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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의 집` 종영을 아쉬워한 배우 서하준. 제공| 블레스이엔티 |
지난 10일 종영한 MBC 저녁 일일드라마 '비밀의 집'(극본 원영옥, 연출 이민수)은 사라진 어머니의 흔적을 쫓는 흙수저 변호사 우지환(서하준 분)이 세상과 맞서 싸우기 위해 자신을 둘러싼 비밀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치밀한 복수극이다. 비뚤어진 가족애에 맞서 정의와 진실을 추적하는 한 남자의 여정을 그렸다.
서하준은 극 중 갑자기 사라진 어머니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우지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서하준은 "사계절을 함께한 작품이 끝났다. 아쉬운 마음이 가장 크다. 배우들, 스태프들과 헤어지는 아쉬움과 시원섭섭한 마음이 교차한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대부분 일일극이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과 달리 '비밀의 집'은 남자 주인공인 우지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흔치 않은 남성 원톱 드라마다. 서하준은 어떻게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을까.
서하준은 "감독님이 미팅할 때 '여자 주인공이 중심이 되는 드라마가 많지만, 남성 원톱 드라마를 하고 싶다'고 하시더라. 극중 우지환이 너무 완벽하게 그려져 있어서 제가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사건 에피소드들도 끌렸지만, 가족애를 더 끈끈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 좋았다. 일일드라마는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이해하기 쉬운 작품이 많지 않나. 그런데 '비밀의 집'은 조금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조금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선택 이유를 들려줬다.
서하준은 또 "어머니를 잃고, 누나도 불의의 사고로 잃는데 알고보니 두 사건의 피의자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참 놀랍지 않나. 그런 부분은 사실 처음엔 몰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서하준은 처음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했다. 전문직인만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서하준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주변 변호사 분들께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전문용어를 디테일하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없었지만, 변호사들이 일하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작품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들 중에는 유독 변호사가 주인공인 작품이 많다. MBC '닥터로이어' 한이한(소지섭 분)이나 '빅마우스' 박창호(이종석 분), SBS '왜 오수재인가?' 오수재(서현진 분),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영우(박은빈 분) 등 매력적인 변호사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서하준은 "비교하자면 제가(우지환 캐릭터)가 꼴찌"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여러 작품 속 변호사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런데 우지환은 직업이 변호사이긴 한데 법정도 안 가는 변호사라 비교하자면 우지환이 (변호사로서) 꼴찌 같아요. 변호사라는 직업에 어울리는 장면이 없더라고요. 사실 저도 기대는 했습니다.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법정에서 검사와 판사를 설득하는 장면을 준비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법정신이 없더라고요. 사적으로 복수하는 인물인데 거기에 법률적인 지식을 가미하는 정도였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진짜 변호사같은 변호사를 연기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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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하준은 극 중 악연으로 얽혔던 이승연이 `찐누나`라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제공| 블레스이엔티 |
서하준은 드라마 데뷔작인 '오로라 공주' 이후 9년 만에 MBC 일일드라마 주연을 맡았다. '옥중화' 이후론 6년 만의 MBC 작품이다.
서하준은 "감회가 새로웠다"면서 "데뷔작인 '오로라 공주'가 이 시간대 일일드라마였다. 처음으로 돌아간 느낌도 들고 제 집에 돌아온 느낌이 있더라"고 말했다. "'오로라 공주'를 일산 드림센터에서 찍었는데 '비밀의 집'도 이 곳에서 촬영했다. 느낌이 좋고 마음이 설레더라"고도 했다.
'오로라 공주'에서는 설설희 역으로 중간 투입됐으나 분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남자 주인공으로 격상됐다. 배우로서는 좋은 일이지만 현장에서는 난감했을 법 하다.
서하준은 "그때는 죄송한 마음을 안고 했다. 제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하며 "이번 작품은 캐스팅 당시부터 주연이었으니 그런 부담은 없었지만, 주연이라는 부담감과 긴장감은 있더라"고 또 다른 고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하준은 전작인 '맛 좀 보실래요', '불새2020', '내 사위의 여자', '사랑만 할래' 등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다. 여러 작품을 이끌어 왔음에도 여전히 주연이 자리에 부담을 갖는다는 서하준은 작품에 들어가기 전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밝혔다. 서하준은 "'오로라 공주'일 때는 긴급 투입됐고 매체 연기를 안해본 만큼 어떻게 드라마를 촬영하고, 방송이 나가는지 모를 때였다. 그런데 한 작품, 두 작품 하면서 보니 체력 안배가 중요하더라. 특히 일일드라마는 120부작으로 긴 시간 촬영을 해야하는 만큼 체력이 곧 멘탈이 되더라"고 경험에서 우러난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하준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이영은, 이승연 등 함께 연기한 선배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고마워했다. 서하준은 "이영은 선배는 열정도 있고 에너지도 너무 좋고, 무엇보다 너무 좋은 사람이다"라며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시청자 분들께 재미를 보여드릴 수 있는 신이 많을 것 같았는데 사랑이 싹트려고 하면 자꾸 일이 틀어져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빚을 재료가 다 준비되었는데 못빚은 느낌으로 끝나 아쉽다"며 러브라인으로 이어지지 못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특히 악연으로 엮인 함숙진 역의 이승연은 '찐누나' 같은 케미를 자랑했다고 했다. 서하준은 "대선배님이라 처음엔 조금 긴장했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을 다 풀어주시더라. 현장에서 모든 사람들의 큰 누나, 친언니 같은 느낌이었다. 저한테도 친누나같은 분이 됐다. 연기 호흡도 참 잘 맞았다"면서 "일일드라마의 특성상 반전이 많이 나온다. 내용을 다 모르고 연기하는데도 디테일을 살려서 하시더라"며 감탄했다.
훈훈했던 촬영장이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을 강화하면서 이전 일일드라마 현장과 달라며 아쉬운 점도 많았단다.
서하준은 "일일드라마는 모여서 암기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하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이 제한이 되니 아쉬웠다. 보통은 대기실을 따로따로 줘도 한 방에 다 모여있곤 한다. 그런데 이번엔 방송 초반 그런 시간이 없어서 걱정이 됐다. 시청률이 잘 안나오는 날은 환경적인 영향이 아닌가 고민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간에 엔데믹으로 방역이 완화되지 않았나. 그러면서 분위기는 더욱 좋아졌다"며 다행이었다고 설명했다.
'비밀의 집'은 최고 시청률 8.4%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VOD(다시보기서비스) 등이 자리 잡으면서 선방한 시청률이지만 서하준은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
"제가 출연했던 일일드라마 작품들의 시청률은 거의 다 두 자리 숫자였습니다. 그래서 걱정이 너무 되더라고요.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걸 수도 있는데 괜히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주변 분들이 '시청률은 안나오지만 체감 시청률은 좋은 것 같다. 힘내라'라고 조언해주시더라고요. 그 말을 위안삼아 유종의 미를 거둬보려 노력했습니다."
'비밀의 집'을 통해 서하준이 얻은 것은 뭘까. 서하준은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게 되는 기회가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