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ㅣ아트리버 |
‘11월 32일’은 배우들이 ‘풀 마스크(Full Mask, 얼굴 전면을 가리는 통 마스크)’를 착용한 채 등장해 대사 대신 마스크와 몸짓으로 모든 사건과 상황을 표현한다.
단 3명의 배우가 마스크를 쉴 새 없이 바꿔가며 25명의 다양한 인물들을 표현하는 것이 이 연극의 가장 큰 묘미이자 관전포인트다.
이러한 퀵 체인지는 마스크 연극이라서 가능하다. 목소리와 표정을 마스크로 가리기 때문에 배우들의 표현 영역이 확장되는 것이다.
이 연극은 오래된 사진관을 배경으로 한다. 사진관 주인인 할아버지가 비밀스럽게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어 출근하는 사진관 직원 김양과 티격태격하며 시작되는 사진관의 하루. 할아버지는 치매환자인 할머니를 보살피느라 산더미 같은 일들을 하면서도 결혼식 준비를 계속한다.
그 사이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사진관을 오고 가며 소소하고 소란스러운 상황들이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사람이 할머니를 찾아오면서 상황은 급변하게 되고 할아버지는 어떠한 결심을 내리게 된다.
대사 없이 행동으로 표현되는 만큼 배우들은 평소보다 과장된 몸짓으로 캐릭터를 표현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마스크와 딱 맞아떨어지며 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황혼 로맨스, 늘상 티격태격하는 김양과 할아버지, 지상으로 내려온 어딘가 어설픈 저승사자 등 각자 다른 사연과 목적을 가진 인물들이 좌충우돌하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품고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이 있다.
‘창작집단 거기가면’은 2008년 창단 이래 14년 간 다양한
‘11월 32일’은 9월 15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공연된다.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