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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호 인터뷰 사진=매니지먼트 오름 |
지난 5일 tvN 주말드라마 ‘일타 스캔들’이 종영했다. ‘일타 스캔들’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이다.
극 중 정경호는 까칠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 역을 맡았다. 전도연이 맡은 남행선과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를 보여주면서, 쇠구슬 사건의 범인 신재하의 지동희와는 애틋하면서도 분노를 유발하는 모먼트를 선사했다.
또한 정경호는 까칠함 속에도 학생들을 생각하는 따뜻한 면모를 가진 반전 매력을 선사했다. 더불어 남행선과 남해이(노윤서 분), 남재우(오의식 분)와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내며 성장하는 최치열의 측면도 담아내며 ‘일타 스캔들’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활약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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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타 스캔들’ 정경호 사진=매니지먼트 오름 |
Q. ‘일타 스캔들’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존경하는 전도연의 출연도 선택에 영향을 끼쳤나.
A. 일단 양희승 작가님 작품은 거의 다 찾아봤던 것 같더라. 직전 작품까지도 너무 재밌게 봤다. 유제원 감독님도 ‘슬기로운 의사생활’ 끝날 때 쯤 인사를 드리며 알게 됐다. 정석이형이랑도 연이 있다. ‘오 나의 귀신님’도 잘 봤고, 대명이형과도 친하시고, 선한 분인 것도 알게 됐다. 전도연 선배님과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감히 선택을 하고 안하고의 부분은 아니고, 그 자체가 나에게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Q. 앞서 전도연에 대한 존경심을 고백했다. 이번에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전도연의 의외의 모습이 있을까.
A. 의외의 모습이라기보다, 내가 되게 현장에 빨리 나가는 스타일이다. 선배님도 나 못지 않게 일찍 와서 현장을 즐기시는 분이다. 나도 정말 대본 잘 외운다고 생각을 하고 자부심이 있는 편인데 선배님도 대본을 안들고 계신다. 다 외워오신다. 다른 점이라기보다 되게 그 정도 내공이면 현장에서 편안하실 줄 알았는데 늘 카메라가 어려우시고 긴장하는 그런 모습들이 신기했다.
Q. 이번 작품으로 정경호의 로코에 빠졌다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최치열을 연기하며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일까.
A. 일타 강사 역할도 너무 생소했고, 처음 맡아 봤다. 최치열로 그릴 수 있는 게 1조원의 남자, 일타, 자기만 알고 직업적으로는 최고지만 밥도 못먹고 덩그러니 집에 혼자 있는 모습이었다. 작가님과 감독님과 작품이야기를 할 때 좀 더 인간적인 모습이 뭘지도 생각했다. 하찮미를 더 첨가하면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서 대본에 나와 있는 부분에서 최대한 더 나스러움을 살렸던 것 같다.
Q. 그렇다면 실제로 정경호가 생각하는 하찮미는 어느 정도인가.
A. 중간 정도인 것 같다. 초반에 편집실에서 1부부터 4부까지 후시 녹음을 하러 갔는데, 넘어지는 장면 밖에 없더라. 이렇게 하찮아도 될까 생각을 했었다.
Q.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최치열의 판서가 진짜 일타 강사들과 비슷하다는 반응이 등장했다. 준비하며 고충이 있었을 것 같다.
A. 일타 강사도 일타라는 단어도 몰랐었다. 이런 세계가 있는 줄도 당연히 몰랐었다. 더군다나 수학은 1도, 아니 0도 몰랐다. 고민이 많이 들었다. 실제로 일타 강사님들 강의도 많이 봤고, 실제 수학을 가르쳐주는 일타 강사 안가람 선생님이라고 있다. 그 학원에 가서 수업도 들어보고 끝나면 이야기도 나눠보고 했다. 수학이 뭔지 이해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공식을 강의하는 부분이 극 중에 12문제 정도 나오는데 공식을 외우려고 했다. 외우는 거야 어떻게 외우는데 쓰는 게 문제였다. 판서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짜증이 나더라. 안 써지니까! (웃음) 계속 썼던 것 같다. 칠판도 사서 집에서 연습했다. 선생님이 일이 끝나서 우리 집에 오면 술 한잔 사주고 문제를 좀 써보라고 하고, 쓰면 내가 따라 베끼고 연습했다. 어깨 통증뿐만 아니라 뭘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행히 안가람 선생님이 너무 쉽게 문제 풀이를 만들어주셔서 외우는 건 잘했다. 다만 학생들을 보고 쓰는게 어려웠던 것 같다. 드라마 내용상 수아가 ‘이거 치열쌤 판서인데?’라는 장면이 있어서, 리미트나 숫자 2 같은 거는 특별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루트 방향도 의도한 거다. 대본에 있던 거다. 특이하다고 생각하게끔. 발차기도 대본에 있었다. 주목시킬줄 있는 방법이 뭘까하다가 다른 후보들 중 발차기를 선택했다.
Q. 섭식 장애를 가진 최치열의 외형적인 부분도 준비를 했나.
A. 변화를 줄 필요가 없더라. 전작과 너무 연결이어서. 대본 첫장에 바싹 마른 몸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체질이 된 것 같다. 김준완 3년, 에이즈 환자 갔다 왔고, 치열이를 했고. ‘압꾸정’ 영화에서도 그렇고. 이렇게 되더라. 이번에 쉼표를 다지려고 했다.
Q. 일타 강사 최치열의 일상은 연예인의 일상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감이 갔을까.
A. 너무 공감했던 것 같다. 우리 팀들도 그랬겠지만, 일타 강사라는 삶이 생소하기는 하다. 우리 드라마에서도 나오지만, 경찰관한테 ‘나 누군지 몰라요?’ 하듯 그들만의 삶이 있더라. 엄마들도 그런 엄마들이 일부겠지만 계시고. 일타 강사들은 쉽게 말해서 우리와 똑같은 것 같다. 가십의 대상이 되는 상태이고, 우리도 방송이나 영화 끝나고 후기 찾아보듯이 선생님들도 끝나고 후기를 찾아본다. ‘선생님 여기가 말투가 빨랐대요. 어미가 내려갔는데 기분이 나쁜가요?’ 하듯. 지실장이 옆에서 말하듯 연예인과 똑같이 살더라. 안가람 선생님 말을 듣기에도 개인 시간이 없다더라. 유일하게 하는 게 학생들 수학 문제 연구하고 뭐하는 거였다. 돈이 쌓여서 쓸 시간도 없고 휴가도 없고 그런 삶을 살더라. ‘넌 뭐가 행복해?’라고 하면 ‘강의 할 때 학생들이 끄덕끄덕 거릴 때’라고 하더라. 자기가 문제를 만들고 풀이과정을 자기가 하니까. 어떻게 보면 우리 같은 경우도 사랑을 크게 받던, 사랑을 받지 못했던, 봐왔던 사람들이 좋았다고 하듯이 일타강사도 비슷한 것 같다.
Q. 치열과 초반에 대립을 보여줬던 전종렬(김다흰 분)과는 극이 진행될수록 오해를 풀며 친한 친구 사이로 돌아간다. 특히 두 사람의 술자리 장면이 화제였다. 정경호의 만취와 안구 열연이 빛났기 때문. 비하인드가 있을까.
A. 목까지 빨간 이유는 거기가 더웠다. 그리고 일단 그 장면이 너무 웃겼다. 사실 굳이 감독님께서 디테일을 안잡으시려고 한 건데, 지실장이 치열이 휴대폰에서 문자를 지우는 장면이 있다. 내가 계속 휴대폰을 들고 있는 설정이 편집이 됐다. 그 설정을 위해 써놓은 부분이지 않을까. 연결고리가 있다. 그런데 눈을 떠야 열리니까 재밌으라고 해봤던 거다. 얼굴을 댄다는 대본에 있었지만, 눈을 그렇게 떠라는 건 대본에 없었다.
Q. 국가대표 반찬가게의 도시락 맛도 궁금하다.
A. 일단 조리팀이 너무 잘한다. 아시겠지만, 도시락 반찬 가게도 청주의 세트인데, 거기서 조리를 다 한다. 실제로 도시락 반찬도 다 진열하고, 늘 싸오고 그랬다. 멸치조림이나 콩자반 이런 거를 싸오고 했다. 너무 맛있게 먹었다.
Q. ‘일타 스캔들’ 오의식, 신재하 등과의 호흡을 맞춘 소감도 궁금하다.
A. 일단 오의식과는 친구이다.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하기 전부터 친했다. 오의식과는 만들어가는 과정은 말할 것 없이 즐거웠다. 신재하도 ‘슬기로운 감빵생활’ 때 잠깐 같이 했었고, 이후에 만났는데 10살 차이 나는데 나이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귀여운 막내였다. 개인적으로 장영남 선배님의 선재 엄마 연기를 보며 존경스러웠다. 강직하고 우직하게 캐릭터를 만들어오는 과정이 대단했다. 마지막 쯤 왜 그랬는지가 나오지만, 끝까지 힘있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다. 선영 선배님도 그렇고, 그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인물들이 있어 재밌지 않았나 싶다.
Q. 학생 역을 맡은 노윤서, 이채민, 강나언 등 어린 친구들과의 호흡을 맞추면서, 세대 차이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을까.
A. 세대 차이는 못 느꼈다. 노윤서라는 배우가 어쩜 저렇게 연기를 잘하지 싶었다. 이제 세 작품째인데 ‘어떻게 저렇게 다 알지? 나는 저 나이 때 못했는데’ 싶었다. 이채민이라는 배우는 ‘어떻게 태어나야 저런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갖고 태어나지?’ 했다. 다른 배우들도 너무 좋았지만, 노윤서의 다음이 기대된다. 해이로 연기를 하는 것을 보며 부러웠다. ‘나는 네 나이 때 그러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라고 직접 말했다. 그랬더니 그냥 웃더라. (웃음)
Q. 최치열은 일타 강사로 바쁘게 생활하며, 섭식 장애를 겪는다. 정경호 역시 연예계 생활을 하며 힘들었던 적 있나.
A. 너무 힘들다. 지금도 입술이 튼다. 다행인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은 아니다. 다행히 사람들 만나서 푸는 편도 아니다. 극 I여서, 혼자 있으면 충전이 많이 된다. INFJ이다.
Q. 이번 작품에서 로맨스가 많이 나왔는데, 최수영의 반응은 어땠을까. 또 피드백도 주고 받을지, 현실에서도 사랑꾼일까.
A. 너무 재밌게 보더라. (웃음) 그분은 나를 제일 잘 아니까. ‘가장 오빠답네’라는 말 정도. 실제로 그렇게 달달한 편은 아니다. 평소와 비슷하다. 우리는 일 이야기를 되게 안하는 편이다. 남들 연기하는 것을 보고 이야기를 하는 거를 좋아하지, 서로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안한다. 보기는 다 보는데, ‘여기서 어땠네’ 이런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말 안한다. 엊그제도 ‘바빌론’을 보고 밤새 이야기했다. ‘일타 스캔들’ 보고는 1분도 이야기 안한다.
Q. 더불어 최수영과 함께 키우는 반려견 호영이의 사진이 등장해서도 화제였다.
A. 대본에 강아지 사진에 ‘개같다’라고 하는 내용이 있었다. 강아지 사진 첨부라는 게 있어서 마침 또 감독님이 나 개 키우는 것도 알아서 사진 하나 보내달라 해서 상관 없다고 해서 보내줬다.
Q.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정경호. 지난 연기 세월을 돌아본다면?
A. 나는 정말로 엊그저께라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편이다. 쉽게 말해서 ‘일타 스캔들 전으로 돌아갈래? 잘 할 수 있어?’ 하면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할 것 같다. 작품할 때 늘 많이 최선을 다했던 편이었던 것 같다. 후회를 안남기려고 하는 것 같다. ‘그 시절로, 20년 전으로 돌아갈래?’ 하면 지금 기자님과 같이 있는게 좋을 정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거를 또 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그때는 좋았지만, 그때 당시 최선을 다하는 편이라. 너무도 감사하게 짧은 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을 시간 동안 작품을 많이 해서 너무나도 감사한 시간들이다. 무엇보다 되게 이제는 조금 열심히 잘 해왔고, 전도연 선배님, 박성웅 형이랑 미도와 파라솔, 신원호 감독님 등과 언제 또 하겠나. 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지만, 버티고 있어서 좋은 사람을 만나지 않았나 싶다. 얼마 전에 성웅이형이 자기가 이런 인터뷰를 했다고 카톡까지 보내더라. ‘존재 자체가 사랑스러운 경호’라고 써줬더라. 남들이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고. 그렇게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성웅이형 존재 자체가 사랑스러운 우리형이라고 좀 부탁한다. (웃음)
Q. 이미지 변신을 하는 대본이 들어온다면 어떨 것 같나.
A. 제발 그런 대본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웃음) 갑작스럽게 되지는 않을 거다. 일단 이번 영화까지만 끝나고, 개인적으로 또 뭐가 들어오면 할 거다. 개인적으로 쉼표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작품을 쉬지 않고 하니까 다양한 역할을 맡으면서 정경호라는 사람이 성장해왔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 것 같다. 내가 갖고 있는 게 좀 많고 단단해져있는 상태에 다양한 역할을 하다 보면 제자리이지 않을까. 마흔하나라는 내 자리가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중간적인 위치이다. 지난 20년보다 지금 시기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Q. 요즘 흑백사진에 빠진 것 같다. 예전에 최수영도 한숨을 쉬게 만들었던, 화제의 필터는 이제 사용하지 않는걸까.
A. ‘일타 스캔들’ 스태프한테 홀려서 카메라를 샀다.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그 필터는 이제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더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성장해오고 있는 것 같다.
Q. 정경호에게 ‘일타 스캔들’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A. ‘일타 스캔들’이 진짜로 이런 말씀 드리기 그렇지만, 막 바등바등 노력을 하지 않았
[이남경 MBN스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