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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선호 인터뷰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는 tvN 드라마 ‘슈룹’에서 계성대군을 연기한 유선호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슈룹’은 자식들을 위해 기품 따윈 버리고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를 그리는 드라마다.
극 중 유선호는 김혜수가 맡은 중전 화령의 네 번째 아들 계성대군을 맡았다. 그는 딸 같은 아들로, 성소수자라는 비밀을 감춘 인물이다. 유선호는 가족 간의 이야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러우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또한 그는 ‘여장’이라는 자신만의 숨구멍인 산책으로 고운 미모를 뽐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모친 화령의 김혜수와 독대를 나누는 장면으로 깊은 울림도 남겼다. 더불어 유선호는 김혜수뿐만 아니라 형제들과의 훈훈한 케미까지 터트리며 ‘슈룹’앓이에 일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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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선호 ‘슈룹’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
Q. ‘슈룹’이 무사히 끝났다. 종영 소감 부탁한다.
A, 진짜로 끝이 났다. 준비하는 과정부터 1년 정도를 찍은 작품이다. 이렇게 또 끝이 난다고 하니까 서운하기도 하고 시원섭섭한 마음이 크다. 이렇게 잘 마무리되고 많은 분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다. 뿌듯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든다.
Q. ‘슈룹’의 시청률이 16%를 돌파했다.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처음부터 ‘슈룹’의 대박을 예상했을까.
A. 일단 드라마 대본을 볼 때부터 잘 될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 읽었을 때 재밌었고 여운이 크게 남았다. ‘이게 안되면 도대체 어떤 게 잘 되는 거지?’ 싶었다. 내 생각보다도 더 잘돼서 너무 기분이 좋고 그랬다.
Q.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파격적이면서도 표현하기 어려웠을 듯하다. 또한 조심스러웠을 텐데 준비를 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A. 일단은 계성대군을 최대한 다가가고 느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계성대군을 연기하면서 얻을 수 있는 조그마한 감정이라도 참고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참고하고 공부하고 따로 준비를 했다. 영화를 보고 다큐멘터리를 보고 책을 보고 이런 것들, 논문도 몇 번 찾아본 것 같다. 최대한 다가갈 수 있는 건 간접적으로나마 다가가려고 했다.
Q. 어떠한 작품들을 참고했을까.
A. 일단 영화 같은 건 기억에 남는건 ‘대니쉬 걸’이다. 그 영화도 네 번, 다섯 번 돌려봤던 것 같다. 꼭 정체성에 관한 작품이 아니더라도 다큐멘터리도 많이 찾아 봤다. 성소수자 관련된 걸 보기도 했고 평범한 가족 이야기로 나온 것도 찾아 봤다. 꽤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아무래도 ‘슈룹’ 전반적인 이야기도 그렇고 내 이야기는 가족의 사랑에 대한 게 커서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감정이 뭘까 검색하고 찾아봤다.
A. 확실히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막막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 싶었다. 접근하는 것 조차도 막막했다. 하나하나 만들어 가고 하나하나 준비했던 게 쌓여가면서 만들어졌던 것 같다. 일단은 모든 캐릭터를 여태까지 연기했던 걸 포함해서 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최대한 느끼면서 거짓없이 하자였다. 이것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는게 내 캐릭터를 이해하고 몰입하는 분들에게 상처를 주지 말자는 게 컸다. 그래서 더 다가가려고 공부를 했던 것 같다. 어쨌든 성 정체성이라는 짙은 캐릭터성이 있다. 그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잘 느낄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호르몬에 대한 책까지도 읽어봤다. 호르몬적인 거는 이해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이런 호르몬이 나올 때는 어떤 감정이겠구나, 이런 대화를 주고 받을 때는 이런 감정이 들었겠구나’ 하는 걸 책을 읽으면서 노트에 메모했던 게 기억이 난다.
Q. ‘슈룹’에는 많은 왕자 캐릭터가 나온다. 유선호는 처음부터 계성대군으로 오디션을 본 걸까.
A. 처음에는 다 열려있는 상태로 모든 왕자들의 대본이 오디션 때 있었다. 감독님께서 연락과 대본을 미팅 전 날인가 주셨다. 그날 저녁에 친구랑 양대창을 먹고 있다가 연락을 받았다. 되게 당황스럽기는 했다. ‘다음날 미팅이라고?’ 하고 열어보니 대본 20-30페이지 정도더라. 밥을 빨리 먹고 회사에 가서 대본을 뽑고 보려고 하니까 막막하더라. 내일인데 막막했다. 모험을 걸었다. 마음에 드는 거 하나를 해보자 한 게 계성대군이었다. 그거를 준비했다. 다른 역할은 잘 해냈을지 모르겠다. 다른 역할을 마음에 들어했다면 그 역할을 했을 거다. 계성대군이 마음에 들어서 준비해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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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선호 계성대군 김혜수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
A. 김혜수 선배는 촬영 들어가기 전에도, 지금도 그렇지만 워낙 대선배님이고 에너지도 너무 크고 해서 살짝 ‘위축이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다. 막상 촬영에 들어갔는데 첫 촬영 때부터 너무 잘 챙겨주시는 거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도 먼저 말 걸어주시고 안아주시고 했다. 너무 좋았다. 선배님이랑 같이 연기할 수 있는 것도 좋았고,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데 깊은 감정의 호흡을 나눴던 거니까 나로서는 정말 느껴보지 못할 감정들을 많이 느끼고 배웠다. 선배님이 좋은 이야기도 굉장히 많이 해주신다. 내 장점인 부분들, 네가 얼마나 발전했다 하는 부분들을 보는 선배님도 감동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Q. 그렇다면, 김혜수가 꼽은 유선호의 장점은 무엇일까. 또 호흡을 맞추면서 인상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
A. 마지막 촬영이 선배님께 ‘저 떠나겠습니다’ 하는 장면이었다. 그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다. 1년 간 ‘슈룹’을 하면서 제일 많이 느꼈고 울었다. 그 장면을 되게 담담하게 엄마 걱정시키고 싶지도 않고 ‘엄마 저 떠날게요’ 하려고 했는데 선배님이 거의 오열을 하시더라. 목소리도 안나올 정도로 우시는데 리허설 때부터 울어버렸다. 다 끝나고 선배님이 ‘선호 너는 항상 진실로 대해서 좋다. 거짓으로 대하지 않아서 좋다’라고 해주셨다. 어떻게 보면 내 목표가 그거였다. 최대한 느끼고 하자. 똑같은 이야기인 게 ‘느낀대로 표현하자’를 제일 크게 생각했다. 거짓으로 해서는 안된다. 보는 사람도 분명히 알 거다. 선배님은 그 점을 알아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다. 내가 성장한 거에 대해서 선배님이 기뻐하고 감동 받아 하셨다. 그걸 보며 나도 감동 받았고, 너무 감사하고 내 인생에 이런 분을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스승님 같기도 하고 좋은 선배님 같기도 하고 은인 같기도 하다. 내 인생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Q. 계성대군은 자신의 자유를 찾아 결국 궐을 떠난다. 결말에 만족할까.
A. 최고의 마무리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이제 더 나아가서 계성이만의 삶을 살 거니까. 이후를 생각해보면, 첫 번째로 궐에서는 숨겨야 했던 것들을 하며 살아가기는 할 것 같다. 마지막에 그림 편지를 보내지 않냐. 그렇게 자기답게 잘 살 것 같다. 행복하게. 눈치 안 보고.
Q. 왕자들과의 케미도 좋았다. 형제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A. 다들 너무 좋았다. 알고 지냈던 분들도 있었고 처음 보는 분들도 있었다. 확실히 오랫동안 같이 고생하고 마음을 나누고 하다 보니까 당연히 너무 가족 같아졌다. 끈끈한 무언가가 생겨서 아직까지 연락도 하고 잘 지낸다.
Q. ‘슈룹’의 감독님께서는 계성대군의 손을 염두해뒀다고 하는데, 손 관리도 한걸까.
A. 손 관리는 한 번도 안했다. 손톱 관리는 했다. 봉숭아 물을 들였던 장면이 있다. 그렇게까지 디테일하게 나오지는 않았는데 쉬는 날에 감독님한테 갑자기 전화가 왔다. 그 전날에도 촬영을 했나 그래서 되게 늦게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감독님한테 갑자기 전화와서 뭐하냐고 물으셔서 ‘일어나서 점심 먹으려고요’ 하니까 감독님이 ‘너 지금 손톱 길이가 어떻게 돼?’ 하셨다. 짧다고 했다. 봉숭아 물들이는 장면이 있어서 지금부터 길러보라고 하셨다. 그런데 촬영이 계속 미뤄지더라. 너무 길었는데 언제까지 길러야 하나 했다. 계속 부러지는데. (웃음)
Q. 계성대군은 ‘여장’을 답답한 궐 속 유일한 자신의 숨통이라고 표현하며, 산책에 비유했다. 유선호에게 산책 같은 존재가 있다면.
A. 실제로 산책을 좋아한다. ‘슈룹’ 준비하면서 머리가 복잡할 때 3-4시간 정도 걸었다. 운동하는 걸 되게 좋아한다. 그래서 운동이 나한테서 제일 큰 스트레스 해소고 취미인 것 같다. 그 다음이 산책 아니면 진짜 좋은 작품을 보면 자극을 받는다. 그런 것들이 나에게는 계성이의 산책 같은 게 아닐까.
[이남경 MBN스타 기자]
(인터뷰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