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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영수-박정자. 사진ㅣ강영국 기자 |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연극 '러브레터(LOVE LETTERS)'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오경택 연출을 비롯해 배우 박정자, 오영수, 배종옥, 장현성이 참석했다.
'러브레터'는 두 남녀 ‘멜리사’와 ‘앤디’가 50여 년간 주고받은 편지들을 관객들을 향해 읽어주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다. 미국 대표 극작가 A.R. 거니의 대표작으로, 현재까지 30개 언어로 번역되며 전세계 국가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계의 스테디셀러 작품이다.
오경택 연출은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앤디와 멜리사 두 주인공이 8살부터 50여년간을 주고 받은 편지로만 구성된 극이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아서 오롯이 편지를 읽는 낭독의 형식을 하고 있다. 요즘 시각적인 것이 많이 강조되는 시대인데, 남의 말을 듣는다는 접근이 오히려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특히 편지로만 구성된 것이다보니 누군가가 편지를 쓰고 배우가 읽고 관객이 듣게 되는 극이다. 아무래도 말, 언어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번역극이고 시대나 문화적 배경이 다른 작품이다보니 어떻게 2022년 대한민국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다. 그래서 대본을 번역하고 손보는 과정에 공을 많이 들였다. 연습을 진행하면서도 토씨 하나하나 신경쓰면서 매일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편지가 총 333통이 된다. 편지를 다 뽑아서 한 장 한 장 넘겨 가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이번 프로덕션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며 "또 '러브레터'라는 제목만 들으면 일반적인 로맨스를 기대할 수 있는데, 단순히 남녀의 사랑 이야기 뿐 아니라 50년 동안 서로 편지로 진심을 전달하면서 드러나는 삶의 여러가지 측면들을 통해 깊은 울림을 전달하는 작품이다"라고 했다.
적극적이고 솔직한 성격의 자유분방한 예술가 ‘멜리사’ 역은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 박정자가 출연한다.
박정자는 "'러브레터'를 한다고 했더니 전작 '햄릿' 배우들이 '멜로도 하시네요'라고 하더라. 왜 못하냐. 충분히 할 자격이 있다"면서 "글로벌 스타 오영수 선생과는 극단 자유에서 아주 오랫동안 호흡을 나눴던 사이다. 배우는 정말로 축복 받은 존재가 아닌가 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아침에 90년 초반부터 제가 받았던 러브레터를 읽고 왔다. 그 글을 보면서 이제는 정말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받은 건 있는데 보낸 건 없다. 그게 너무 아쉽다"며 "저도 이 무대가 무척 궁금하다. '러브레터'를 보러오는 관객들에게 '저렇게 머리가 하얗게 변해도 사랑이라는 두 글자를 놓지 않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전하고 싶다. 저에게도 도전이다"라고 했다.
‘멜리사’의 오랜 연인이자 친구이며 와스프(WAST, White Anglo-Saxon Protestant)라고 불리는 슈퍼 엘리트 ‘앤디’ 역은 지난해 '오징어 게임'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이며 전 세계를 사로잡은 배우 배우 오영수가 출연한다.
오영수는 "박정자 선생은 연배도 저보다 위고 연극 선배이기도 하다. 70년대에 극단 자유에서 만나서 거의 50년 넘도록 지금까지 나름대로 우정, 동지애가 있다. 그간 많은 연극을 함께 했는데 '러브레터'를 하면서 그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극을 하면서 요즘같이 사랑이라는 말이 많이 숨어들어간 세상에서 사랑을 되새길 수 있다는 게 뜻깊다. 초등학교 때 교우를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졸업할 때 눈이 많이 내리는 날 걸었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나이가 한참 먹어서 한 번 더 만났는데, 안만났어야 했다. 안만났다면 사랑이라는 기억으로 남았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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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영수-박정자-배종옥-장현성. 사진ㅣ강영국 기자 |
배종옥은 "나는 여태 뭐했지. 갖고 있는 러브레터가 없다. 배우로서 정서적으로 매말라있다는 반성을 했다"고 너스레를 떤 뒤 "'러브레터' 제안을 받았을 때 너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것을 차치하고 인생 같다고 생각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만날 것들은 만나진다. 두 사람의 편지를 통한 스토리가 삶인 것 같다. 이런 걸 어떻게 섬세하게 잘 표현했는지 감탄하면서 읽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이어 "남자 배우를 생각할 때 장현성을 생각했다. 장현성과 2004년 '내가 살았던 집'이라는 단막극으로 만났다. 이후에 '라이브'도 같이하기도 했다. 틈틈히 연극을 같이 보러다녔고, 술도 같이 마셨다. 얘기를 많이 나눴었는데, 함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즐겁다. 무대 위에서의 장현성의 재치 발랄한 아이디어를 만나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탄탄한 캐릭터 소화력으로 흡인력 있는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장현성이 ‘앤디’역으로 더블 캐스팅돼 3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다.
장현성은 "저는 이 작품을 오랫동안 개인적으로 좋아했다. 20년 넘게 더러 상연이 됐던 작품이다. 좀 더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을텐데 생각하던 차에 작품 제안이 왔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최고의 캐스팅으로 배우들이 구성됐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출연 이유를 말했다.
이어 "'러브레터'는 편지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 MZ세대와 박정자, 오영수 선생님 사이에 낀 세대다. 결혼 하면서 가정의 평화를 위해 없앴지만 저도 과거에 러브레터를 많이 썼다. 요즘에는 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생각을 정돈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아서 편리하지만 안타깝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극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거대한 자본을 투자해서 작업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연극이라는 장르가 가장 고전적인 매력이
연극 '러브레터'는 오는 10월 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개막한다.
[신영은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