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영화제에 마련된 넷플릭스 ’사랑방’(왼쪽)과 티빙 부스. 부산=강영국 기자 |
코로나를 딛고 3년 만에 마주한 부산국제영화제는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몸집을 키우고, 내실도 다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의 별’ 양조위를 비롯한 화려한 게스트와 확장된 섹션, 시민과 함께하는 다채로운 야외 행사로 부산을 달구고 있다. 특히 대세가 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온 몸으로 품었다.
지난해 팬데믹 침체 속에서도 가장 인기를 끌었던 ‘온 스크린’ 섹션은 3편에서 올해 9편으로 확장됐고, 각종 부스를 포함한 야외 부대 행사도 부활했다. ‘OTT계 리더’ 넷플릭스는 취재진과 시민들이 함께할수 있는 야외 카페를 운영해 최대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고, 국내 대표 OTT인 웨이브와 티빙은 체험형 야외 코텐츠와 파티인 ‘웨이브 약한 영웅의 밤’·‘티빙 술꾼 도시의 밤’을 각각 개최한다. 영화제의 낮과 밤, 온 앤 오프를 장악한, 영화제의 가장 화려한 꽃이 된 셈이다.
↑ `욘더` `글리치` 등 OTT 작품 9편이 ‘온스크린’ 섹션에 선보인다. 제공|부산영화제 |
‘온 스크린’은 기존 극장 스크린이 아닌, OTT 등에서 방영될 화제의 시리즈를 월드 프리미어 혹은 아시안 프리미어로 미리 선보이는 섹션이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의 '지옥'과 '마이네임', HBO의 '포비든' 3편이 첫 선을 보였고, 공개 후 언론과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3배 늘어난 9편이 상영되는 가운데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왓챠, 웨이브, 티빙 등 하반기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개 예정인 화제작들이 대거 초청됐다.
거장 그리고 실력파 감독들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올해에는 '글리치'(감독 노덕)와 '썸바디'(감독 정지우)를 비롯해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첫 한국 협업작 '커넥트', '피의 저주'(감독 키모 스탐보엘), '킹덤 엑소더스'(감독 라스 폰 트리에),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감독 이호재), '약한영웅 Class 1'(감독 유수민), '몸값'(감독 전우성)과 이준익 감독의 첫 SF물 '욘더' 등이 관객들과 만난다.
특히 베니스영화제 비경쟁작 초청작인 '킹덤 엑소더스'를 제외하면 모두 월드 프리미어로 최초 공개된다. 화제의 섹션 답게 상영작 모두 주말 회차는 이미 전석 매진됐고, GV(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된 회차는 평일에도 대부분 자리가 남아있지 않다. '몸값'의 경우 온라인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 매진돼 상영 회차를 늘리기도 했다.
과거에는 OTT 시리즈가 영화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가 지배적이었지만, 팬데믹을 거쳐 영화 관람 문화가 변화하면서 ‘새로운 영역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 플랫폼의 경계보단 보다 관객과 소통하고, 풍부한 문화적 체험을 공유하는 게 더 중요한 가치가 됐다.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온 스크린’ 섹션의 확장은 보다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영화제의 마음을 담은 것”이라며 “드라마와 영화 등 고전적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극 대응하고, 새 바람을 끌어 안고자 함이다. 동시에 OTT 작품을 극장에서 상영 함으로써 극장 체험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을 만드는 분들을 비롯해 관객들 양측 모두 너무나 큰 호응을 보내주셔서 뿌듯하다. 앞으로도 OTT 관련 섹션 및 행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양방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시민들로 북적이는 넷플릭스 카페 '사랑방'. 부산=강영국 기자 |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6일, 영화 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반전 핫플레이스는 바로 넷플릭스의 ‘사랑방’이었다.
넷플릭스는 부산영화제 기간 중 카페 ‘사랑방’을 오는 9일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첫 날부터 몰려드는 사람들로 내내 만석이었던 이곳은 취재진에게는 별도의 독립 라운지 공간을 제공해 밀접하게 소통했고, 팬들을 위해서는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심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그리고 부산에서 통해 최초 공개되는 ‘20세기 소녀’ ‘글리치’ ‘썸바디’ ‘바르도, 약간의 진실을 섞은 거짓된 연대기’ ‘화이트 노이즈’ 등의 포스터와 엽서로 갤러리를 꾸몄다.
누구나 직접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무료 셀프 포토 부스도 마련, 전 세계를 사로잡은 ‘오징어 게임’ 미니어처 장식이 눈길을 끌었다. 올해 영화제 출품작 소개와 출연 배우들의 화보 사진들을 전시한 액터스 월 등도 준비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함께 하는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 영화제에 참여하며 넷플릭스의 작품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배우·감독들과 팬들의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자 ‘사랑방’ 운영을 기획했다”며 “서로에게 기쁨과 감동, 재미를 선사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기자 분들에겐 자유로운 취재가 가능하도록 개방했고, 시민들은 부담 없이 쉬어 갈 수 있도록 보다 친근하고 편안한 경험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넷플릭스 ‘사랑방’에는 `오징어 게임` 장식이 눈길을 끈다. 부산=강영국 기자 |
더불어 웨이브는 오는 13일까지 영화의 전당 야외광장에서 ‘과몰입 다이빙 풀(Diving Pool)’ 콘셉트의 ‘웨이브 다이빙존’ 브랜드 부스를 설치해 체험형 콘텐츠도 제공한다. 광안리 해수욕장에는 파도와 어우러지는 대형 서핑 브랜드 구조물을,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약한영웅 Class 1’ 스페셜 포토존을 설치해 팬들을 손짓한다. 티빙 역시 영화의 전당 근처에 홍보 부스를 설치해 ‘몸값’과 ‘욘더’ 알리기에 힘을 실었다.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셀프 포토존을 설치하는 한편 뮤지엄 원에 유료 전시회도 열어 시선을 끌었다.
웨이브 관계자는 “작년부터 부산영화제가 OTT를 초청하기 시작한 가운데 우리는 올해 처음 ‘약한 영웅’으로 함께 하게 됐다”며 “확실히 영화든 시리즈든 영화제에서 작품을 수용하는 폭이 상당히 넓어졌다. 실제 이용자, 시청자들도 장르나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OTT를 이용하는 추세가 잘 반영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국내외 팬들이 몰려드는, 위상 높은 아시아 최고 영화제에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는 만큼, 홍보 부스도 만들고 배우들이 함께하는 행사를 적극 기획했다. 많은 이용자들과 엔터 관계자, 마켓 관계자 등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OTT 업계에는 상당히 중요한 자리”라며 “앞으로도 계속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고, 이런 자리가 수출 및 유통, 해외 진출에 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 디즈니 ‘아바타2’ 대형 야외 포스터(위)와 샌드 아트. 부산=강영국 기자 |
오는 12월 개봉을 앞둔 ‘아바타: 물의 길’은 풋티지 상영회를 비롯해 해운대 바닷가에 대규모 샌드 아트를 설치해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디즈니+ 신작 ‘커넥트’는 미이케 타카시 감독과 배우 정해인 고경표 김혜준이 오픈 토크와 간담회에 참석해 팬들과 소통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4일까지 열흘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등에서 열린다. 7개 극장 30개 스크린에서 71개국 242편이 상영되며,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극장 좌석 100%를 사용한다. 커뮤니티 비프 상영작은 111편, 동네방네 비프 상영작은 20여 편이다. 폐막작은 일본 이시카와 게이 감독의 ‘한 남자’다.
[부산=한현정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