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여중을 나왔다면 춘화 같은 친구에게 발렌타인 초콜릿을 건넸을 것 같아요.”
올 봄, 충무로에선 이 배우를 주목하자. ‘과속스캔들’ 강형철 감독의 신작 ‘써니’에서 칠공주 짱 하춘화 역을 맡은 강소라(20)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직 대중에 낯선 이름이지만 지난해 영화 ‘4교시 추리영역’에서 ‘국민남동생’ 유승호의 입술을 훔친 당돌한 여배우라 한다면 기억할 법 하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유승호의 여자’라는 타이틀은 강소라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써니’ 리더 하춘화가 바로 그녀라는 걸 알게 된다면, 전작의 기억은 모두 잊고 ‘춘화’에 열광하게 될 것이다.
‘써니’ 개봉을 앞두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만난 강소라는 “2011년 충무로의 발견”이라는 주위의 반응을 건네도 연신 손을 내저으며 쑥스러워 했다. “어유. 아니에요.” 예사롭지 않은 느릿한 저음의 말투와, 겸손함 가운데서도 기분 좋은 속내를 숨기지 못하는 솔직한 눈빛이 인상적이다.
“사실 처음엔 강형철 감독님 작품이라는 걸 모른 채 대본을 읽게 됐어요.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캐스팅이 안 됐다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한 달 넘게 연락이 안 와서 떨어진 줄 알았죠.(웃음)” 강소라는 “오디션 합격 후 어머니께선 ‘드디어 엄마가 공감할 만한 영화를 하는구나’며 좋아하셨다”고 말하며 슬쩍 미소를 보였다.
그렇게 ‘써니’ 호에 탑승한 강소라. 어린 써니 7인방 중 실제로는 뒤에서 두 번째로 어린 나이였지만 당당하게 리더 하춘화가 됐다. “외모만 보면 제가 몇 년 학교 쉰 것 같은 얼굴이잖아요.” 호탕하게 웃는 모습에 반하게 된다.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강소라는 하춘화라는 인물이 전형적인 캐릭터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감독은 “웃음이 굉장히 많은 아이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강소라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결국 그녀는 써니 짱으로 낙점됐다. “밝은 아이였으면 했다 하시더라고요. 너무 재미있었는데, 시끄러워 혼도 많이 났죠 하하.”
촬영장은 그야말로 왁자지껄 했다. “항상 기분 좋게 촬영했어요. 잘 해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 속에 묻어갈까. 선배들에게 폐를 안 끼칠까 하는 생각으로 했죠. 욕심을 버린 덕분이랄까요. 오히려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누구 한 명이 튀는게 아니라, 칠공주 모두 다 골고루 돋보이니까요.”
실제 강소라는 극중 춘화와 전혀 거리가 먼 학생이었단다. 전학생에게 먼저 손 내미는 쿨한 성격은, 오히려 닮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고. “어떻게 보면, 어린 춘화는 나미의 회상씬에 등장하는 거니까. 상상에 의지한 부분도 있어요. 나미의 눈에는 굉장히 멋있어 보이는 인물이었을테니까요.” 가장 구미를 당겼던 캐릭터 역시 하춘화다.
“멋있잖아요~ 저는 남녀공학 중학교를 나왔는데, 여중에 다녔다면 왠지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 건네고 싶은 그런 친구? 선배? 어려선 왠지 되고 싶었던, 동경하는 인상이라 제일 맡고 싶었죠.” 강소라는 “큰 키에 시원시원한 체구 역시 춘화와 만나는 데 한 몫 한 것 같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더 멋있는 춘화를 만나기 위해, 한강 고수부지에서 액션 연습도 했고, 걸음걸이도 최대한 느릿느릿 연습했다. ‘품행제로’나, 소피마르소가 출연하는 ‘라붐’ 등의 영화도 챙겨봤다. 하지만 무엇보다 ‘써니’ 시대의 감성을 이해하는데 주효했던 건 음악이란다. 다행히 부모님의 영향으로 올드팝이 익숙했던 강소라. 어쩌면 어른 ‘써니’의 모습은 강소라 어머니 세대의 이야기라 더욱 남다르게 다가왔을 법 하다.
보이지 않는 노력의 결과, 영화 속에는 강소라 아닌 하춘화만이 남아있었다. ‘써니’를 직접 본 느낌은 어땠을까? “기술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그 땐 오그라들어 죽겠더라고요. 저 때문에 영화를 망친 것 같단 생각에 자책감이 많이 들었는데, 이후 몇 번 보다 보니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전체 그림이 보이니까 좋았던 것 같아요. 완전 코믹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가슴에 남는 게 있는 것 같아 좋았고요.”
어른이 된 춘화를 열연한 배우 진희경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 “사실 기술시사회 때는 너무 못 했단 생각에 선배님 얼굴도 못 보겠더라고요. 그럼에도 계속 손 잡아주시고, 눈 맞춰주시고. 진희경 선배님께 너무 감사해요. 나이든 뒤 춘화의 연기를 어린 춘화에 더 맞춰주신 것 같거든요. 어제도 선배님께 문자가 왔는데, 제가 마음은 있는데 표현을 잘 못 하는 성격이라...”
초면에는 낯을 가리지만 편한 사람들끼리 있을 땐 수다떨기 좋아하는 스물 하나 천상 여자다. 스스로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저요, 애늙은이 같아요(웃음). 집에 있을 땐 컴퓨터 하고, 게임 하는 걸 좋아하고, 만화책보고 음악 듣고, 영화 보고. 혼자서도 극장에 잘 돌아다녀요.” 주위에서 알아보지 않겠느냐 묻자 “화장 지우면 아무도 못 알아보던데요”라며 화통하게 웃는다. 남다른 츄리닝 사랑 덕분인지도. 하지만 ‘써니’와 함께 비상할 강소라에게, ‘츄리닝 하나 걸쳤을 뿐인데...’라는 타이틀이 달릴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 강소라와의 인터뷰에 앞서 심은경과 “영화가 장기 흥행 하면 방학 중 귀국해 ‘써니’ 속 청청 패션 그대로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만나자” 했던 약속을 전하자 강소라는 “뒤질 수 없다”며 “올 저지에 패션7080 워킹을 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강소라씨, 진짜 약속 한 거에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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