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범가족’ 정우 “범생이 역 만만하게 봤다가 호되게 혼났죠”

↑ 파산과 이혼 위기에 놓인 평범한 가장 동하 역의 정우. 사진ㅣ넷플릭스

피 묻은 돈에 손을 대면서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에 갇히는 ‘박동하’. 정우(41)는 이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안 그래도 날렵한 몸에서 5kg을 더 감량했다. “평범하고 왜소한 가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정우는 최근 진행된 넷플릭스 드라마 ‘모범가족’ 화상 인터뷰에서 “원래 체지방이 있는 편이 아니라서 그 이하로 떨어뜨려서 살을 빼는 건 쉽지 않았다”며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신이 많아서 저절로 살이 빠지기도 했다”고 웃었다.
무엇보다 그는 “범생이 캐릭터를 만만하게 봤다가 호되게 혼났다”고 엄살을 떨었다.
“액션이 이 정도로 많을 줄은 예상 못했거든요. 땅을 파기도 하고, 땅에 파묻히기도 하고, 돈 가방을 들고 도망치기도 했죠. ‘고생했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액션 연기는 몸이 힘든 게 아니라 심적으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 정우는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로 얼굴 근육이 마구 떨리는 ‘벼랑 끝 동하’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사진ㅣ넷플릭스

최근 공개된 ‘모범가족’은 파산과 이혼 위기에 놓인 평범한 가장 동하가 우연히 죽은 자의 돈을 발견하고 범죄 조직과 얽히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물이다. 평범한 모범 시민에서 마약 배달원으로 변모하는 동하, 그리고 그를 이용하는 조직의 2인자 광철(박희순 분)의 숨막히는 이야기가 쫄깃하게 펼쳐진다.
정우는 극중 평생 벌금 딱지 한 번 끊은 적 없는 모범시민이자 대학교 시간 강사로 일하는 가장 ‘박동하’를 연기했다. 무능력하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존중 받지 못하는 남편이지만 위기에 빠진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정우는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로 얼굴 근육이 마구 떨리는 ‘벼랑 끝 동하’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함께 출연한 박희순은 이런 정우를 보고 “뒷모습도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 감탄했다.
정우는 “사실적이고 날 것 같은 느낌의 감정을 담아내려고 애썼다”고 했다. “절실한 ‘동하’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서히 고조되는 감정보다 중간 없이 바로 최고조로 감정이 치닫게 하고 싶었다”고 연기 포인트를 설명했다.
액션 연기에도 그런 동하의 감정을 실었다. 정우는 “박동하는 속으로 참고 끙끙 앓는 답답한 면이 많은 캐릭터”라며 “평범한 소시민이라 갑자기 슈퍼히어로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예상대로 마약 조직에 붙잡혀 산 채로 “땅에 묻히는 신”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크레인으로 땅을 파내고 그 안에 들어가는 생고생을 했다.
“흙 사이에 돌들이 섞여 있어서 돌에 얼굴을 맞기도 했고, 흙을 피하려고 고개를 돌리거나 몸을 비틀게 되면 리얼함이 살지 않았기 때문에 쏟아지는 흙을 똑바로 봐야 했어요. 그 상태에서 극한의 감정 상태도 유지해야만 했으니 더 쉽지 않았어요.”
실제 딸을 둔 아버지가 된 후 아버지를 연기한 감회에 대해 묻자 “가족을 지키려는 가장의 입장이 안쓰러우면서도 공감이 갔다”고 했다.

↑ 정우에게 ‘모범가족’은 넷플릭스 첫 출연작이었다. 사진ㅣ넷플릭스

동하는 ‘내가 해결할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제대로 해결하는 일이 별로 없다. 정우는 “동하는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고 짧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도 유약하고 무능력한 가장으로 그려진 동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대다수의 가장들이라면 가족에게 책임감 있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을 거예요. 동하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고 봐요. 근데 멋스럽지 않고, 다른 포커스에 맞추다 보니 무능하게 된 거죠. 그 모습이 현실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하 나름대로는 최선의 발버둥을 친 거니까.”
정우에게 ‘모범가족’은 넷플릭스 첫 출연작이다. 정우는 “채널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 궁금증이 있었다”고 했다.
“대본도 너무 좋았고, 소재나 줄거리가 어디선가 봤을 법한 익숙함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반전과 에피소드가 있었다”며 “기대 이상의 준비를 해주시고 패밀리십이 있었다”고 작업 후기를 전했다. 촬영 과정 만큼이나 결과물에 대한 만족감도 크다.
“불을 다 끄고 큰 화면으로 집중해서 아내(김유미)와 함께 첫회를 봤는데, 하이파이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