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방송된 MBN ‘우리가 몰랐던 세계-진상월드’(이하 ‘진상월드’)에서는 지하철 진상을 찾아갔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하철 종사자 6인이 출연해 직접 겪은 진상 이야기를 털어놨다.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진상의 민낯을 파헤치는 진상 추적 프로그램 ‘진상월드’는 매주 금요일 밤 10시2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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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만큼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이른바 ‘빌런’들이 끊이지 않는다. ‘진상월드’에서 공개된 제보 영상에는 휴대폰으로 머리를 가격한 폭행 사건부터 열차 내 흡연하는 승객, 단소로 위협하는 승객까지 온갖 진상들이 등장했다.
이에 ‘진상 퇴치 군단’이 역무원부터 승무원, 환경미화원, 차량 검수원, 지하철 경찰대 등 지하철을 움직이는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직접 겪은 기상천외한 진상 경험담을 들어봤다.
(김구라) “지하철 진상들을 제보한 영상을 보니 지하철에서 용변을 보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실제로 그런 일들이 많이 있나요?”
(배남이 환경미화원) “제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일화예요. 역무실 부장님이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외계인이 왔다 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청소하러 갔더니, 위아래로 다 토해놨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했어요. 진짜 거짓말 조금 보태서 칸에 들어갔을 때 양이 발목까지 왔다니까요.”
(김구라) “실제라고 믿기 힘든 이야기네요.”
(배남이 환경미화원) “그렇죠. 지금이야 나름의 노하우가 있지만, 처음에는 너무 치우기 힘들었어요.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선배님들이 코 막고, 귀 막고, 눈 감고 치워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이런 일을 말로만 들었는데 직접 해보니 와, 역시 힘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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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영 역무원) “제가 4년 차 역무원인데, 별의별 일이 다 있어요. 노인용 교통카드로 부정 승차하는 승객부터 중고 거래를 핑계 삼아 들어갔다가 그대로 도망가는 승객, 막무가내로 출입구나 문 열어 달라는 승객, 교도소에서 오늘 출소했다고 출소증을 보여주며 협박한 사람도 있었죠. 그런가 하면 폭행 같은 일 역시 비일비재해요. 이유 없이 역 직원에게 다짜고짜 욕하거나 갑자기 때리는 사람도 많아요. 술에 취하지도 않았는데도요. 물론 술 취한 분들이 역사 내 시설물을 때려 부수는 경우도 너무 많고요.”
(김구라) “그런 상황에서 역무원 분들은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송시영 역무원) “사실 역무원들은 사법권이 없어서 피하거나 어쩔 수 없이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방어가 최선이죠. 무방비 상태에서 흉기로 위협을 당하기도 했어요.”
(김구라) “공개해 주신 당시 CCTV 영상이 충격적인데요, 그날의 상황 설명을 해주시죠.”
(송시영 역무원) “어떤 남성 분이 개찰구를 무단으로 통과하려고 하기에 당연히 제지했죠. 그러자 주먹을 휘두르며 위협하길래 경찰에 신고를 했어요. 그런데 그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흉기를 들고 쫓아오더라고요. 제 기억으로는 손에 든 게 깨진 병이나 유리 조각 같았어요. 저도 저런 사람들 많이 상대해 봤는데, 살기가 느껴진 건 처음이라 정말 무서웠어요. ‘뛰지 않으면 직원이고 뭐고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순간에는 정말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죽기 살기로 그냥 뛰었던 것 같아요. 이후에 경찰 분들이 오셔서 진압봉으로 제압하려고 하니까 그때는 또 조용히 있더라고요. 그러다가 근무 끝날 때쯤 또 찾아왔어요. 체포 당시에는 뭐가 없었으니까 훈방 조치로 끝난 거죠. 사건 당시에 들고 있던 유리병으로 다른 승객을 위협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그분이 한눈팔았을 때 몰래 치웠었는데, 그 유리병을 다시 찾으러 온 거예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역사 내 위험한 사무용품을 치우고 경찰을 기다렸죠. 결국 유리병을 찾아서 돌아갔어요. 이런 일들을 처음 겪는 분들은 트라우마로 남기도 하겠지만, 저희 같은 역 직원들은 이런 일들이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일어나요. 극단적이지만 어쩔 수 없이 단련이 된 거죠.”
(박종석 정신과 전문의) “저는 이런 얘기들을 들으니까 역무원, 승무원들의 정신 건강이 심각하게 우려가 되네요. 그래도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하고 치료를 받아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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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 “지하철 민원 사항 1위가 냉난방 문제라고 하던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민원이 들어오는 건가요?”
(정명우 승무원) “보통 한여름에는 온도를 낮게 틀어도 승객들이 너무 많아서 온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온도가 자동 설정이라서 저희가 최대한으로 틀어도 더워지는데, 어떤 분은 너무 덥다고 하고 어떤 분은 너무 춥다고 해요. 중간을 찾기가 힘들어요.”
(송시영 역무원) “저는 정 승무원님의 고충을 십분 이해해요. 여름이든 겨울이든 덥거나 춥다는 냉난방 건의 사항이 번갈아 가면서 분 단위로 몇 천 건씩 올라오는 걸 봤어요.”
(김구라) “사실 사람이 제일 싫어하는 게 같은 얘기 계속 반복하는 거 아닙니까. 해결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정명우 승무원) “맞아요. 어떤 승객들은 운전실로 들어오려고 한다거나 객실용 비상 인터폰을 통해서 승무원에게 불만을 말씀하시기도 해요. 지하철 앱이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 민원 센터에 연락하기도 하고요. 저희가 설명은 해드리지만 따로 조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참고 최대한 고객들의 민원 사항을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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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남이 환경미화원) “물론 일하면서 보람과 자긍심을 느낀 일도 많아요. 계단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어떤 승객 분이 근무 시간이 어떻게 되시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밤샘 작업을 한다고 했더니 간식이라도 먹고 하라면서 선뜻 현금 5000원을 주시더라고요. 저는 한평생 주부로 지내다가 직장 생활을 처음 접해
게 깨끗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생하십니다’ 이렇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는 분들이 계시면 힘이 나서 역사를 더 깨끗이 청소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요.”
[자료제공 MBN]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8호(23.2.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