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퍼드호텔에서는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가 참석했다.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우영우(박은빈 분) 변호사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다. 지난달 29일 0.9%(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 기준)로 첫방송한 '우영우'는 2회 1.8%, 3회 4%, 4회 5.2%, 5회 9.1%, 6회 9.6, 7회 11.7%, 8회 13.1%를 기록했다. 최근 지상파에서도 '대박'으로 평가되는 시청률 10%를 훌쩍 뛰어넘었다. 케이블 방송사 작품으로는 대단한 선전이다.
'우영우'를 보지 않으면 대화가 불가능할 만큼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가운데 유인식 감독은 "이렇게 사랑해줄거라곤 예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채널에서 시작을 했고 소재가 굉장히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하서는 확신이 없을 수 밖에 없었다. 평양 냉면처럼 슴슴한 편이다. 입소문을 타고 좋아하는 분들이 찾아주면 좋겠다 싶었지만 초반부터 열화와 같은 반응은 실감 못했다"며 "십수년 간 연락 못했던 분들도 연락오고 고등학교 은사님이 연락 주시기도 했다. 울컥했다. 감사할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유인식 PD는 "앞으로 시청률은 전혀 예상해 본 저 없다. 주식 오르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이만큼 올랐으니 주춤하면 어쩌지 하는데도. 꿈꿔보지 못한 오름세로 올라간다. 너무 행복하다"고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넸다.
문지원 작가 역시 "저에게도 연락 안되던 분들이 다양하게 연락 준다. 커피 사러 가면 저쪽 테이블에서 '태수미는 왜 우영우 버렸나' 토론 하고 버스 타면 옆에서 '우영우'를 보고 계신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하면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낸다"고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바로 박은빈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희화화 하지 않으면서도 자폐라는 특성을 잘 드러내는 열연으로 시청자들이 박은빈보다는 우영우로 인식하게끔 만들었다. 박은빈을 1년이나 기다리면서 드라마를 촬영한 보람이 있을법 하다. 유인식 감독은 "기회가 있을때마다 피력했다"면서 "작품을 보셔서 알겠지만 우영우 역을 할 배우는 많지 않다. 박은빈이 1차로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박은빈이 하지 않으면 이번 프로젝트는 하기 어렵다'는 생각 가졌다. 박은빈 처럼 연기 잘하는 배우도 부담 가질 만큼 쉽지 않았다. 별다른 대안 없기 때문에 (박은빈을) 기다렸다. 기다린 이상으로,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박은빈 포에버라고 말하고 싶다"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문지원 작가는 강기영(정명석 역)과 강태오(이준호 역), 하윤경(최수연 역), 주종혁(권민우 역)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 작가는 "강기영이 제가 생각한 정명석의 멋을 이해해줘서 감명 받았다. 이준호에 대해서는 감독님과 고민을 제일 많이 했다. 영우 옆에 어떤 남자가 있을 때 불쾌한 느낌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니면 했다"면서 "강태오가 처음 만나서 본인은 부모님이 고양이를 기르는데 영우 준호는 고양이를 산책시키는 사람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더라. 강아지는 리드줄 끌고 가는데 산책냥이는 한걸음 뒤에 떨어져서 따라가면서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는거라고. 그 말에 큰 감명을 받아서 이준호 역을 이렇게 잡아가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하윤경과 주종혁이 맡은 역할에 대해서는 "우영우가 업무량이 과다하고 똑똑한 사람들 잔뜩 모인 대형 로펌에 던져졌을때 흥미로운 반응을 보일 사람들이었다. 내면에 갈등있는 봄날의 햇살과 권모술수 권민우다. 제가 캐릭터 이름을 매번 신중히 짓진 않았는데 '권력에 민감한 친구'라고 생각해서 권민우라고 지었다. 영리하고 생존을 위해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다. 소악당 느낌나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만큼 작품에 대한 평가도 천차만별이다. 수 많은 평들 중 어떤 평가가 기억에 남을까. 유 감독은 "자폐 어머니가 올린 평가"라면서 "자신은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잘 그려도 속상할 것 같고 나쁘게 그려도 속상할 것 같아 안보려 했다더라. 그런데 '우영우'가 하는 자폐의 특성들을 귀엽게 봐주고 매력있게 봐주는 부분에서 자신이 내 아이에게서 나만 느낀다고 생각한 귀여움과 빛나는 부분이 사회적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구나 했다는 이야기였다. 그걸 보고 촬영 하다가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도로 우영우를 그린 것은 맞지만 방송 나간 후 우려한 부분들, 실제로 대부분의 자폐인이나 가족들은 우영우 같지 않아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 있다. 상대적으로 더 속상해하면 어쩌나 했다. 그런 분들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영우가 자폐를 대표할 수 있느냐 하면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너무 다양한 것이다. 우영우는 특히나 우리가 부여한 최고 스펙과 지적 능력을 가지다보니 더더욱 자폐를 대표하는 사람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작가는 "이 드라마를 계기로 각계각층 여러분이 다양한 의견주는 것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더 낫게 만드는게 그분들의 논의 자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여러층의 의견을 변명하지 않고 겸허하게 보려고 한다. 드라마의 좋은 점을 높게 평가해주고 좋은 기능 할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에 대해 감사한다. 또 이 드라마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을 생각하는 의견에도 대체로 다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 가족이나 지인 자폐인이라면 '우영우'를 보는게 불편했을 것 같다. 절대 재미있다고 하지 못하고 볼까말까 고민 많이 했을거다. 선의와 호의로 가득차 있어도 당사자나 주변사람에겐 복잡한 심정을 전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너무 잘되어서 온세상이 말하기 때문에 그분들이 겪을 복잡하고 심난한 심정은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하지만 만들어서 죄송하다고는 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우영우'의 영향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21일 방송분에서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 건설 계획 때문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소덕동 에피소드가 방영됐다. 극중 이미 결정된 도시 개발 계획으로 인해 팽나무가 베어질 예정이었으나 우영우(박은빈 분)가 이를 재조사 하면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도로 건설 계획 역시 변경되게 됐다. 이 나무는 경남 창원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에 위치한 팽나무다.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않았으나 방송 이후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지정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이에 대해 문 작가는 "한 변호사님이 쓴 책의 내용 중 일부였다. 여기에서 나무에 대한 부분은 없었다. 원래 사건에서는 상황 전체를 반전시킨게 땅속 돌도끼였다. 그러나 나무가 시각적으로 하나로 넓게 품어주는 느낌이라 나무로 설정했다. 시청자 분들이 팽나무로 정한 의도를 생각해주고 계신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본엔 느티나무였는데 섭외 과정서 팽나무가 아름다운 팽나무 있어서 팽나무로 정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우영우'는 '넷플릭스'에서 세계 랭킹 6위에 오르며 다른 문화권에서도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상상해본 적 없는 일이다. 전편을 동시에 업로드 하는 오리지널 시리즈가 아니라 우리나라서 방송하는 것과 똑같은 스케줄대로 생중계 되는 느낌인데 해외 시청자 들이 좋아해주는게 참 신기하고 놀랍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 사는게 어디나 비슷한가 싶기도 하다. 동시대에 사람들이 어찌보면 비슷한 갈증과 고민을 하고 있나 싶다"고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문 작가는 "'넷플릭스'를 통해 다른 나라 시청자 만나는 것에 대해 걱정했다. 작가가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로 대사 많고 한국어의 말맛 살려야 하는 말장난도 많다. 또 한국과 세계법이 다를 수 있을니 큰 인기 끌 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ENA 채널에서 방송된다. 넷플릭스와 시즌에서도 공개된다.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