superstition) 등 주옥같은 명곡들과 고(故) 마이클 잭슨의 '더 웽 유 메이크 미 필'(the way you make me feel), 비틀즈의 '위 캔 워크 잇 아웃'(We Can Work It Out) 등의 커버곡까지 총 스물 여섯곡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노래들이 대부분 귀에 익은 히트곡이기도 했지만 스티비 원더 역시 노래를 부르는 것 이상이나 자연스러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길 원했다. 남자와 여자관객을 나눠 코러스를 넣게 유도하기도 하고 알리이샤 키스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Empire State of Mind)은 아예 관객들을 향해 "이 노래를 내게 불러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두 시간의 공연 내내 스티비 원더는 관객들의 박수소리와 환호소리, 노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를 끌어내고 또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라붙기도 했다. 그에게 자신의 노래를 통한 관객과의 소통은 그가 세상을 보는 첫 번째 방식이었다.
세 아들과 함께 한 더 없이 특별한 무대
스티비 원더의 대표곡 '이즌 쉬 러블리'(Isn't She Lovely)의 전주가 시작되자 두 명의 아이와 한명의 장성한 청년이 올랐다. 주지하다시피 이 노래는 스티비 원더가 자신의 첫 아이 아이샤가 태어났을 때 흥분되는 심정을 표현한 곡이다.
이미 가수로 데뷔 한 아들 뭄타즈 모리스와 어린 두 아들까지 세 아들들이 무대 위에 오르자 '이즌 쉬 러블리'를 부르는 스티비 원더의 표정이 전혀 달라졌다.
1만 명의 관객들 앞에서 다소 주눅이 든 듯, 어린 두 아들의 표정은 다소 어색해 보였지만 아들과 함께한 무대는 스티비 원더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특별하게 보였다. 스티비 원더는 큰 아들에게 기대듯 앉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어린 두 아들의 얼굴을 손가락 끝으로 조심스럽게 쓰다듬기도 하고 자신에게 가까이 끌어당기며 노래를 불렀다.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마이 쉐리 어무어'(My Cherie Amour)는 뭄타즈 모리스가 아버지의 키보드 반주와 함께 솔로로 불렀으며 '수퍼스티션'(Superstition)을 부를 때는 어린 두 아들이 하나는 작은 드럼에, 하나는 아버지 곁에 꼭 붙어 무대를 함께 했다.
결국 실패로 끝나 전혀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렀지만 딸의 얼굴을 단 한번만 이라도 보기 위해 위험한 개안수술을 받았던,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유별난 아버지였다.
세계평화와 화합에 대한 메시지
스티비 원더는 공연 도중 공연장의 조명을 모두 내리고 '하이어 그라운드(Higher Ground)'의 전주와 함께 약 5분에 걸쳐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스티비 원더는 남한과 북한의 분단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대화를 통해 한가족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세상 모든 곳에 자유롭게 드나들기를 원한다"며 "증오와 미움이 아닌 서로간의 대화를 통한 평화"를 역설했다.
공연 말미에는 장애와 차별에 대해서도 짧은 메시지를 전했다. 또 "버락 오바마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다.
단순히 말 뿐만은 아니었다. 음악을 통해서도 그의 화합의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됐다. 그의 노래 '프리'(Free)가 연주될 때는 이례적으로 국내 코러스들이 무대에 올랐다. 거의 마지막 순서에서 공연된 '어 타임 투 러브'(A Time To Love)에는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무대에 올라 스티비 원더의 세션멤버들과 함께 연주를 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스티비 원더가 자신의 세션들과 함께 허리를 굽혀 인사한 후 퇴장하고 난 뒤에도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비롯해 일본 등 해외 각지에서 자신의 나라의 정통 타악기를 든 연주자들의 협연은 몇 분간 계속됐다. 이제 노년에 접어든 '맹인가수' 스티비 원더의 선명한 시선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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