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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 수지 스틸. 사진|쿠팡플레이 |
인기리에 방영된 수지 주연 드라마 '안나'가 편집권을 둘러싼 감독과 OTT간 충돌로 뒤늦게 몸살을 앓고 있다. 애초 8부작으로 완성됐던 '안나'가 6부작으로 편집돼 공개된 것과 관련해 이주영 감독과 쿠팡플레이간 상호합의가 불발된, 사실상 쿠팡플레이의 일방 결정에 따른 편집이었다는 감독의 폭로가 나온 것. 양측 반박과 재반박 속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들이 대체로 감독의 자율성이 보장된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 사뭇 다른 결말에, OTT 콘텐츠의 '편집권'이 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쿠팡플레이가 수지를 타이틀롤로 내세워 지난 6월 24일 야심차게 내놓은 시리즈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기획, 제작 단계에서 8부작으로 공공연히 알려졌던 '안나'는 최종 6부작으로 공개됐다. 수지, 정은채, 김준한, 박예영 등 주요 배우들의 유려한 연기와 이주영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좋은 합을 이루면서 화제성과 완성도 모두를 잡았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안나' 각본·감독을 맡은 이주영 감독이 지난 2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제작사도 아닌 쿠팡플레이가 감독인 나조차 완전히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편집하여 내가 극본을 쓰고 연출한 '안나'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됐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었다.
이주영 감독 "8부작→6부작 짜깁기, 작품 훼손" VS 쿠팡플레이 "작품 편집, 계약상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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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 수지 스틸. 사진|쿠팡플레이 |
이 감독은 “기존 8부작이 아닌 6부작 '안나'가 릴리즈 됐다. 회당 45~61분의 8부작 '안나'가 회당 45~63분의 6부작이 되면서 조잡하게 짜깁기 됐다. 그 결과 촬영, 편집, 내러티브의 의도가 크게 훼손됐다”며 분노했다.
이 감독에 이어 김정훈 편집감독도 자신의 SNS에 “쿠팡이 편집 프로젝트 파일을 달라고 했을 때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제작사로부터 받아간 것을 알고 나서는 그래도 설마 설마 했지만 우리가 만든 8부작이 6부작으로 짜깁기되어 세상에 나왔다"며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을 때 신뢰는 처참하게 무너졌다"고 이 감독을 지지했다.
김 감독은 "보통 편집 과정에서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된다. 그리고 그것은 문서로 기록된다. '안나'는 그런 것이 없었다. 반나절 정도 쿠팡 관계자들이 와서 한 말들이 전부였다. 내가 편집한 것이 아닌, 누가 편집했는지도 모르는 '안나'에 내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견디기 어렵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 감독의 폭로 이튿날, 쿠팡플레이는 공식입장을 내고 이 감독이 수정 요청을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쿠팡플레이는 “‘안나’의 촬영이 시작된 후부터 일선 현장의 이주영 감독과 제작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왔지만 감독의 편집 방향은 당초 쿠팡플레이, 감독, 제작사(컨텐츠맵) 간에 상호 협의된 방향과 현저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지난 수개월에 걸쳐 쿠팡플레이는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하였으나, 감독은 수정을 거부했다. 제작사의 동의를 얻고,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 쿠팡플레이는 원래의 제작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감독의 편집 방향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지난 7월 8일 이미 공식화한 것과 같이, 총 8부작의 ‘안나’ 감독판은 8월 중 공개될 예정”이라며 “감독판은 영등위 심의가 완료되는 즉시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주영 감독 재반박·스태프 6인 "쿠팡에 전혀 존중받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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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 공식 포스터. 사진|쿠팡플레이 |
쿠팡플레이의 공식입장에 대해 이 감독은 다시 반박 입장을 내놨다. 이 감독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시우 송영훈 변호사는 “쿠팡플레이에서 주장한 ‘지난 수개월에 걸쳐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하였으나, 감독은 이를 거부하였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쿠팡플레이가 편집에 관한 의견을 전달한 것은 4월 21일 편집본 회의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주영 감독과 김정훈 편집감독 모두 쿠팡플레이, 제작사의 의견을 담은 문서를 받은 바 없다”고 못박았다.
또 "쿠팡플레이가 ‘일선 현장의 이주영 감독과 제작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왔다’고 말한 것은 감독을 배제하고 작품의 동일성을 훼손할 정도로 일방적인 편집을 한 이상, 실체가 없는 공허한 수사이자 변명에 불과하다. 감독의 편집본은 승인을 받은 시나리오 최종고와 동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쿠팡플레이는 ‘확장판’을 내놓겠다고 했지 ‘감독판’을 언급한 사실이 없다“면서 “오히려 이주영 감독이 8부작을 그대로 공개할 것을 촉구했을 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 측은 특히 "쿠팡플레이는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서, 그리고 계약에 명시된 권리에 의거 원래의 제작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는 저작권법의 법리에 생소한 시청자들에게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일 뿐"이라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여기에 4일엔 '안나'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 이의태, 정희성(촬영), 이재욱(조명), 박범준(그립), 김정훈(편집), 박주강(사운드) 씨도 이 감독의 문제 제기를 지지한다며 공식입장을 내놨다.
6인의 ‘안나’ 스태프들은 “하나의 영상물 안에는 스태프 각자가 오랜 세월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작품에 대한 애정과 창작 의도에 대한 존중이 녹아 있다. 그러나 저희는 쿠팡플레이로부터 전혀 존중받지 못했다. 저희가 피땀 흘려 완성해낸 결과는 쿠팡플레이에 의해 일방적으로 변경됐다. 감독도 동의하지 않았고 저희 중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다. 제대로 알 수조차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편집감독이 하지 않은 편집, 감독의 최종본에서도 살아있었으나 공개된 ‘안나’에서는 수없이 잘려나간 컷들, 촬영팀이 공들여 계획한 원 테이크 신이 앞뒤로 잘려 나가고 제자리를 잃고 여기저기에 멋대로 붙여있었던 컷들, 촬영과 조명감독이 확인하지 않은 수많은 색보정(DI) 컷들, 일방적으로 녹음실을 바꾸고 사운드 크레딧에서 내 이름을 뺐으면서 정작 내가 한 사운드 작업물이 내가 하지 않은 것과 뒤섞여 남아 있는 것을 볼 때의 그 당혹스러움. 감독의 창작 의도뿐만 아니라 저희의 혼신을 다한 노력도 쿠팡플레이에 의해 잘려나갔다”고 했다.
6인의 ‘안나’ 스태프들은 “스태프들의 영화 수상 이력은 마케팅에 계속 사용됐다. 이것이 쿠팡플레이가 말하는 ‘제작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인지 묻고 싶다. 그래서 저희는 분명하게 요구한다”며 “이주영 감독의 입장을 지지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쿠팡플레이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최소한의 예의로 6부작 ‘안나’에 남아있는 나머지 다섯 명의 이름도 내려달라. 저희의 퀄리티와 다른, 저희와 다른 능력에 의한, 저희가 알지 못했던 결과물에 저희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제작진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무례”라고 덧붙였다.
쿠팡플레이, '안나' 감독판 공개한다지만… OTT 창작 자유 실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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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나' 수지 정은채 스틸. 사진|쿠팡플레이 |
양측의 팽팽한 대립 속 8월 중 공개될 예정인 '안나' 확장판은 이 감독이 최종적으로 완성했던 '감독판'인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플레이 관계자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안나' 확장판은 6부작으로 공개됐던 작품을 확장한 것이 아닌, 이주영 감독이 8부로 완성한 감독판"이라며 "영등위 심의가 완료되는대로 공개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 감독은 쿠팡플레이의 공식입장문이 나간 뒤 '감독판' 영등위 신청일이 언제인지 공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쿠팡플레이 관계자는 "6월 27일 영등위에 감독판 심의를 진행했으나 스펙이 안 맞아 재심의했다. 7월 23일 두번째 심의가 들어갔고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보통 심의 기간은 2~3주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쿠팡플레이 관계자는 "우리는 감독님과는 직접적인 계약관계는 없고, 제작사(컨텐츠맵)와 계약관계를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안나' 제작의도와 관련해 많은 쿠팡플레이, 제작사, 감독간 많은 말씀을 나누고 제작에 들어갔으나 가편집본 시사 과정에서 당초 상호 협의된 방향과 달리 편집되고 있음을 알게 됐고, 수정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계약당사자인 제작사의 동의를 얻었고, 명시된 권리에 의거해 (재편집) 진행된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8부작 감독판이 공개되면 기존 공개된 작품과 어느 부분이 다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안나' 사태로 인해, 창작의 자유가 상당히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OTT 제작 환경의 실상도 환기되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OTT가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할 때 과감한 비용 투자와 함께 창작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되 작품 IP와 흥행 과실을 오롯이 가져가는 일종의 '복불복' 계약관계 속, 감독의 자율성 보장 부분은 사실상 '환상'이었다는 씁쓸한 목소리도 나온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번 '안나' 사태에 대해 "쿠팡이 명시된 권리에 의거해 재편집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이번 사안이 법정으로 가더라도 법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전망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