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헌 인터뷰 사진=BH엔터테인먼트 |
천재 아니야? 이병헌이 아이디어 낸 소름돋는 장면
피식피식 웃게되지만, 서늘하게 볼 수 있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 본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이 김영탁 역을 연기하며 가장 큰 쾌감을 느낀 순간을 공개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에서 김영탁 역을 맡은 이병헌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다.
극 중 김영탁은 비밀의 키를 쥔 인물이다. 다소 평범한 듯 선한 캐릭터이지만,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드는 반전의 키를 쥐었다. 그만큼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블랙 코미디적인 분위기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활약을 제대로 보여준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보여준 이병헌의 연기가 일품이다. 예상치도 못한 복선들을 흘린 것은 물론,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몰입도 높이는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김영탁이라는 인물의 변화마저 눈에 띄게 확실하게 보여주며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관전 포인트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 이병헌 일문일답 사진=BH엔터테인먼트 |
A. 감독님이 콘티에 이미 촬영할 걸 만들어 놓으셨다. 잔치에서 기분 좋게 놀고 ‘노래 하나 불러라’ 하고. 영탁이 아재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플래시백이 나온다. 그런 영탁의 클로즈업에서 천천히 빠져나가면서 분위기가 굉장히 급격히 전환되는 그 시퀀스 자체가 콘티에 다 나와 있었기 때문에 어떤 감정을 주고 보여주려고 하는지 파악했기 때문에 그 감정을 그렇게 콘티에 따라서 연기를 했다. 되게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Q.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추운 날씨가 배경이지만, 실제로는 폭염의 날씨에 연기를 해야 했다고.
A. 에어컨은 다 들여왔다. 발전기해서 호스 넣는 식으로. 몇몇 배우, 스태프 대기실에는 그런 장치를 해놔서 거기서는 견딜만 했다. 그래서 자주 모니터를 하러 갔다. (웃음) 괜히 궁금하지 않은데 감독님한테 가서 ‘모니터링 해봐도 돼요?’ 하고 그랬다.
Q. 영탁과 이병헌의 공통된 점도 있을까.
A. 어떤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이 캐릭터가 나랑 이런 점이 되게 비슷한 것 같다. 어떤 선택이나 어떤 말이나 나랑도 이렇게 말할 것 같다는 공통분모의 지점들이 분명 있다. 영탁은 나와 다른 것 같다. 그런 경우에는 결국에 이 사람을 내가 연기를 해야 하고 내가 이 사람에게 젖어들어야 하는데 빨리 젖어들고 이해하고 동정하고 그래야지 내가 연기를 확신을 가지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힘든 부분이 있던 것 같다. 그래도 정말 다른 것 같다.
Q. 영탁이 점차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힘들었던 지점도 있었을 듯 하다.
A.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행동들, 극단적인 걸 토해내는 상황들이 몇 번 있다. 그런 부분들은 특히나 누군가를 살해하고, 또 막 구역질을 하면서 토해내는 그런게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는 했다. 어떻게 나를 설득시켰냐면, 그 억울함과 분노와 화가 이성의 끈을 다 놔버린 만큼이라고 생각했다. 거기서는 자아를 잃을 만큼 이성을 놔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있고 그런 것들이 나아질 수 있다고 설득을 했던 것 같다.
Q. 그렇다면 그런 행동을 이해하면서 깨달은 감정은 무엇인가.
A. 억울함이 되게 큰 것 같다. 일단 영탁이라는 인물은 시작 자체가 사기꾼한테 자기 모든 걸 이룬 사람으로 시작을 한다. 가족들은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빚쟁이들한테 죄도 없는 와이프와 애는 시달리고 있고, 그런 우울한 상황 속에서 시작을 하게 되고 결국 그 사람 인생 자체는 분노와 억울함이 베이스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 사진=BH엔터테인먼트 |
A. 첫 등장이 많이 고민스러웠다. 그때 불이 났을 때 영탁의 뒷모습을 보는 것부터 시작이 된다. 그 전까지는 죽은 사람도, 산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본의 아니게 분노로 인해 서로 몸싸움을 하다가 생긴 사고사지 않나. 이미 이성의 끈을 놓고, 가족들은 재난으로 죽고. 사기를 당하는 걸로 시작했지만, 죽인 살인자가 되어 있고, 너무나 절망의 끝에 있는 그런 무기력한 숨만 쉬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영탁이의 시선에서 보인 불난 집은 자기의 무의식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영탁이라는 사람한테 아파트, 한 집에 대한 의미가 어떤 건지 보여주는 조건 반사 같은 행동. 일단 저건 내 건물, 내 집인데, 내가 살아야 할 집, 일단 끄고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 같다. 넋이 나가 있는 멍한 상태로 시작하니까, 사람은 어리숙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사람의 정신적인 상태이기도 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앞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고, 끝맺음도 잘 못하고. 사람들은 처음에 시작할 때 어리숙하고 웃기구나 하고 보게 되겠지만, 자기 정신도 아니고 어떤 정신이지도 모르고 주민 대표가 되고, 부녀회장이 마을 사람들 회의를 할 때 ‘세상이 리셋 됐다. 살인범이나 목사나 똑같은 세상이다. 여기서 다시 시작하는 거다’라고 할 때 나한테 포커스가 올 때, 아무것도 안하지만 ‘음?’ 이런 표정을 주진 않지만 그런 느낌을 주려고 했다. 관객들은 못 느끼는 경우가 많았지만.
Q. 한편으로 연기의 쾌감이나 재미를 느끼기도 했을 것 같다.
A. 가장 큰 쾌감이 있던 건 내 이름 쓸 때. 모세범인데 김영탁은 내가 행세를 한 거다. 그건 내 아이디어였다. ‘ㅁ’을 쓴 것. 주민 대표가 된 거니까 주민 명단을 쓸 때 ‘대표님 먼저 쓰시고요’ 할 때 다른 사람 들어오고 할 때 모세범인데, ‘몇 십년을 ㅁ을 먼저 쓴 게 익숙한데, 아차하는 느낌으로 잠깐 놓았다가 ㄱ을 쓰는 건 어떨까요’ 했는데 감독님이 너무 좋아하더라. 갑자기 생겨서 클로즈업을 했다.
Q. 많이들 웃음 부분이 ‘수신제국 치국평천하’ 부분이기도 하다. 원래 있던 부분일까. 애드리브일까.
A. 애드리브도 많다. 그런 거 있지 않나. 자칫 잘못하면 썰렁한 유머가 있다. 시나리오를 보다 보면 유머가 될까 싶은 것들은 현장에서 바꿔 보면서 하는 그런 경우도 있다. 이거는 ‘감독님 제가 여러 가지 해볼게요’ 하고 뒤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 민성이가 ‘수신제국 치국평천하요?’라고 할 때 ‘어, 내가 그랬잖아’ 그런 거는 애드리브이다. 유야무야 대충대충 넘어가는 어른들 있지 않나. 그런 것도 하면서 조금 더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Q.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등과 함께한 소감은 어땠나.
A. 어떤 한 캐릭터가 관계들이 쫙 있다. 다른 관계들을 연기를 할 때 오는 그런 어떤 변화들, 관계에서 오는 태도나 그런 다양한 변화들이 종합적으로 결국 이 사람을 만들고 하는 게 배우로서 재밌는 부분이다. 그 금애 캐릭터하고 부딪힐 때도 신선하고 재밌었다. 굉장히 좋은 배우였다.
Q. 여름 대작이 이번에 대거 개봉을 하는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어필하자면?
A. 우리 영화의 정서가 피식피식 웃게 되는 그런 게 우리 영화의 정서라고 생각한다. 어느 영화보다도 서늘하게 보실 수 있을 것.
[이남경 MBN스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