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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백’ 스틸. 사진I롯데엔터테인먼트 |
차갑고도 뜨겁고, 영리하면서 매혹적이다. 섬세하고도 치밀해 지루할 새 없이 쫄깃하다. 익숙한 첫 맛은 음미할수록 깊어지고 뒷맛은 씁쓸한듯 담백하다. 훌륭한 원작의 전혀 새로운 맛, 한국판 웰 메이드 스릴러로 다시 태어난 ‘자백’(감독 윤종석)이다.
잘 나가는 사업가 유민호(소지섭)은 어느 날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급하게 한 호텔로 향한다. 그곳에선 불안에 떨고 있는 내연녀 김세희도 와있었다. 불길한 예감을 감지한 두 사람이 도망치려던 순간, 민호는 의문의 습격을 당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김세희는 이미 죽었고,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성공한 사업가에서 하루 아침에 살해 용의자로 누명을 쓴 그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김윤진)를 찾는다. 양신애는 완벽한 진술을 위해서는 처음부터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건의 조각들이 맞춰지며 마침내 유민호가 감추고 있던 또 다른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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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백` 포스터. 사진I롯데엔터테인먼트 |
주연 배우 김윤진의 말처럼, 이는 마치 고도의 방탈출과도 같다. 퍼즐을 한 조각 씩 맞춰야만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고, 하나 둘 계단을 밟을 때마다 새로운 내용이 속속들이 드러난다. 도착한 목적지에서 다시금 새로운 진실과 마주하며 뜻밖의 반전도 만나게 된다.
진실을 숨긴 남자 소지섭의 얼굴은 새롭다. 그 진실을 집요하게 캐는 김윤진의 내공은 더 놀랍고. 두 배우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영화의 리스크를 강점으로 완벽하게 세공 시킨다. 바뀌는 상황에 따라 나나의 진폭도 커진다. 마치 ‘1인 2역’으로 보일 정도로, 나나는 이 어려운 과제를 능숙하게 해낸다. 세 배우의 응축된 에너지가 기막힌 발렌스를 이루며 영화의 킬링 포인트를 완성한다.
덕분에 큰 움직임 없이도 긴장감은 유지된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커진다. 인물이 앉고, 일어나고, 다가오는 혹은 멀어지는 미묘한 움직임 마저도 효과가 되고 장치가 된다. 배우들의 목소리, 표정, 움직임의 변화 하나 하나에 공기는 미세하게 달라지고 그것은 관객의 감각을 섬세하게 건들인다. 메가폰은 이를 클로즈업, 명암 대비, 구도 등 정공법으로 담아낸다. 탁월한 선택이다.
뒤바뀌는 이야기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결말에 다다른다. 그 과정에서 지루할 틈이 없다. 모든 진실이 베일을 벗은 뒤 또 한 번 등장하는 클라이맥스가 ‘괜찮은’ 스릴러에서 ‘웰 메이드’로 가는 한 방이다. 자칫 신파로 치우칠 수 있는 엔딩을 담백하고도 서늘하게 마무리한 것도 영리한 한 수다. 과한 욕심 대신 기본에 충실해 우직하게 정성을 쏟아 부었다.
시리도록 차가운 현실적인 미장센, 배우들의 뜨거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