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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이동하가 `닥터로이어`의 종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시원 섭섭하다"고 말했다. 제공| 피프티원케이 |
지난달 24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닥터로이어'(극본 장홍철, 연출 이용석 이동현)는 조작된 수술로 모든 걸 빼앗기고 변호사가 된 천재 외과의사 한이한(소지섭 분)과 의료범죄 전담부 검사 금석영(임수향 분)의 이야기를 그린 메디컬 법정 드라마다.
이동하는 극중 반석병원의 기조실장이자 VIP 병원 반석원 원장 구현성 역을 맡았다. 3대째 의사 집안에 반석 대학병원 이사장 구진기의 외아들인 구현성은 아버지가 준비해준 길을 걸어온 엘리트다. 이동하는 부족한 것 없는 도련님으로 자라 철 없고 안하무인인 구현성을 열연했다.
이동하는 "시원 섭섭하더라. 행복하고 재미있던 현장이라 즐거웠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극 중 구현성은 속내를 숨기지도 못하고 숨길 생각도 안한다. 사업가적인 면모도, 정치적인 면모도 없지만 늘 자신이 최우선인 이기적 캐릭터로 어린아이처럼 감정을 드러낸다.
이동하는 "골프채를 휘두르고 물건을 때려 부수는 등 감정 표출을 하는 장면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여자에게는 한없이 순수하고 가감없이 마음을 보여준다. 감정의 폭이 큰 캐릭터"라고 구현성을 소개했다. 이어 "마냥 빌런이기만 한 단순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어떻게 입체적으로 보여줄지 구현성에 대한 서사를 쌓아가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동하가 설정한 구현성의 서사는 어떤 것일까. 이동하는 "마음의 병이 있고 부모 그늘에서 산 사람이다. 자신의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부모님이 도와줘서 스스로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어른아이다. 억눌려서 자랐기 때문에 사회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마음에 양극성 장애도 있는 것 같았다. 충동 조절도 못한다. 그런 점을 보면 불쌍하고 짠하다"고 애정을 보였다.
그러면서 "구현성에게 임유나(이주빈 분)는 너무 소중하고 사랑하는 보물같은 존재다. 연애도 한번 제대로 못해본 것 같은 구현성이 어떻게 할 줄 몰라서 감정을 다 드러낸다. 상대방 생각은 못하고 내 감정만 앞세워 불편하게 만만든다. 안타깝다"고 구현성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임유나는 구현성과 특별한 사연으로 만난 것도 아니고 서로 깊은 사랑을 하는 사이도 아니다. 정략 결혼을 위해 만난 상대일 뿐인데 어떻게 구현성은 임유나에 빠지게 됐을까. 이동하는 "그냥 첫눈에 빠진 것"이라고 봤다.
"아버지가 정략 결혼 상대로 소개하지만 임유나의 능력이나 당당한 태도 등이 현성이가 보기엔 멋있었을 거예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걸 가진 사람에게 그냥 빠져버린 것이죠. 현성이는 스스로 제대로 해낸 게 없고 부모님이 도와주는 걸 받기만 해서 열등감이 많아요. 임유나를 보면서 굉장히 부러웠을 거예요."
이동하는 "그렇게 감정만 앞세우지 말고, 질투난다고 욱하지 말고 입장을 바꿔서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마음을 차분히 하고 아끼는 만큼 조심스레 천천히 다가가라고 하고 싶더라"며 구현성에게 전하고 싶던 조언을 들려줬다.
그러면서 "저는 현성이와 달리 굉장히 차분하고 내성적이다. 감정 기복이 없고 일관되어서 실제론 많이 다르다"며 "순수한 마음이나 잘하려고 하는 열망의 깊이는 비슷한 것 같다. 현성이는 즉각 다가가지만 저는 오래, 길게 보고 천천히 다가간다. 행동이나 말하는 걸 보면 '그러면 안된다'고 해주고 싶더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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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하는 "구현성에게 아버지 구진기는 신"이라고 해석했다. 제공| 피프티원케이 |
구현성은 아버지 구진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인물이다. 구진기는 한이한을 구현성의 수술을 대신 해줄 '수술실 유령'으로 만들었고 한이한이 아무것도 모른채 자신의 연인인 금석영의 동생 금석주에게서 심장을 빼내 VIP에게 이식하게 만들었다. 이뿐 아니라 금석주 사망 사건을 한이한의 실책으로 몰아 구현성의 오점이 될 수 있었던 '대리 수술 의사'를 정리하기도 했다.
구현성은 아버지에게 반항하기도 하지만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하기도 하고,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하자 복수하겠다며 제이든리(신성록 분)를 찾아가 살인 미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구현성에게 구진기는 어떤 존재였을까.
이동하는 "구현성에게 구진기는 신같은 존재"라며 "현성이는 자신이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은 극대화 해서 생각한다. 구진기에 대해서는 믿음과 신뢰가 있다. 자신이 하지 못한 것들을 하는 아버지를 존경하지만 원망하기도 한다"며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성이는 자기 힘으로 해낸 것이 없다. 아버지한테 대들고 '아버지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하는데 사실은 아버지에 잘 보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고 모든게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 때, 안쓰러워 보이더라. 바보같고 멍청했지만 불쌍했다"며 "'아버지가 어려서부터 뭔가를 해주지 않았다면 나도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굉장히 철이 없기도 하다"고 섬세한 분석을 덧붙였다.
이동하는 이런 연장선에서 구현성이 제이든리에게 품었던 살의를 설명했다. 이동하는 "내게 전부였던 아버지가 사망하니 벼랑 끝에 섰고 그래서 제이든리에게 당했던 것만 생각나고 충동조절이 안돼 감정에 휩쓸려서 그 순간 미쳐서 칼로 찌른 것 같다"고 봤다.
한이한이 토사구팽 당하기 전, 구현성이 쌓은 의사로서 커리어의 대부분은 한이한의 것이다. 구현성이 바라본 한이한은 어떤 인물일지 묻자 이동하는 "대사 중에 '20년 동안 비교당하면서 살았다'는 대사가 있다. 이게 구현성이 한이한을 생각하는 마음을 모두 표현한 것 같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