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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영우` 박은빈 아빠로 열연한 배우 전배수가 신드롬급 인기에 얼떨떨해 했다. 제공| 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
"너무 뜨거운 반응이라 얼떨떨할 정도였어요. 시즌2가 나온다면 반드시 출연하고 싶습니다."
지난 6월 29일 첫 방송을 시작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 이하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을 동시에 지닌 우영우(박은빈 분) 변호사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전배수(52)는 극 중 김밥집을 하면서 우영우를 홀로 키운 미혼부 아버지 우광호 역을 맡아 뜨거운 부성애를 연기로 보여줬다.
종영 직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나 인터뷰한 전배수는 "제가 한 작품이 다 잘되기는 했지만 '우영우'는 너무 뜨거운 반응이라 얼떨떨했다"며 "제 얼굴만 아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이름도 많이 각인이 된 것 같다. 알아봐주셔서 감사하더라. '우영우'가 재미있으니까 잘될 줄은 알았지만 사실 저는 이 정도까지 잘될 줄은 몰랐다"고 예상을 뛰어넘은 사랑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아직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나오고 있진 않다. 하지만 시청률이 너무 좋지 않나. 제가 ENA 담당자라면 할 것 같다. 혹시 시즌2를 하게 된다면 꼭 참여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시청자들이 우광호에게 가장 궁금해한 점은 바로 우영우 친모인 법무법인 태산 대표 태수미(진경 분)와의 서사다. 극 중 우광호는 대학시절 태수미와의 사랑으로 미혼부가 됐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우광호와 1위 로펌 태산을 이어받을 후계자 태수미는 서로 사랑했으나 사회적 지위의 격차가 있었고 아이가 생기자 태수미는 이별을 통보했다. 아이를 지우겠다는 태수미 앞에 우광호는 "아이만 낳아주면 눈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태수미는 약속대로 아이를 낳았고, 우광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앨리트임에도 동네 김밥집을 하며 홀로 자폐 스페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를 키웠다.
기존 드라마 등에서 미혼모 설정은 많이 나왔지만 남녀가 바뀐 미혼부 스토리는 흔치 않았다. 전배수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댓글을 봤다"면서 "남녀 설정이 바뀌어도 버린 쪽은 나쁜 사람이 되지 않나. 반대로 우광호가 두 사람을 버리고 태수미가 혼자 우영우를 키우는 상황이었다면 뻔한 막장드라마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진 것 없는 우광호를 모든 걸 가진 태수미가 좋아한 이유는 뭘까. 전배수는 "우광호가 무슨 매력이냐는 댓글을 보고 '이럴 줄 알았다' 싶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우광호가 매력이 있어서라기 보다 모든걸 다 가진 태수미였기에 '저렇게 가난한 빈농의 자식도 사랑할 수 있다'는 오만이 아닐까 싶었다"고 해석했다.
약속대로 우광호는 딸 영우를 키우며 태수미 앞에 나타나지 않은 채 살았고 태수미는 태수미대로 탄탄대로를 달리며 살아왔다. 그러던 중 태수미는 우영우가 자신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되고, 27년 만에 우광호를 찾아와 미국으로 가라는 제안을 했다. 우광호는 소리 지르며 분노했다.
전배수는 "낳아달라고 한 것은 우광호지만, 27년간 아이를 키우면서 너무 많은 일을 겪지 않았나. 서울대 로스쿨을 보내고, 수석 졸업을 했지만 (자폐가 있는 영우에게)모든게 다 벽이었다. 그런데 한바다에서 27년만에 처음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와서 '어떻게 키웠냐' 물어보지도 않고 미국 가라고 했을 때는 분노가 안차오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공감했다.
이어 "태수미와 영우가 카페에서 만났을 때도 '날 원망했니'가 아니라 '미안하다 어떻게 살았냐'라고 먼저 하는게 정상 아니냐. 27년간 딸을 버리고 모른 척 사랑왔는데 자기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는 게 좀 그랬다. 우광호가 아이를 낳아달라고 했던 것과는 별개"라고 태수미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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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배수가 `우영우` 만의 연기 고충을 밝혔다. 제공| 스타빌리지엔터테인먼트 |
수석으로 졸업했지만 자폐가 있다는 이유로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아 일할 곳이 없었던 우영우를 받아준 대학 후배, 한바다 대표 한선영과는 모종의 결탁을 하기도 했다.
우영우를 내세워 태산을 공격하고 싶은 한선영의 꿍꿍이를 알고도 이를 묵인하며 "내가 나쁜 아빠가 되어서라도 나쁜 후배와 결탁하고 싶다"고 했다. 전배수는 "아이를 데리고 태수미를 공격하기 위해서 장난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성적인 사고가 안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 곳 없는 영우를 받아준) 한선영에게 고마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이를 홀로 키우는 일은 우광호에게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배수는 "우광호는 그냥 아빠가 아니라 자폐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미혼부다. 하지만 영우 하나만 키웠던 아빠이기 때문에 여느 부모와 똑같이 키웠을 것"이라며 "동네에 자폐를 가진 아이가 산다. 비슷한 시기에 집을 같이 지어 친한데 아이가 혹시나 민폐를 끼칠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조금 더 신경을 쓰는 것일 뿐 똑같이 키운다. 그 분 마음을 천분의 일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그 분께 여쭤봤는데 제가 아이를 키우는 것과 별 차이 없이 키우시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자폐아 중) 영우 같은 아이는 0.1%도 안된다"며 "자폐라는 소재가 잘 표현해도 (자폐를 가진 당사자나 가족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며 '우영우' 속 캐릭터만을 보고 자폐 장애에 대해 속단하지 말아주길 조심스레 당부하기도 했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 소문난 전배수도 '우영우'에선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영우는 자기 톤으로만 이야기하면서 연기해야 하는 캐릭터 아닌가. 제가 감정의 톤을 맞추는게 어려웠다. 여러 각도에서 여러번 촬영하다보면 이렇게 하는게 맞는 것인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일방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과 이야기하다보면 벽에 대고 말하는 것 같은 외로움이 생긴다. 우광호는 외로움을 느끼는데 전배수는 불안했다. 제 연기가 겉도는 것 같았다. 이게 나와 은빈이가 드라마 끝까지 겪을 숙제구나 싶었다"고 들려줬다. 그러면서 "오히려 태수미나 한선영(백지원 분)과 연기할 때는 감정이 오가
전배수는 이런 고민을 "박은빈에게는 말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은빈이는 영우의 연기를 해야 한다. 영우가 감정을 받아줄 수도 없는데 이런 고민을 드러내면 부담스러워하지 않았겠나"라며 박은빈에 대한 깊은 배려를 드러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