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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다'의 트로이 코처에 시상하는 윤여정. 사진|연합뉴스 |
지난 3월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전년도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이 이날 남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서 영화 '코다'의 마이클 코처를 호명하는 순간, 올해의 명장면이 탄생했다. 윤여정이 수화로 코처를 호명하고, 트로피를 전달한데 이어 코처가 수상 소감을 말하는 동안 대신 트로피를 들어주며 남다른 배려심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방한한 트로이 코처는 이 순간을 잊지 못했다.
트로이 코처는 6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서울 풀만호텔에서 열린 세계농아인대회 홍보대사 위촉식 및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처음 한국을 찾은 코처는 “한국말을 못해 어떻게 생활할지 걱정이 많이 됐는데, 수어를 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국에서 영어를 흔히 접할 수 있어서 정말 놀랐다. 미국에서는 젓가락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데 한국 식당에서 제게 맞춰 포크를 주기도 하더라. 곳곳의 배려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코처는 “한국에 와서 하고 싶은 것이 있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때 무대에서 만난 윤여정배우님을 제일 먼저 뵙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았을 당시, 트로피를 받고 한 손으로 수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제가 편하게 소감을 발표할 수 있게 윤여정 배우가 트로피를 들어주셔서 굉장히 감사했다. 윤여정 배우께서 '나는 너를 사랑한다(I love you)'라고 수어로 해주셔서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윤여정 배우는 연기에 대한 내공과 연륜이 굉장히 훌륭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윤여정으로부터) 깊이 있는 연기를 배우고 싶고, 연기 관련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영화 '미나리'는 한국에서 미국에 이민 오는 과정을 찍었는데 이는 우리 농아인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윤여정 배우와 같이 작업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연극 무대를 시작으로 드라마 영화에서 활동해온 코처는 "배우 생활을 하는 건 굉장히 힘들었다"고 털어놓으며 "저는 정부 지원 없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했지만, 한국에서는 장애인 배우가 정부의 많은 지원 속에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안에 있는 열정이 멈추지 않는한 포기하지 않고 배우의 길을 달려 나갈 것"이라며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코처는 "농인 배우의 역할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건 선입견이라고 생각한다"며 "농아인들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 똑같이 삶이 있고, 아픔이 있고, 기쁨이 있다. 미국에서는 많은 농아인이 배우에 도전하고 있고, 역할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 영화계에서도 농아인 배우에게 역할을 맡기는 걸 두려워하거나 꺼리지 않고 비장애인과 똑같이 대우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트로이 코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