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소희’ 리뷰 사진=쏠레어파트너스(유) |
영화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는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여고생 소희가 겪게 되는 사건과 이에 의문을 품는 여형사 유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도희야’ 이후 배우 배두나와 정주리 감독이 재회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제75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초청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릴레이 수상을 이어온 것은 물론, 시사 직후 울림을 주는 영화로 호평을 받고 있다.
‘다음 소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배두나의 신뢰감 있는 연기와 실력파 신예 김시은의 울림 가득한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또한 현실적인 사회 문제를 짚어내면서도, 그 안에서 공감과 묵직한 울림까지 선사했다.
이 작품의 전개는 전반부와 후반부를 각각 김시은과 배두나가 이끌어 나가는 독특한 전개로 이뤄진다. 전반부는 김시은이 이끌어 나간다. 안타까우면서도 울컥하게 만드는 스토리를 엿볼 수 있다. 후반부는 믿고 보는 배두나의 무게감 있는 연기와 함께 분노와 함께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소희’ 역을 맡은 김시은은 신예임에도 섬세한 감정 연기로 함께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그는 현장 실습을 나가기 전 밝고 쾌활하던 소희가 실습을 겪으면서 우울해지고 무기력하게 변해가는 과정을 공감되게 그려낸다.
실화인 만큼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이에 소희의 상황과 감정에 집중한 김시은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누구나 소희가 될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풀어간다. 그 덕분에 관객들에게 소희의 감정선이 차곡차곡 쌓이며, 몰입감있게 집중할 수 있다.
김시은은 그 과정에서 10대로서 보여줄 수 있는 풋풋하면서 당돌한 매력도 충분히 어필해 눈길을 끈다. ‘다음 소희’의 연결 포인트이기도 한 춤. 그는 학생으로서 꿈꾸는 모습, 춤을 추며 느끼는 행복함과 열정 등을 충분히 담아낸다. 또한 멋지면서도 파워풀한 춤선까지 선보이는 열연을 펼쳐 시작부터 확실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뿐만 아니라 친구를 험담하는 이들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당돌하면서도 패기있는 모습도 그 나이대에 맞는 스타일로 표현해냈다. 이에 김시은은 생기 가득하고 활발한 소희의 모습으로 초반에 확실한 인상을 남겼고, 소소한 웃음도 선사하는 폭넓은 연기를 보여준다.
더불어 이런 밝은 모습이 있기에, 콜센터 현장 실습을 하면서 변해가는 소희의 모습이 더욱 와닿을 수밖에 없다. 소희는 감정 노동자로서 겪는 고충, 성희롱과 폭언 등은 물론 회사 내부에서의 가슴 아픈 일, 분노를 유발하는 일들을 겪으며 변해간다. 그런 점에서 시간이 흐르고 결국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소희의 모습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이런 김시은의 열연 뒤를 배두나가 이어 받아 후반부를 빠르게 이끈다. 전반부는 소희의 서사를 함께 관찰하고 함께 분노와 슬픔을 차곡차곡 쌓아 갔다면, 후반부는 배두나가 맡은 유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사회적인 구조에 대한 문제로 인한 미안함과 분노를 느끼게 만든다.
더불어 유진은 관객들이 하고 싶은 말들을 대신 해주기도 한다. 배두나는 이를 차분한 분위기로 서서히 이끌며 결국 폭발하듯 터트린다. 속이 후련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기에, 울컥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또한 소희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그 아픔을 함께 되뇌이고, 책임을 회피하는 이들에게 분노와 함께, 지켜주지 못한 세상의 ‘소희’들에게 책임감과 미안함을 느끼게 만든다. 그만큼 배두나는 후반부를 꽉 잡고, 무게감 있게 만들면서, 공감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역할을 신뢰감 있게 완성했다.
‘다음 소희’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나 역시 ‘소희’가 될 수 있고, 이미 ‘소희’일 수도 있는 상황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아직까지도 이런 문제는 발생하고
그만큼 ‘다음 소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자신을 반성하게 되고, 사회에 책임감을 갖게 되고, 혹은 소희의 마음에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할 수 있다. 오는 18일 개봉.
[이남경 MBN스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