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보. 사진|KBS |
이상보는 추석 당일인 지난 10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주택가에서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이 '약에 취한 것 같다'는 주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체포 후 이상보의 집에서 진행한 마약 간이시약검사에서 모르핀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보고를 올렸고, 이상보의 집에서 마약류로 보이는 알약 수십 정을 발견, 정밀 성분 검사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에 의뢰했다.
그러나 이상보는 '40대 마약 배우는 이상보'라는 보도가 나온 뒤 마약 투약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또 가족사를 공개하며 우울증 약을 복용해왔다고 했다.
이어 이상보의 병원 마약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온 사실이 지난 15일 알려지면서 이상보의 주장이 힘을 얻었다. 동시에 이상보가 경찰 측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해 국과수의 최종 검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상보는 이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전화 통화에서 한양대병원에서 진행된 각종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음에도 경찰서 유치장에 여러 시간 동안 갇혀있다가 풀려났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 경찰이 자택에서 압수해 간 알약은 평소 자신이 복용하던 신경안정제였다며 무혐의를 거듭 주장했다.
사건 당시의 경위에 대해 이상보는 "제가 가족이 없는데 이번 명절에 유독 우울함이 심하게 오더라. 사실 술을 즐겨먹는 사람은 아닌데 그 때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상태에서 맥주 한캔 반 정도를 마셨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느꼈는데, 마치 마취수술 받고 나서 깨어날 때의 비몽사몽함, 몽롱함 같은 느낌이 와서 너무 무서웠다"면서 "다시는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집 앞 편의점에 가서 먹을 걸 사오자 생각하고 슬리퍼를 신은 상태로 나갔다가 미끄러지고 넘어졌는데 그걸 보고 누가 제보를 했나보더라"고 설명했다.
이상보는 "편의점에서 우리집까지 5분도 안 걸릴 정도로 가까운데, 이미 경찰차가 다 와있고 형사들도 와있더라. 저를 신문하러 온 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저를 보더니 대뜸 '이상보씨, 마약하셨죠' 묻더라. '저는 마약 할 줄도 모르고, 손대본 적도 눈으로 본 적도 없다'고 했음에도 술 먹고 휘청이는 모습을 보곤 갑자기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상보에 따르면 경찰은 그가 집 문을 열어주지 않자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집 안에 있던 신경안정제가 든 약봉지 등을 가지고 그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해 데려갔다. 이어 한양대병원 응급실로 호송된 이상보는 마약 관련 검사를 받았다.
이상보는 "여섯 시간 동안 피검사 소변검사 CT 등 여러가지 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의사가 내가 평소 복용하던 약을 갖다주기도 했다. 시간이 꽤 흐른 뒤 의사가 결과지를 가져와 보여주려 하는데 경찰이 의사를 데리고 나가더라. 당사자인 나도 검사 결과가 궁금하지 않겠나. 그런데 자꾸 형사들이 의료진을 데리고 나가고,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지키고 있더라"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이상보에 따르면 이날 병원 기록에는 모르핀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의미의 '네거티브'라고 적혀 있다. 당시 검사에서 유일하게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은 신경안정제 벤조다이아제핀과 삼환계 항우울제였다. 당일 이상보가 복용한 안정제 성분이다.
이상보는 "병원에서 나오기 전에 소견서를 다 받았는데, 기억나는 건 의사가 마지막에 '아무 이상 없다'고,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다 보면 미세한 성분이 나타날 수 있는데 그게 마약과 관련된 성분은 아니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상보의 설명에 따르면 병원을 나서는 과정도 이상했다.
이상보 본인이 원해서 내원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각종 검사비 및 진료비용을 그가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긴급체포된 이상보는 수중에 가진 게 얼마 없었고, 이에 경찰 역시 병원비 지불을 위해 우왕좌왕하는 촌극을 지켜봐야 했다고 했다.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까지 받았으나 이상보는 곧바로 귀가하지 못했다. 그는 유치장에서 꼬박 밤을 지새운 뒤 이튿날이 되어서야 조서 작성을 위한 조사를 받았고, 다시 수시간 대기하던 중 자신이 이른바 '40대 마약 배우'로 지칭된 TV 뉴스를 보게 됐다. 당일 자정께 마약 혐의에 대한 검찰의 '기각' 결정을 받고서도 다시 몇 시간이 지난 뒤 보호자가 온 뒤에야 유치장을 빠져 나왔다고.
이상보는 "정말 많이 울었고, 충격도 받았고, 반성도 했다. 제가 자초한 일이고 제 불찰이라 죄송한 마음이 크다. 하지만 저는 마약을 한 적이 없는데 마약 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고, 무혐의가 나더라도 마약 관련된 사람이 돼 버렸다"며 "그보다 더 힘든 건 7개월 동안 100부작 '미스 몬테크리스토'를 하면서 얻은 많은 선배님들과의 좋은 관계를 생각하면 연락도 못 드릴 정도"라고 괴로워했다.
이상보는 "무혐의 결과가 나오면 그때부턴 변호사를 동행해 모든 법적 대응을 할 것이다. 나처럼 억울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또 있을 것 아닌가. 같은 피해를 입는 일이 또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강경하게 정식으로 법적 대응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사실 굉장히 나쁜 생각까지 했지만, 비겁하게 피하지 말고 내가 혐의가 없다는 걸 보여주자고 마음 먹었다. 내가 겪은 일이 너무 말도 안 되는 것들이고, 큰 충격을 받았지만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셨던 선배님들 또는 관심 가져주셨던 분들께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어 SNS에 글을 남겼다"면서 "내 불찰로 인해 시작된 일인 만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선 정중하게 사과 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조심하면서 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사 결과 확인 과정에서 경찰의 방해가 있었다는 이상보의 주장과 관련해 경찰은 이상보를 체포한 당일에 담당 의사로부터 구체적인 검사의 내용과 결과에 대해 설명을 듣거나 통보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담당 의사로부터 검사 결과를 듣지 못하도록 방해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상보의 마약 투약 여부에 대해
이상보는 2006년 KBS 드라마 '투명인간 최장수'로 데뷔한 배우다. 지난해 방송된 KBS2 저녁 일일 드라마 '미스 몬테크리스토'에 출연했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