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상보. 사진|KBS |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됐다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배우 이상보(41)가 씁쓸하게 말했다. '마약 배우'라는 오명을 벗게 된 이상보는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상보의 마약 투약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사건을 불송치하고 종결할 예정이라고 지난 30일 밝혔다. 이상보는 이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전화 인터뷰에서 사건 후 근황 및 무혐의 심경을 밝혔다.
이상보는 지난달 10일 “약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남성이 걸어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서울 논현동 자택에서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향정)로 긴급 체포됐다. 그는 이틀간 유치장에 갇혀 있다가 석방됐다.
이어 실명 보도가 이어지자 이상보는 가족을 잃은 불행한 가족사를 털어놓으면서 “마약 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건 우울증 약물에 포함된 소량의 마약 성분 때문”이라며 마약 투약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이후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결과를 토대로 이상보의 소변과 모발을 정밀 감정한 결과 향정신성 물질 반응이 나타나긴 했지만, 병원 처방 내역을 분석한 결과 마약을 투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추석 연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은 그렇게 종결됐지만, 우울증 치료를 위해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가 졸지에 ‘40대 마약 배우’ 오명을 쓰게 된 이상보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사건 이후 서울을 떠나 가평에 있는 지인의 집에 머무르고 있다는 이상보는 "도저히 (집에) 못 있겠더라. 그 공간이 주는 트라우마도 있고. 사실 국과수 결과를 누구보다 애타게 기다리긴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더디게 결과를 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상보는 "가평에 들어와서 수백번 수천번 돌이켜보며 이제 어떻게 해야 되나,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며 "솔직한 심정으론 '배우를 그만 해야되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아직도 억울함도 강하게 남아 있고. 대인기피증까지 생겨서 무섭기도 하다"고 힘든 심경을 털어놨다.
"그런 것들이 국과수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나을 줄 알았는데, 물론 많이 회복된 건 사실이지만 그 생각이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지금도 좀 많이 힘든 상황이에요. 저 자신은 (제가 마약을 안 했으니까) 알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결과가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수사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있었고. 저는 마약하는 사람이 아닌데 상당 기간 (꼬리표가) 따라 붙을 것 같아 고민도 했어요."
이상보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전세는 역전됐지만 경찰은 지난달 26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도 "국과수로부터 이상보의 소변 검사에 대한 결과를 받았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향정 관련 부분이 나왔다"면서 "무엇을 복용했는지 처방전에 따른 것인지 구체적으로 수사해야 할 부분이며, 모발검사 결과까지 나오면 처방전 내역 등을 전반적으로 종합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더니 불과 나흘 만에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다.
당사자에겐 너무도 더뎠던 국과수 결과 발표와, 그에 앞선 정례 브리핑 발언으로 또 한 번 상처 받은 이상보.
경찰이 병원 검사 결과를 확인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하는 등 수사 과정의 불합리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던 이상보는 자신처럼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이 더이상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특히 자신이 겪은 부당한 일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주장했던 이상보는 "여러 생각이 들지만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하나하나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든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자신에게 쏟아진 불특정 다수 누리꾼들의 응원 세례에는 고마움을 전했다.
이상보는 "지인들 뿐만 아니라 나를 모르는 분들도 SNS를 통해 격려와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평소 댓글을 잘 보지 않았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보면서 이 이름모를 분들께 보답할 수 있는 길은 잘 극복하고 이겨내는 모습을
이상보는 2006년 KBS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로 데뷔한 배우다. 지난해 방송된 KBS2 저녁 일일 드라마 '미스 몬테크리스토'에서 주연을 맡았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