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션 이한철이 '뮤지로컬 프로젝트 시즌2'를 진행한 소회를 밝혔다.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
뮤지션 이한철(50) 하면, 아마 열 명 중 아홉 명은 그의 불멸의 히트곡 '슈퍼스타'를 떠올릴 것이다. 2005년 공개돼 어느덧 노래 나이로 열여덟 살이 된(?) '슈퍼스타'는 전국민 응원가, 위로송으로 곳곳에서 불리며 여전히 이한철의 '현재'로 기억되고 있지만, 이한철은 보이는 곳 혹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꾸준히 새로운 음악과 프로젝트에 도전하면서 음악인으로서의 폭과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2015년부터 8년째 나우(나를있게하는 우리) 총감독으로 활동 중인 그는 중증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동 음악 창작을 시작으로 아마추어 시니어 음악인, 뇌전증 어린이 및 가족, 암 경험자들과 함께 곡을 쓰고 노래하는 작업을 이어갔고 지난해부터는 '음악으로 지역을 잇는다'는 취지로 뮤지로컬(뮤직+로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계속 새로운 걸 할 수 있다는 게 뮤지션에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잘 되는 걸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을 길게 보면 계속 본인이 흥미를 느끼고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게 추진력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최근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이한철은 코로나19 이후 뮤지로컬 프로젝트와 함께 한 지난 2년의 시간을 담담하게 떠올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명명됐던 지난 2년 반의 시간은 이한철처럼 대면 무대에서 주로 활약해 온 뮤지션에겐 모든 게 멈춘 시간이었다.
"2020년이 진짜 좀 힘들었어요. 다들 너무 힘들었죠. 봄가을 공연 시즌이 왔는데, 주말이면 나가서 공연 하는 게 20년 동안의 일상이었는데 할 수 없었으니까요. 제 공연 방식이 싱어롱도 많이 하고 객석에서 관객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게 많았는데, 그렇게 해오던 걸 하지 말라고 하니까. 거리를 둬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니 인간으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뮤지션으로서도 정말 힘들었죠."
멈춰있던 시간을 그저 멈춘 채 보낸다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을 터. 하지만 이한철은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찾고, 움직였다.
"더듬이를 열고 있으면, 새로운 할 거리가 계속 보이는 것 같아요. 지금은 국립국악원에서 국악과 대중음악을 컬래버한 생활음악을 부탁을 받아 작업하고 있는데, 올해 초에 발표한 '달거리'의 결과가 만족스러워 여러 곡을 작업하고 있어요. 사실 저도 국악엔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었는데 과제가 주어지고, 답을 찾기 위해 쫓아가다 보니 국악도 너무 좋더라고요. 지난 한 달 동안 노래를 엄청 많이 만들고 있어요."
현재 진행 중인 작업부터 지난 작업들까지 모두 펼쳐보니, 이한철의 음악 이야기 보따리를 다 풀어내려면 소위 '24시간도 모자랄' 정도다. 그 중 가장 최근 세상에 내놓은 작업은 나우 에서 진행한 뮤지로컬 프로젝트다.
"이전 (나우) 작업은 발달 장애인 분들이나 암 환자분들, 안경업자 분들 등 특정인들과 같이 작업을 했어요. 모두가 나답다고 생각하면서 만족하며 즐겁게 살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게 목표였는데, 그렇게 대상을 정해놓고 그 사람들하고만 하니 왠지 그분들을 대상화시킨, 그분들만의 잔치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결국은 다같이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야 하는 거니까, 특정인을 대상화하지 말고 지역을 정해서 그 안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작업을 해보자고 생각했죠."
그렇게 시작된 '뮤지로컬 프로젝트'는 지난해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작업 위주로 했다면, 올해는 화상 줌 회의는 물론, 오프라인 워크샵도 두 달 동안 규칙적으로 진행해 완성했다.
"뮤지션들이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해보고 싶다고,(웃음) 코로나라서 가까운 사람들도 만나지 말라고 하니 오히려 더 멀리 있는 사람들과 연결해보자는 생각으로 하게 됐죠."
지난해 7개 지역 마을에 이어 올해 지역으로 선정된 울산, 춘천, 목포에서의 작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덕분(?)에 이한철은 KTX를 타고 경상도-강원도-전라도까지 전국을 누볐다. 그는 "이 프로젝트 하면서 KTX 정말 많이 탔다"며 웃었다.
'뮤지로컬 프로젝트' 시즌1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시즌2는 하나의 곡에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가사와 편곡으로 바꿔 3색 1곡이 완성됐다는 점이다. 이한철은 "작년엔 서로 다른 음악이 나왔는데 이번엔 템포는 127, 키는 C#- 이렇게 기본적으로 정해놓고 같은 곡을 서로 다르게 편곡하고 가사를 붙여 완성하는 방식으로 해봤다"며 "마치 레고를 하듯 소꿉놀이 같은 작업이었다"고 떠올렸다.
↑ 이한철은 울산, 춘천, 목포를 돌아다니며 지역의 특색에 맞는 '디스코'를 완성했다.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
지역에 기반을 둔 전업 뮤지션들도 함께 했지만 궁극엔 지역창작자(마을 주민)들과 함께 한 작업인 만큼, 오랜 음악 생활을 해온 이한철로서도 "마음 맞는 뮤지션이 모여서 하는 작업과는 차원이 달랐다"고 떠올렸다.
"선명하게 '이거다'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곡 안에 그 지역 사람들이나 지역의 환경, 사회적 배경 같은 게 조금씩 조금씩 다 들어가더군요. '목포 디스코'의 경우 목포 구도심을 살려내는 활동가분들과 함께 작업했는데, 지역, 동네 이야기도 많이 들어갔고 시원시원하셔서 가사도 2회차만에 다 썼어요. 제가 한 건 노래를 만든 걸로 끝이에요. 본인들이 뮤직비디오도 야외에서 하자고 하시고, 춤도 추시고. 흥이 정말 많으셨어요."
'울산 디스코'에 대해서는 "울산은 해녀 어르신들이 계신 바닷가 마을에서 했는데, 아이들과 청년, 어르신들이 모두 모여 작업했다. 성격이 급하기로 유명한 경상도라 그런지 노래도 금방 만들어졌다"고 설명하며 빙긋 웃었다. '춘천 디스코'의 경우 "춘천에서 하숙집을 하시던 어르신들이 함께 해주셨는데, 정감 있게 나왔다. 아이가 넷인 가족도 함께 했는데 세대간의 이야기들이 괜찮게 담긴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지역창작인과 지역뮤지션을 연결해 '전국구'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함께 한 그 자신을 '반려가수'라 칭한 이한철. 언제 어디서고 늘 사람들과 함께 하며 어쩌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대중가수'인 그는 "음악 장르적인 의미에서의 대중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사람들의 삶에 더 깊숙이 들어가 활동하고 있는데, 그때 그때마다 주어진 상황에서 그러한 작업을 하면서 뭉클함을 느끼고, 또 다음 길을 찾고 있고 있다. 마치 보물찾기 하듯이"라며 빙긋 웃었다.
그렇게 '보물처럼' 탄생한 '울산 디스코', '목포 디스코', '춘천 디스코' 총 세 곡은 지난 6월부터 세 달간 매 월 15일 순차 공개돼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고, 지난달 15일 뮤지션 버전의 '전국 디스코 자랑' 음원이 공개되며 프로젝트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번 뮤지로컬 프로젝트 시즌2의 대미는 1일 서울 신도림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나우 패밀리 콘서트를 통해 공개된다. 이날 무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