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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공자’ 리뷰 사진=NEW |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으로 변신한 김선호가 ‘귀공자’로 임팩트 있는 스크린 데뷔를 마쳤다.
영화 ‘귀공자’(감독 박훈정)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분)’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 분)’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이다.
‘귀공자’는 배우 김선호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더불어 1981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강태주의 주연작이기도 하다.
시작부터 강렬하게 포문을 여는 ‘귀공자’는 선한 얼굴 뒤 광기의 김선호를 오프닝부터 만날 수 있다. ‘깔끔한 미친놈’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귀공자 캐릭터는 단정하면서도 선한 얼굴 속 어딘가 서늘한 느낌이 가득하다. 그런 매력 속 김선호는 날렵하고 빠른 액션으로 시작부터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에 그는 ‘맑눈광’이라는 수식어가 찰떡 같이 어울리면서도, 오프닝부터 날렵한 액션으로 강렬한 인상으로 앞으로 펼쳐질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강렬한 오프닝 이후에는 강태주가 이를 이어 받아 스토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동남아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마르코의 서사는 습한 듯 다소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준다. 이와 함께 강태주가 맡은 마르코의 상황이 고스란히 그려진다. 더불어 ‘코피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볼 시간도 준다.
특히 강태주는 이국적이면서도 거칠게 자란 듯한 느낌의 비주얼로 변신해, 마르코의 고된 인생을 단박에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는 엄마의 병을 고치기 위해 친부를 찾고 있는 마르코의 덤덤하면서도 간절한 감정을 담백하게 그려냈다.
이어 본격적으로 마르코가 친부를 찾기위해 나서는 과정에서 세 추격자 김선호, 고아라, 김강우와 엮이게 된다. 세 추격자들은 각기 다른 ‘미친놈, 미스터리한 놈, 나쁜 놈’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색다른 박훈정 감독이 제대로 판을 깐 ‘놈놈놈’을 즐길 수 있다. 이들이 강태주를 어떻게 추격하는지, 왜 추격하는지 각자의 목적이 드러날 때마다 더욱 흥미를 유발한다.
한국으로 배경이 전환되면서 긴장감은 더욱 극대화된다. 마르코의 서사가 그려지던 이국의 땅에서는 황사가 낀 듯 노란 분위기로 폭풍전야의 느낌을 그려냈다면, 한국으로 오면서는 서늘한 파랑색이 주된 분위기가 되며 긴장감이 폭발한다. 더불어 먹구름이 낀 듯한 느낌까지 더해지면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전개가 이어진다. 여기에 긴장감 넘치고 차가운 BGM이 적절하게 깔리며 몰입도를 높여준다.
연출과 영상미를 한껏 느낀다면, 배우들의 연기가 이를 푸쉬해준다. 김선호의 귀공자, 강태주의 마르코, 김강우의 한이사, 고아라의 윤주까지 각 캐릭터들은 확실한 개성과 매력을 지녔다. 그리고 이를 네 배우가 자신들만의 색을 입혀 입체적이면서도 매력이 극대화되게 표현했다.
김강우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철한 한이사로 잔혹한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런 와중에 위트를 더해 다소 인간적인 면모까지 느낄 수 있는 입체적인 면모를 표현했다. 위트와 냉철한 매력을 동시에 겸비한 한이사는 김강우를 통해 빌런이지만 치명적인 섹시미까지 더해져 보는 내내 빠져들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도 발산한다. 더불어 장총 액션으로 카리스마도 장착, 김선호와 대립하는 장면은 ‘귀공자’의 정말 포인트 장면이다. 그만큼 이번 작품에서 ‘김강우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있음이 입증된다.
고아라는 이전의 캐릭터들을 잊게 만드는 또 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미스터리하면서도 신비로운 윤주 캐릭터를 통해 알쏭달쏭한 매력을 발휘한다. 특히 ‘귀공자’의 카체이싱 액션을 담당한다. 스피디하면서도 속도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강렬한 카체이싱으로 속이 뻥 뚫리는 재미를 선사한다. 김강우, 김선호에 밀리지 않는 포스로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강태주는 신인임에도 선배 배우 김선호, 김강우, 고아라에 밀리지 않는 액션과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 복싱 선수이기 때문에 복싱을 베이스로 액션 연기를 펼친다. 아울러 친부를 찾는 과정, 쫓기는 과정 속 드러나는 마르코의 다변화되는 감정을 다채롭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뿐만 아니라 맛깔나는 욕설 연기와 영어 연기는 ‘귀공자’의 소소한 웃음 포인트로 자연스레 작용한다.
그동안 깔끔하고 시원시원한 매력을 보여줬던 김선호는 이런 매력을 또 다시 보여주는 것은 물론, 광기를 제대로 더한다. 아이 같은 웃음 속 서늘함을 느낄 수 있다. ‘맑눈광’ 귀공자 캐릭터에 왜 김선호가 어울렸는지를, 그가 강태주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지나친 깔끔함, 맑은 눈 속 광기를 능청스럽게 잘 표현해내는 것은 물론, 묘하게 대사만으로도 서늘함을 느끼게 해준다.
아울러 단정한 슈트핏 속 똘기 넘치는 액션은 잔뜩 흔든 콜라의 뚜껑을 연 듯 뻥하고 터진다. 시원시원하면서도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휘몰아친다. 어쩐지 아찔해지는 매력도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열심히 담아왔다는 박훈정 감독 표 ‘블랙 코미디’를 이번 ‘귀공자’에서는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폭발적인 액션, 긴장감 가득한 스토리 속 위트있는 대사들과 귀공자의 똘기 넘치는 행동은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재미 포인트이기도 하다.
잔뜩 흔들린 콜라를 열기 전,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과 함께 폭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기대 속 달콤하게 마시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막상 열고 나면 오히려 생각보다 폭발하지 않을 수도, 폭발을 예상했기에 빠른 수습
[이남경 MBN스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